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뇌 완성되는 3세 전에 조기교육?…"스트레스 받아 발달 더뎌져요"

뇌는 평생 발전, 시기별 부위 달라
만 3세까지 뇌 기본골격·회로 생성
언어 맡는 측두엽은 6세 이후 발달
한글·영어 그 이후 가르쳐야 효과


<전문>

조기교육에 대한 열기는 전세계가 동일하다. 하지만 너무 일찍 교육을 시켜도 좋지 않다는 전문가의 의견이 나와 눈길을 끈다. 전문가들은 "뇌가 3세까지 빠르게 발달하는 건 맞지만 3세 이후에 뇌의 발달이 정체되거나 감소한다는 내용은 정확하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자녀의 조기교육 필요성 여부를 질문하는 학부모에게 들려준 상담 내용을 소개한다.

<질문>



"다음달 만 3세가 될 아들이 있습니다. 또래인 회사 동료의 딸은 벌써 방문교사와 유아용 교구를 사용한 놀이 프로그램을 하더군요. 업체 홈페이지를 보니 '만 3세까지 성인 뇌의 80% 이상 결정된다'며 이 시기를 놓치면 안 된다고 하는데, 정말일까요. 우리 애도 시작해야 할까요."

(김모씨·38·서울 영등포구)

▶질의하신 경우처럼 영유아용 교구·교재를 판매하는 업체의 광고를 보고 깜짝 놀라는 분이 꽤 많을 듯합니다. 업체들은 아기들에게 특별한 교구·교재가 필요하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 뇌과학이나 교육이론을 차용합니다. 특히 '만 3세 무렵 뇌의 발달이 대부분 완성된다'는 식의 문구를 즐겨 쓰죠. 만 3세 이전에 적절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럼 전문가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이들도 영유아기가 뇌 발달에 중요한 시기라는 점에는 동의합니다. 가천뇌과학연구원의 서유헌(전 서울대 의대 교수) 원장은 "뇌가 만 2~3세 때 빠르게 발달하는 건 맞다. 백지 상태였던 뇌가 다양한 자극에 적응하면서 이를 처리하는 신경세포 간의 연결망이 왕성하게 생성된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면 '만 3세 이후엔 뇌의 발달이 정체되거나 감소한다'는 업체들의 광고도 타당할까요. 업체들은 그 근거로 뇌 속 시냅스(신경세포들이 신호를 전달하는 지점)의 변화를 제시하곤 합니다. 실제로 시냅스의 밀도는 1세 무렵 최고치에 이르렀다가 3~4세에 줄어듭니다.

학자들은 그러나 이런 현상을 뇌 능력의 정체나 퇴화로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뇌 발달의 자연스러운 과정"(서 원장)이라고 생각하죠. 태어나 다양한 자극을 처음 경험한 아이의 뇌가 적응을 위해 많은 신경망을 만들었다가 적응기에 들어서 불필요한 부분을 정리하는 과정이라는 거죠. 업체들의 주장과 달리 서 원장은 "뇌는 평생 발전한다. 시기에 따라 발달하는 부분이 다를 뿐"이라고 강조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2007년 보고서를 통해 '3세에 뇌가 대부분 완성된다'는 주장은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인간이 태어나서 만 3세까지는 뇌의 기본 골격, 회로가 생성되는 단계입니다. 3~6세 무렵엔 전두엽이 발달하죠. 사고력·창의력·판단력과 감정 등을 주관하는 부분이에요. 6세 이후 측두엽(언어·청각)과 두정엽(공간·운동), 12세 이후 후두엽(시각) 순으로 발달하죠.

이런 발달단계를 감안하면 만 3세 미만에게 조기교육이나 학습적인 자극은 굳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우남희 육아정책연구소장은 "오히려 과도한 학습은 아이의 뇌를 과부하 상태로 만들어 정상적인 뇌 발달을 방해한다"고 밝혔습니다.

뇌의 발달 순서를 살펴보면 6세 미만에게 한글·영어 등 문자 교육을 삼가야 하는 이유도 알 수 있습니다. 이 시기는 언어능력을 관할하는 측두엽이 발달하기 전이라서 학습 효과가 낮고 스트레스로 느낄 가능성이 높거든요. 결국 영유아기 뇌 발달에 진짜 필요한 건 "부모의 스킨십, 충분한 수면, 뇌 발달에 맞는 교육, 스트레스 없는 환경"(사교육걱정없는세상 이슬기 연구원)입니다.


천인성 기자 guchi@joongang.co.kr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