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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청춘과 꼰대

양 주 희 / 수필가

우리 동네 어르신 한 분은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인사하며 지나가면 붙들어 세워 놓고 45도 인사를 하라고 다그친다. 아이들 반응은 시답잖다고 뛰어서 도망친다. 도망가는 아이들을 잡아 인사하면 1달러를 준다. 문화예술 비평지 '창'에서 꼰대마인드가 나라를 망쳤다는 비평문을 읽으며 언짢은 기분이 드는 걸 보니 나도 꼰대가 되었나 보다. 불쾌하면서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 많다. 꼰대의 특징은 권위를 추종하고 사람 사이에 지켜야 할 거리를 무시하고 상대가 요구하지 않아도 마구 조언을 날린다. 체험으로 알아낸 지혜는 확고하여 누군가 토를 달면 불쾌해 하며 자신의 연륜을 통해 세상의 이치를 통달한 듯 행동한다.

지난 두 계절 동안 한국은 극단을 치달렸다. 친구끼리도 마음 상하는 일이 많았다. 한쪽은 이념에 치우쳐 현실을 바로 보지 못한다며 답답해하고 또 다른 쪽은 변화를 두려워하며 기득권을 놓지 못하는 안일한 처사라고 비난했다. 서로를 향한 과격하고 원색적인 말 펀치와 글 펀치는 분명 꼰대 짓이었다. 촛불을 들고 나간 이들이나 태극기를 들고 나간 그들도 바르고 맑은 사회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바라는 건 같을 것이다. 기대하지 않던 사람도 바른 말과 행동을 하면 박수를 보내야 하고 정의롭다고 생각했던 사람도 불의와 손잡으면 비판해야 한다. 믿음이 무너지면 바뀌는 게 마땅하다. 하지만 골수에 박힌 생각을 바꾸기는 어렵다.

한국 민주주의는 이력이 젊다. 양담배를 피운다고 교도소에 가고 미니스커트와 장발을 단속 받고 부정선거도 묻히는 시간을 건너왔다. 세상은 빠르게 좋아져서 민주 나무는 그럴싸한 모양새를 갖추기도 했다. 그러나 둥치가 굵어지기도 전에 악충이 극성이다. 세월에 맞는 관록이 붙기 전에 지독한 때가 끼었다. 굳어버린 때를 벗기기 위해 필요한 비는 우리의 바람과 상관없이 폭우가 되었다. 삽시간에 사방이 어두워졌다.

우리 가게 손님 한 분이 언제 해 달라는 요구를 하고 옷을 맡긴다. 여러 종류 옷 중에서 어쩌다 한 가지 옷이 안 되었다. 옷은 찾아가지만 안 된 옷은 며칠 후에 찾으러 온다. 그리고 세탁비를 지불하지 않는다. 그 옷은 그날 입어야 되는데 못 입었다고 불평을 한다.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그냥 옷을 준다. 한번쯤은 이해하고 넘어가지만 그 뒤에 또 옷을 가지고 오면 신경이 쓰인다. 이번에는 옷이 다 되었는데 얼룩이 있다고 불평한다. 그럼 다시 세탁해 준다고 놓고 가라 했지만 오늘 입어야 된다며 세탁비를 내지 않는다. 참 어디서 나온 배짱일까. 일은 시켜놓고 노동의 대가를 지불하지 않겠다니. 젊은이들 무섭다. 어른들이 다루기 힘들다. 뭐든지 꼬치꼬치 캐묻고 한마디도 지지 않고 대꾸한다. 오늘은 비싼 차를 타고 온 청년이 들어온다. 셔츠 한 장을 내밀면서 커피를 흘렸으니 세탁을 해 달라고 한다. 커피 자국이 없게 깨끗이 세탁을 요구한다. 면 셔츠라서 이미 커피물이 안착을 했다. 내가 빼보려고 노력하겠다고 대답했다. 대뜸 노력은 필요치 않고 반드시 빼라고 명령이다. 뺄 수 없으니 가지고 가라고 했다. 청춘 꼰대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



사무엘 울만은 청춘이 인생의 어느 한 시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라고 했다. 꼰대도 마찬가지다. 20대도 꼰대가 될 수 있고 80대라도 청춘으로 살 수 있다. 마음을 열고 소통하며 타성에 젖지 않고 긴장감을 가지고 있으면 언제나 청춘이다. 젊었어도 고루한 생각에 빠지고 희망을 놓는다면 그 순간 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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