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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건강 염려증' 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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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08/03/28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08/03/27 18:41

정유석 정신과 전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저자로 유명한 프랑스의 마르셀 프루스트는 '건강염려증(Hypochondriasis)' 환자였다.

'건강염려증'의 역사는 오래되었다. Chondros는 연골로 된 가슴뼈이며 Hypochondros는 이 연골 밑 부위를 말한다. '건강염려증'은 바로 이같은 부위에 생기는 병이란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사람들은 병이 났을 때 자신의 증상을 의사에게 표현할 때 흔히 "가슴이 아프고" "명치끝이 쑤시고" "속에 불이 치밀고" "헛배가 부르고" "속이 뒤집힌 것 같고" "소화가 안 돼 항상 속이 거북하다" 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이들이 불편해 하는 부위가 결국 가슴뼈 연골 밑 부위임을 알 수 있다.

기원 전 4세기 서양 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히포크라테스가 이 병명을 처음으로 사용했다. 그는 가슴뼈 밑에서 어떤 액체가 흘러 나와 신체와 정신에 영향을 끼쳐 이 병이 발생한다고 생각했다. 르네상스 시대를 거치면서 '건강염려증'은 사회 상류층 지식인 예술가들이나 갖는 고상한 질병으로 알려졌다.

17세기 프랑스의 작가 몰리에르는 무슨 이유에서였는지는 몰라도 의사들을 몹시 싫어했다. 특히 의사들의 무식과 허영 교만함을 자신의 작품을 통해 신랄하게 풍자했다. 1673년에 발표한 '상상병 환자(Maladie Imaginaire)'가 대표적인 작품에 속한다. 이 희극에서 주인공 아르강은 수많은 신체 증상을 지니고 있다.

죽는 것이 무서워서 온갖 약들을 복용하는데 내장을 세척한다고 정기적으로 관장을 하고 장내 가스를 제거하기 위해 설사약을 잠들기 위해 수면제를 원기를 회복하려고 완화제를 사용하며 피를 맑게 한다고 유산균을 복용한다. 그런데도 의사들을 믿지 못해 병원마다 돌아다니며 치료를 받는다. 아르강은 '건강염려증' 환자였던 것이다.

인생의 아이러니였던가? 몰리에르는 이 작품을 상연하던 중 무대 위에서 출혈하여 급사했다.

20세기에 들어 정신분석학이 각광을 받았지만 프로이트는 '히스테리'에 대해서는 각별한 관심을 가졌어도 '건강염려증'에는 별로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건강염려증'은 1970년대에 가서야 정신병 질환 분류에 포함되어 정신병으로 취급받게 되었다.

현대 정신의학에서는 근거없이 자신에게 심각한 병이 있다고 믿으면서 의사가 괜찮다고 해도 믿지 않고 계속 여러 의사들을 찾아다니는 상태가 6개월 이상 지속될 때 '건강염려증'으로 진단을 내린다.

이들은 의사가 '아무 이상없습니다. 건강합니다'는 말을 듣기위해 병원을 전전한다. 그러나 아이러니는 이처럼 '건강하다'는 진단 때문에 계속 불안해하면서 또 다른 의사를 찾는다. 결국 일상생활을 제대로 못해 치료가 필요한 환자로 분류된다. 건강에 대한 '불안 장애'로 보는 것이다.

'건강염려증'은 '우울증'의 한 증상일 수도 있다. 아무리 이상이 없다고 설득해도 의문이 풀리지 않는 것을 보면 '강박 장애'의 요소도 있다. 특히 서양보다는 우리와 같은 동양인에서 많이 보는 현상으로 심리적인 고민이 신체 증상으로 나타나는 '신체화 장애'라고도 볼 수 있다.

'걱정을 사서 하는' 성향의 사람들에게 이같은 증상이 잘 나타날 수 있다. '발생 미확인'의 일에 대해서는 의지로 떨쳐버려 마음과 정신을 쉬게 해 주는 것이 예방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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