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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시인이 되다

소녀 시절, 아름다운 시를 보면 읽고 노트에 적기도 하고 어떤 시는 외워보기도 하며 시인이 된 것처럼 설레던 때가 있었다.

그땐 김소월의 '진달래꽃' '못 잊어' '초혼' 등을 읽으며 애달픈 마음으로 가슴을 움켜쥐기도 했고 윤동주의 '서시'를 읽으며 한 점 부끄러움이 없게 살기를 다짐해 보기도 했다.

시인의 이름을 몇 명쯤 또 몇 편의 시를 외워야 할 것 같은 소녀 시절을 보냈다.

"나 올해 80이 됐어"라고 말씀하신 절친한 형님이 며칠 전 몇 편의 시를 보내주셨다. 나태주 시인의 시였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풀꽃)

오래전 처음 이 시를 읽고 너무 예뻐서 노트에 적어 놓았었는데 다시 보니 역시 예쁜 시다.

우리 모두 서로 자세히 보면 예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사랑스럽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곱게 빗은 흰 머리카락과 고운 주름도 자세히 보니 너무 사랑스러워 보인다.

"오래 보고 싶었다/ 오래 만나지 못했다/ 잘 있노라니 그것만 고마웠다"(안부)

미국 땅 너무 넓어, 나이 들어 운전 못 해서, 자주 만나지 못해 이 시를 통해 안부라도 전하고 싶으셨나 보다. 시를 쓸 줄 모르면 어떠랴. 예쁜 시를 읽고 감동하면 나도 시인이지.

"기죽지 말고 살아봐/ 꽃 피워봐/ 참 좋아"(풀 향기 한 줌)

병객인 이 아우에게 열심히 살아보라고 보내셨나 보다. 그럼요. 기죽지 말고 열심히 살아야지요. 오늘, 난 소녀가 되었다. 그리고 시인이 되었다.

정현숙·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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