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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억 칼럼]라티노 불인별곡(不忍別曲)

에드가 아르호나(Edgar Arjona)는 과테말라가 배출한 라틴 아메리카 최고의 작곡가 겸 가수다. 그레미(Grammy Award) 상을 수상했고, 비냐 델 마르 인떼르나쇼날 송 페스티발 수상, 빌보드 챠트에 곡을 올린 후 4천만장이 넘는 음반을 판매한 라틴 팝송의 대가이다. 공전의 히트를 친 그의 대표적인 노래 중 ‘모하도 (Mojado)’, ‘뿌엔떼(Puente)’, ‘무헤레스(Mujeres)’ 의 가사 대부분엔 불체자 라티노들의 서러운 삶의 애환이 가득 담겨있다. 중미 과테말라, 온두라스, 엘살바돌 출신의 라티노들이 자기 조국을 등지고 미국에 밀입국하면서 겪는 고통들, 천신만고 끝에 도착한 미국에서의 눈물겨운 삶과 회한이 녹아있어 서글프다.

2011년 크리스 웨이츠 감독이 제작한 영화 ‘더 나은 삶 (the Better Life)’ 에도 도시빈민 라티노들의 슬픈 자화상이 가득히 담겨 있다. 영화의 배경은 LA다. 멕시코 출신 불체자 까를로스는 경험 많은 조경사다. 때로 야자수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위험한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와 외아들 루이스는 갱들이 우글거리는 LA 우범지역에서 함께 거주한다. 지긋지긋한 가난이 싫어 식구들을 저버리고 야반도주한 야속한 아내, 막노동하면서 가사일과 반항심 가득한 사춘기 아들 양육까지 고스란히 두 어깨에 짊어진 힘겨운 삶이 계속된다.

돈을 빌려 구입한 중고 픽업 트럭과 연장들을 바라보면서 까를로스는 자영업 꿈에 부푼다. 까마득히 높은 야자수 꼭대기에 올라가 연장을 쥐려는 순간, 인력시장에서 쫓아 온 싼띠아고가 차와 연장을 챙겨 달아났다. 가까스로 잡았지만 차량은 벌써 밀매 조직에 헐값에 팔린 후였다. 은밀히 담을 넘어 자신의 차를 끌고 도주하다 경찰의 불심검문에 붙잡힌 까를로스, ICE에 넘겨진 후 추방 재판을 받고 멕시코로 강제추방조치를 받는다. 혈혈단신 낯선 땅에 남겨질 철부지 아들과 눈물겨운 이별이 감옥에서 이뤄진다.

아비의 유언 같은 당부가 아들의 가슴에 송곳처럼 각인된다. 갱단에 가입하려는 유혹으로부터 멀리하라. 마약 딜러로 일확천금을 얻으려 함은 자멸의 지름길이니 멀리하라. 비록 가난해도 정직한 삶, 깨끗한 삶, 신의를 지키는 삶, 나보다 못한 남에게 덕을 끼치며 사는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 눈물로 호소하는 까를로스 당부가 아들에게 남겨진다. 마침내 호송차에 실려 국경으로 떠나는 아비를 보며 부르는 루이스의 불인별곡에는 눈물도 함께 흐른다.



더 나은 삶(the Better Life)은 맹자의 공손추편 불인지심 속에도 담겨있다.

인(仁)에 해당하는 측은히 여기는 마음(측은지심惻隱之心), 의(義)에 해당하는 부끄러워하는 마음(수오지심羞惡之心), 예(禮)에 해당하는 사양하는 마음(사양지심辭讓之心), 지(智)에 해당하는 옳고 그름을 가리는 마음(시비지심是非之心)을 가지며 소박하지만 진실한 삶을 살 때 가능하다.

하늘이 맺어준 혈육간, 이성간에 맺어준 인연을 인위적으로 끊을 수 없다. 차마 끊을 수 없는 인연을 붙잡아 보려 눈물로 부르는 노래는 차라리 통곡 같은 불인별곡이 되어 마음을 상하게 한다.

도시선교: 703-622-2559 / jeuk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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