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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사람 차별' 없는 세상은 언제

김 종 훈 / 야간제작팀장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야구선수 애덤 존스가 최근 보스턴 펜웨이파크에서 인종차별을 당했다. 관중이 그에게 땅콩을 던지며 '깜둥이'라고 욕을 했다. 존스는 이 사실을 밝혔고 보스턴팀이 사과를 한 데 이어 펜웨이파크 관중들은 다음 경기에서 그에게 기립 박수를 치며 격려했다. 보스턴팀은 이날 경기에서 인종차별 욕설을 한 또 다른 관중을 찾아내 경기장 출입을 영구 금지시켰다. 메이저리구야구 최초의 흑인 선수 재키 로빈슨이 브루클린 다저스에 입단했을 때가 1947년이었다. 그는 수많은 관중들의 '깜둥이'라는 욕설을 들으며 경기에 나섰다. 그런데 70년이 지난 지금도 그런 일이 일어난다.

스포츠 경기장에서 상대 팀 선수에게 야유를 퍼붓고 놀리는 행동은 많다. 애교로 봐줄 수 있고 선수들도 그다지 개의치 않는다. 하지만 인종차별 발언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 스포츠계의 공통된 입장이다. 미프로농구협회는 지난해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성소수자 차별법에 반발해 샬럿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올스타 경기 개최지까지 바꿨다. 그때 노스캐롤라이나주는 모든 지방자치단체의 성소수자 차별 금지 조례 제정을 막고, 인종.성차별 관련 소송을 금지하는 법을 제정했다. 스포츠계가 이와 같이 '사람 차별'에 과감한 결정을 내리는 것은 소수계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선수들의 영향이다. 하지만 정작 '사람 차별' 반대에 가장 앞장서야 하는 정치에서는 시계가 거꾸로 돌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종교자유'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낙태 등에 반대하는 개인이나 단체의 행동을 처벌하지 못하도록 했다. 민권단체들은 "차별을 합법화하는 조치"라고 비난했다. 종교적인 이유로 여성의 권리를 박탈한다는 것이다. 또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이 가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미국시민자유연합은 "우리의 종교 자유는 차별에 면허를 주는 것이 아니다"라고 트윗을 날렸다. 그리고 이 행정명령에 근거해 정부의 차별 정책이 시행될 경우 소송에 나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국정연설에서 이민자 범죄 희생자 기구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과거 나치가 유대인 범죄 단속 조직을 만든 것과 같다는 비난이 일었다. 최근 텍사스주에서는 경찰의 불법체류자 단속 협조를 의무화하는 반이민법안이 통과됐다. 경찰이 이에 따르지 않으면 징역.벌금 등 형사처벌까지 한다. 곧 치러질 한국 대통령 선거에서도 '사람 차별'이 논란이다. 5명의 주요 후보 중 성소수자의 권리를 보장하겠다고 확실히 밝힌 후보는 한 명뿐이다.

성.인종.민족.출신국 등에 따른 '사람 차별'이 없어질 날은 언제일까? 텍사스주의 반이민법안과 관련 중국계 진 우 주하원의원의 연설 영상이 SNS에 퍼졌다. 그는 눈물을 흘렸다. "나도, 내 부모도 이민자다. 내 지역구는 이민자들로 가득 차 있다. 일부는 난민, 일부는 시민, 일부는 서류가 없다. 하지만 모두 내 사람들이다. 2차대전 때 일본계 미국인들은 한데 몰아져 수용소로 갔다. 하지만 독일계 미국인들에게 그렇게 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나? 없다. 이유는 일본인들이 다르게 보이고, 다르게 들리고, 미국 시민이었지만 외국인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라는 그래서 모두가 존중 받아야 한다는 당연한 주장이 공격받고 있다. 지금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차별하는 이들은 과거를 돌아볼 줄 모를까? 50여 년 전 민권법 제정 전까지 미국에서는 버스 탑승과 화장실 사용, 투표와 법적 권리에 이르기까지 유색인종을 합법적으로 차별했다. 또 180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여성의 참정권 요구가 무려 70여 년이 지난 1920년에 완전히 실현됐다. 그 오랜 기간 동안 여성의 투표를 반대하고, 유색인종 차별을 옹호했던 사람들이 바로 오늘 이민자와 동성애자 차별을 지지하는 바로 그 사람들의 모습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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