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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읽는 책장]외로움이 익숙한 당신에게

이소영 언론인/VA거주

새잎이 돋아나는 봄이다. 계절만 새 옷을 입은 것이 아니라 새 학기, 새 친구들로 사람 또한 새로움을 맞이하는 요즘이다. 그런데 누군가 에게는 이 새로움의 계절이 두려울 수도 있다. 새로움에 다가가기 힘들어 익숙한 외로움을 택한 사람들이다. “거절당하면 어쩌지?”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학교 다닐 때는 친구 사귀기가 쉬웠다. 같은 학교, 같은 나이, 같은 동네라는 동질감이 우리를 한 울타리로 묶어주는 듯했다. 아직도 중학교 입학식 풍경이 선명하다. 새로운 학교에서, 새로운 친구들과 만나는 공식적인 첫 무대였다. 기대와 설렘, 걱정이 교차했던 그 날을 잊을 수가 없다.

여기 작은 고슴도치가 있다. 고슴도치는 늘 굳게 문을 닫고 있다. 누군가 와주기를 바라면서도 막상 누군가가 다가오면 자신의 가시에 위협을 느낄까 걱정이 앞선다. 그래서 외로움은 내 가시처럼 태생적으로 나에게 속한 것이라고 위안한다.

어느 날 동물 친구들을 초대하기로 한다. 이제껏 누구도 초대해 본 적이 없었고 누군가가 찾아온 적도 없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한다. 여러 동물이 찾아오는 상상을 하면서 누군가를 기다리다 고슴도치는 문득 겁이 나기 시작한다. “다 같이 몰려들어 춤을 추면 어떡하지? 나와 함께 하는 게 즐겁지 않으면 어쩌지?” 그 생각의 끝에는 “나는 외로운 걸까, 외롭지 않은 걸까? 잘하고 있는 걸까?” 하는 걱정이 밀려왔다. 행동에 앞서 늘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해보는 고슴도치는 항상 이런 식이다. 생각의 끝은 고민과 걱정뿐이었다.



그는 혼자였고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누군가 그의 집을 지나가다 ‘아, 여기 고슴도치가 살지 않나?’ 생각하면서 문을 두드리더라도 고슴도치는 문을 열까 말까 너무 오래 망설이는 바람에 그 누군가는 다시 가던 길을 가 버렸다. 소심한 고슴도치는 더욱더 가시 안으로 숨어버렸다. 하지만 사실 고슴도치의 속마음은 누구보다 친구들을 원하고 있었다.

그런데 고슴도치의 모습이 어쩐지 낯설지 않다. 내 마음이 내는 목소리와 닮아있다. 혼자 있는 게 싫으면서도 혼자가 좋은 모순적인 내 마음의 소리다. 고슴도치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라는 공감의 위로를 받게 된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오면 순수한 우정의 개념은 증발한 채 필요 때문에 연락을 주고받는 관계가 시작된다. 이들을 편의상 친구라고 칭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지인’이다. 그러기에 점점 더 마음을 열기 힘들어지는지 모르겠다.

고슴도치 이야기는 네덜란드 톤 텔레헨 작가가 쓴 동화 ‘고슴도치의 소원’(사진) 내용이다. 책 속 구절구절마다 일과 사람에 치인 어른들을 다독이는 내용이 숨어있다. 고슴도치는 태어날 때부터 가시를 지니고 있었다. 자신은 누군가를 편하게 해주지 못한다는 자격지심에 점점 더 움츠러들었다. 초대편지를 써 놓고도 친구들에게 보내지 못하고 상상으로만 친구를 만난다. 고슴도치의 솔직한 심리 변화를 따라가다 보면 답답하게만 보였던 고슴도치가 어느새 측은하게 여겨진다.

혼자는 외롭고 먼저 다가가기는 두렵다. 막상 누군가 곁에 있으면 더 부담스럽다. 상처받을 것이 두려워 지레 가시를 세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스스로는 ‘차라리 혼자인 게 편해!’라고 주문을 외우면서. 동화 속에서는 다람쥐가 고슴도치의 문을 두드린다. 잠기지는 않았지만 굳게 닫힌 문을 열고 들어와 함께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다.

다람쥐와의 대화가 실제로 일어난 일인지 고슴도치의 상상인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다람쥐와 고슴도치의 사이에 뾰족 가시는 아무 장애가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고슴도치는 “조만간 또 만나자”라는 다람쥐의 따스한 말을 되새기면서 겨울잠에 들었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늘 상처만을 얻지는 않는다. 설렘, 사랑, 행복 같은 따뜻한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반대로 나 또한 타인에게 그런 따뜻한 감정을 나눠줄 수 있다. 마음의 문을 닫고 가시를 세우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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