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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령의 퓨전에세이]문명의 시원으로 돌아가 보는 꿈

시인·화가

우주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지구에서 앞으로 천년 만년은 말할 필요도 없고 100년 버티기도 힘들 것이라 했다. 이 지구를 살려내야 하는 거대한 사명이 현대를 사는 우리 손에 놓여있다는 말이다. 현대, 현대 하는데 현대는 어디서 왔는가? 학자들에 따라 여러 의견이 있지만 나는 문명유기체설을 저항 없이 받아들이고 싶다. 문명도 생물처럼 나고, 자라고, 늙고, 죽는다는 얘기다. 문명이 죽는다? 만약 죽지 않고 문명이 시간과 함께 영원히 살아 현대에 이르렀다면 사멸한 고대문명들은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그러면 현대는 어느 문명 어느 지점에 와 있는 것일까? 지금 이 세계를 이끌어가고 있는 것을 구미(歐美)문화로 보고 그 구미문화의 뿌리가 그리스 문명에 닿아 있음을 확인하면서 현대문명을 그리스 문명의 후기로 읽는다.

이제 겨우 그 천년의 세 번째에 이르렀는데 왜 후기에 해당하느냐는 반론이 있지만 이미 20세기 들어 후기문화의 특성이 일어나고 있다는 게 학자들의 설명이다. 그 증거로 극심한 패러디와 해체의 대두를 들고 있다. 문화 모두에 일어나고 있는 해체현상은 어지럼증마저 일으키고 있다.

수염 난 모나리자, 흑인이 된 예수, 권총을 찬 로미오 등등 이렇게 학자들이 이 세기를 후기로 보는 것과 과학자인 호킹 박사의 의견이 맞아떨어지고 있다는 데에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가 하면 한편 많은 이들이 희망에 찬 얘기들을 들려주고 있다.



과학자들이 그렇고 우주학자들이 그렇다. 그리고 호킹 박사도 인류에게 200년만 버텨달라고 당부했다. 200년만 잘 버텨내면 인류는 멸망하지 않고 우주에 퍼져 안전할 것이라 했다. 1950년대 말 미국을 방문했다가 과학기술의 발달을 보고 충격을 받은 후루시초프가 세운 노보시비리스크 연구단지에는 지금도 우주개발에 밤을 새우는 학자들이 있고, 미국과 일본 유럽 등의 우주국은 가속도를 더해가고 있다.

20년 전 애리조나주에서 했던 ‘생물권 2’의 실험, 그 실험의 실패로 알아낸 지구의 남은 시간은 2시간 남짓이라고 했다. 지구 생성 이후의 시간을 24시간으로 보았을 때 그렇다는 얘기다. 이 실험이 지구의 환경과 관계된 것이다. 과학자들이 이를 염두에 두고 박차를 가하고 있으리라 생각하니 이 글을 쓰며 그들 모두에게 무한히 감사하는 마음이 된다. 노력이 헛되지 않으리라. 희망이 있는 곳에는 꿈이 있다. 꿈들이 이루어 온 것들의 행렬이 역사적이고 문명 아닐까.

그래서 나는 이 아침 문명의 시원으로 돌아가 꿈을 꾸고 싶다. 크레타 섬에서 밀랍 날개를 달고 탈출하다 날개가 녹아 바다로 추락하는 아들의 죽음을 보았던 다이달로스를 입증해 냈던 일은 우리에게 희망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미국 MIT, 국립항공우주박물관, 36명의 과학자, 엔지니어, 기상학자들이 인력비행기를 만들어 자전거처럼 페달을 밟아 프로펠러를 돌려 크레타 섬에서 산토리니까지 120km를 날아가는 데 성공했던 걸 기억한다.

산토리니 섬은 다이달로스가 아들을 잃고 혼자 날아가 착륙했던 곳이다. 21세기 끝 무렵 또 하나의 다이달로스가 날아오를 전망이다. 영국의 ‘행성 간 협회’에서 핵융합로켓 엔진을 이용하는 우주선을 설계하고 있다. 이 우주선으로 행성 간은 물론 태양계를 벗어나 우주 저편까지 날아갈 꿈을 인류는 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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