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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FBI국장 해임과 트럼프의 좌충우돌

점입가경이다. 파문을 진화하겠다며 입만 열면 그게 새로운 논란이 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해임한 것 때문에 취임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쫓겨난 코미 전 국장이 일부 FBI 직원에게 보낸 편지에서 "대통령은 FBI 국장을 어떤 이유로도 혹은 어떤 이유가 없어도 해임할 수 있다고 믿어왔다"고 밝힌 것처럼 대통령은 FBI 국장을 해임할 수 있다.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코미에 앞서 FBI 역사상 딱 1명의 국장이 임기 10년을 채우지 못했다. 1993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 의해 파면된 윌리엄 세션스 전 국장으로 그는 관용기로 부부동반 여행을 하고 애완견 산책에 FBI요원을 동원하고 국민 세금으로 집에 울타리를 치는 등 공금 남용에 윤리규정 위반으로 해고 당했다.

이렇듯 역대 대통령들은 개인비리가 아니라면 FBI 수장의 10년 임기를 보장해줬다. 10년 임기 보장은 정치적 풍향에 영향받지 않고 권력을 감시하고 독립적으로 FBI를 이끌라는 상징같은 조치였다.



관례가 아무리 그렇다해도 트럼프 대통령이야 누가 뭐라고 하든 자신의 신념을 밀어부치는 소신있는 대통령이니 FBI 국장을 해임할 수 있다. 그런데 오이밭에서는 신발끈도 고쳐매지 말라는 옛말처럼 매우 부적절한 타이밍에 그를 해고하는 바람에 논란을 자초하고 말았다.

코미 전 국장은 해고 당하기 며칠 전 상원 청문회에서 러시아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 피해를 입혀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를 도우려 했다며 트럼프 대선 캠프와 러시아의 내통 의혹을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타이밍이 논란을 초래했지만 문제는 해고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해서 논란을 확대하는 발언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해임의 정당성을 역설하기 위해 코미가 FBI 직원들 사이에 신뢰를 잃었고 일도 잘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지만 FBI국장 대행을 맡은 앤드루 맥카베는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코미가 조직 내에서 광범위한 지지를 받았고 그를 절대적으로 존경한다는 발언으로 트럼프의 주장을 무색하게 했다. 공화, 민주 양당에서 신망이 높은 로드 로젠스타인 법무부 부장관의 이름에 기대보려고 로젠스타인의 해임 건의를 받아들였다고 설명했지만 악역을 뒤집어쓰게 된 로젠스타인이 강력 반발하자 부랴부랴 입장을 바꿔 취임 초기부터 해임을 고려했지만 한번 더 기회를 줬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다 코미에게 충성맹세를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녹음테이프로 코미를 협박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됐다. "언론에 정보를 흘리기 시작하기 전에 우리의 대화 내용을 담은 테이프들이 없길 바라야 할 것"이라며 코미가 FBI 국장직을 유지시켜 달라고 청탁하면서 자신이 러시아 내통 의혹 수사대상이 아님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는데 외려 그것이 탄핵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꼴이 되고 말았다. 실제 녹음내용이 있다면 상대방의 동의 없이 대화내용을 불법 녹음하고 자신이 수사의 중심에 있음에도 청탁을 하는 FBI 수장에게 수사대상이 아님을 확인받았다는 것이 권력남용, 사법방해 혐의로 탄핵사유가 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에서도 녹음 테이프가 있다면 의회에 제출하라고 요구하고 나섰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입을 다물고 있다.

의회가 탄핵안을 처리한 건 1868년 장관 해임 문제로 의회와 충돌한 앤드루 존슨과 1998년 섹스 스캔들이 천하에 들통난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 역사상 2건이 있다.

둘 다 하원에서만 가결되고 상원에서는 부결됐다. 러시아 내통의혹이 사실로 드러나지 않는 한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당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실언과 실책이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이러다 4년내 좌충우돌만 하다가 임기를 마치는 것은 아닐지 걱정스럽다.


신복례 / 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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