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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리얼리티 외교쇼

한반도의 상황이 여러 갈래로 복잡해지고 있다. 시작은 북한 핵이었지만 전격적으로 사드 가동에 들어가면서 중국과 한국의 갈등은 더 복잡해졌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사드 배치 비용 10억 달러를 한국이 지불해야 된다고 밝히면서 한미 관계도 복잡해졌다.

이런 방식은 이전의 북한 핵 상황과 사뭇 다르다. 한·미·일과 북한·중국·러시아가 진영을 형성하고 큰 틀에서 공동의 이해관계를 공유하던 이전의 모습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핵을 놓고 중국 시진핑 주석을 칭찬하기 바쁘다. 지난달 28일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는 "중국과 매우 존경받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바람을 무시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사드 배치 비용과 한미FTA 재협상 혹은 폐기를 주장하며 같은 진영인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북한 핵 하나만 해도 난제인데 여러 이슈가 동시다발적으로 테이블 위에 놓이는 상황이다.

여기에 상황이 리얼리티 쇼처럼 전개되는 것도 지켜보는 이들을 어지럽게 한다. 흔히 리얼리티 쇼는 출연자들의 특정한 임무 수행이나 일상생활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때 리얼리티 쇼 '어프렌티스'를 맡았던 것과 꼭 연관되지는 않겠지만 이전 행정부의 북한 핵 정책 실행과 비교하면 리얼리티 쇼의 특징이 어른거린다. 자세한 상황이 지나치게 자주 극적으로 중계되듯 드러나니 말이다.



실제로 지난달 초 북한의 6차 핵실험 설에 대응해 칼빈슨 항공모함 전단을 한반도 해역으로 급파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부터 이런 문제점이 드러났다. 트럼프의 강한 발언은 미국의 태도 변화와 북한 핵 해결 의지를 과시한 것으로 해석됐지만 실제로 항공모함은 곧바로 뱃머리를 돌리지 않았다.

지난달 26일 벌어진 일은 더욱 극적이다. 이날 오전 백악관은 연방 상원의원 100명 전원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북한 핵 브리핑을 했다. 브리핑 뒤에는 댄 코츠 국가정보국장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합동으로 대북 정책 합동성명을 발표했다. 성명 뒤에는 의회를 방문해 하원의원들에게 브리핑을 했다. 이와 거의 동시에 백악관 측은 북한 핵위기 해결사였던 지미 카터 전 대통령에게 북한 문제에 개입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외교안보를 결정하는 3인이 함께 정책을 내놓고 상원의원을 태운 버스가 백악관에 도착하는 모습 등은 전례 없는 극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외형은 거창하고 뭔가 긴박하게 진행되는 듯했다. 하지만 많은 상원의원은 브리핑 내용이 언론에 보도된 것을 넘지 못했다고 평가절하했다.

더구나 이날 트럼프 행정부는 세제 개혁안을 발표했고 비슷한 시간 '차기 한국 정부가 결정할 일'이라고 했던 사드를 전격적으로 배치했다. 며칠 뒤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나서서 사드 배치 비용 10억 달러는 한국이 내야 한다고 발언했다.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박이라는 설까지 나오는 걸 보면 트럼프는 중국도 압박하고 북한도 압박하고 한국도 압박하는 '압박 외교'를 선호하는 것이 분명하다.

현재까지 백악관과 행정부의 발언 가운데 공통된 것은 북한 핵이 최우선 해결 과제라는 것이다. 그 외의 발언은 초점을 맞추기 어렵다. 무력사용 불사부터 대화까지 모든 옵션이 가능하다는 정책은 폭이 너무 넓어 초점을 어디에 둬야 할지 애매하다. 1일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그(김정은)와 함께 만나는 것이 적절하다면 나는 전적으로, 영광스럽게 그걸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극적이고 현장감이 넘친다. 하지만 적절한 것이 뭔지는 모호하다.

임기 초에 북한 핵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으니 트럼프 대통령은 언젠가는 어떻게든 결과물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리얼리티 쇼 방식으로 가능할까.


안유회 논설위원 ahn.yoohoi@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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