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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버릴 수 없는 추억의 사진

나이가 들면 추억을 먹고 산단다. 며칠 전 집을 정리하고 싶어 앨범을 꺼내 보았다. 국민학교 시절 일본 선생님과 찍은 사진이 있다. 몸빼라는 바지를 입고 단발머리에 남산 365계단에서 찍은 사진, 중고등 학교 시절 부산 피란가서 영도 바닷가에서 찍은 졸업사진, 환도해서 사각모를 쓴 대학 졸업 사진, 남친하고 데이트한다고 덕수궁에서 찍은 사진, 면사포 쓴 사진, 첫애 돌잔치하는 사진(전에는 딸 둘에 아들 하나면 금메달이라고 했다), 어린 것들 데리고 LA공항에 내리는 사진, 애들 결혼식 사진, 손주들 돌자치 사진, 세월이 언제 이렇게 흘렀나 싶다.

외손녀 둘의 결혼 사진, 이제 증손녀까지 보고 나니 금메달이 아니라 다이아몬드 메달을 목에 건 기분이다.

이렇게 세월이 흐르고 시간은 바람 같이 날아가고 어느새 왕할머니가 됐다.

지난 주말 아기를 보이고 싶다고 한 달도 안 된 아기를 데리고 왔다. 기저귀를 간다고 하더니 보지도 않고 그냥 갈길래 "젖었는지 보고 갈아야지"라고 했더니 기저귀를 가리키며 "할머니 기저귀에 파란 줄이 나오면 젖은 거예요"란다. 듣는 순간 참 편한 세상이구나 싶었다. 우리가 아이들 키울 땐 장마철이 되면 기저귀가 안 말라 다리미로 말리던 생각이 문득 들었다.



다른 앨범을 들추다보니 우리 결혼식 때 친구가 축가를 부르는 사진이 있다. 61년 된 흑백 사진을 떼어서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그 친구에게 부쳐주었다. 또 한 장은 여학교 친구와 사진관에서 다정히 찍은 65년 된 사진도 부쳐주었다. 또 대학 졸업반 때 영화관에서 파티할 때 춤추던 62년 된 사진도 부쳐주었다. 친구들이 모두 놀라 전화가 왔다.

이 다음에 아이들이 정리하기 힘들까봐 사진을 좀 추린다고 했는데 아무리 골라도 버릴 사진이 없다. 버리기는커녕 추억에 듬뿍 잠겨 보면 볼수록 아주 젊어지고 있는 기분이다.

수지 강·라구나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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