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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억울한 그들'에 따뜻한 시선을

[LA중앙일보] 발행 2017/05/04 미주판 9면 기사입력 2017/05/03 19:48

오수연 / 사회부 차장

얼마 전 교통사고를 당했다. 신호대기 중이었는데 뒤차가 와서 들이받았다. 충격이 셌는지 무릎과 허리에 통증이 왔다.

주변에서는 변호사를 고용해 처리하라고 했지만 그다지 내키지 않았다. 100% 상대편 과실인 데다가 차만 고치고 치료 좀 받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

상대편 보험사는 물론 내 보험회사에서도 수도 없이 전화가 걸려왔다. 회사 업무에 지장이 갈 정도였다. 그래도 혼자 처리해 보겠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그러나 문제는 차량 파손 견적이 나온 후였다. 예상보다 견적이 적게 나오면서 상대 보험회사는 처음 얘기와는 달리 치료비를 거의 지원해 주지 못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몸이 아픈데 그러면 어쩌냐"고 따져 물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신속하게 다 처리해 주겠다"던 당초 태도는 온데간데 없었다. 억울했다. 내 잘못은 하나도 없는데 왜 내가 고통을 받아야 하는 걸까, 왜 보상마저 제대로 받을 수 없는 거지, 스트레스가 쌓였다.

그러면서 문득 떠오른 이들이 있었다. 바로 세월호 희생자 부모들과 잠수부들 그리고 LA의 4·29 폭동 피해자들이다. 나의 이런 사소한 사고에도 억울하고 화가 치밀어 오르는 데 그들의 속은 얼마나 문드러졌을까.

폭동 당시 한인 피해자의 정신 치료를 맡았던 조만철 전문의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537명의 피해 한인이 정신과 전문의 치료를 받았고 그 중 상당수가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화병'으로 고통을 받았다고 했다. 조 전문의는 "당시 한인들은 제대로 된 치료도 사과도 받지 못했다. 안타깝다"며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보상이나 사과를 받는 데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돕겠다고 전했다.

외교안보 분야 연구기관인 '랜드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아프간 및 이라크 전쟁에 참전한 예비역 군인 3만 명 중 20%에 해당하는 6000명이 PTSD 증상에 시달렸다. 또한 이라크·아프간 참전군인회(IAVA)가 발표한 자료에서는 2007년까지 이라크에 파병된 군인 150만 명 가운데 50만 명이 우울증, 정서불안, 자살충동 등 정신적 장애를 앓았다. 이들은 칼로 도마를 두드리는 소리, 공사현장 소음이 기관총 발사 굉음으로, 천둥은 폭탄 소리로 들릴 만큼 후유증은 심각했다.

폭동 피해자들의 고통 역시 그리 단순하지 않다. 그들은 한순간에 삶의 터전을 잃었고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도 못했다. 언론들은 한·흑 갈등을 부각시키며 한인을 피해자가 아닌 원인제공자인 양 몰아세웠다. 어떤 이는 "4·29 폭동은 다 지난 얘긴데 또 끄집어내냐"며 따가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도 있다. 하지만 LA폭동은 편향적인 시선에서 벗어나 제대로 조명된 적이 없다.

한국의 한 대선 후보는 얼마 전 자신의 트위터에 "부모님 상도 3년이 지나면 탈상을 하는데 아직도 세월호 뺏지(배지)를 달고 억울한 죽음을 대선에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의 아이들이 왜 그 차가운 바다에서 죽임을 당했는지 진상이 규명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고 말한 신채호 선생의 말처럼 시간이 흘렀다고 잊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역사 속에서 교훈을 찾아야 우리의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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