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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5·18과 한청련·한겨레

김 종 훈 / 야간제작팀장

5·18이 다시 기억되고 있다. 최근 광주 5.18 국립묘지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5.18이 미주 한인사회에 미친 영향도 되돌아보게 됐다. 5.18은 기억되고 느껴지는 것 이상으로 한인사회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이유는 재미한국청년연합(한청련)과 고 윤한봉씨 덕분이다.

윤씨는 1970년대 전남대 재학 중, 학생운동에 뛰어들어 수차례 투옥을 당했다. 5.18 직전 내란음모죄로 수배돼 도피 생활을 하던 그는 1981년 화물선 창고에 숨어 35일간의 밀항 끝에 미국에 망명했다. 그는 1984년 조국의 민주화를 염원하는 한인 청년들과 함께 한청련을 결성했다. 한인사회 권익운동을 위한 LA 민족학교와 뉴욕 청년학교(현 민권센터), 시카고 한인교육문화마당집(현 하나센터) 등도 설립했다. 1987년에는 한청련을 후원하던 중.장년층으로 구성된 한겨레운동미주연합(한겨레)도 결성했다. 1993년 '5.18의 마지막 수배자'였던 그는 수배 해제와 함께 12년 만에 귀국했다. 민족미래연구소를 창립하고 5.18기념재단 설립에 참여했다. 지난 2007년 지병으로 59세 나이에 세상을 떠난 그도 5.18 국립묘지에 묻혔다.

한청련.한겨레는 군사정권 시절 억울하게 '빨갱이'란 욕을 많이 들었다. 5.18은 북한 간첩과 폭도들의 소행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주장이 흔할 때였다. 한청련은 한국 정부로부터 '이적단체'로 찍히기도 했다. 한청련 회원이라는 이유로 국가보안법에 걸려 구속될 때였다. 그리고 미국에서 5.18 기념행사에 참가한 것도 죄가 되는 시절이었다.

하지만 한청련.한겨레는 미국에서 가장 큰 한인 단체 중 하나였다. 미 전역에 지역 가입단체가 10여 개에 달했고 회원이 수백여 명이었다. LA.뉴욕.시카고.샌프란시스코.워싱턴DC.필라델피아 6개 지역에서 '마당집'이라고 부르는 센터를 운영하며 한인사회 권익.봉사활동을 펼쳤다. 창립 이후 30여 년이 흐른 지금 한청련.한겨레와 윤씨의 활동을 기억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윤씨는 늘 자신의 이름과 명예를 앞세우는 '날 좀 보소'를 하지 말자고 했다. 그래서 한청련.한겨레 회원들도 그런 사람들이 많았다. 묵묵히 일하고 이름을 내세우지 않았지만 한인사회 곳곳에 깊숙이 파고든 이들의 땀방울은 아직도 살아 숨쉬고 있다.



한청련.한겨레는 5.18의 대동정신을 이어 받자고 다짐하고 이웃을 돕는 일에 앞장섰다. 그래서 민주화 운동에 이어 2000년대 이민자 권익.봉사활동에 나섰다. 무료 법률상담, 소득세 신고 대행, 영주.시민권 신청 대행, 노인아파트 지원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쳤다. 그리고 한인사회에서 가장 먼저 불법체류자 사면 운동의 깃발을 들었고 최근 몇 년간은 불체청년추방유예(DACA) 신청과 갱신을 도왔다. 이렇게 진행된 활동으로 수많은 한인들이 혜택을 받았다. 5.18 대동정신의 계승이 한인사회 봉사와 권익운동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제 한청련의 이름은 사라졌지만 1.5세와 2세들이 대거 가담한 한청련의 후예들은 지금 또 깃발을 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에 맞선 민권운동에 앞장 서고 있다. 일부 한청련 회원들은 아직도 '마당집' 실무자로 일하며 열정을 바치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 안재성 소설가가 '윤한봉 평전'(창비)을 발간했다. 안 작가는 이렇게 썼다. "역사와 민중을 위해 인생을 바쳤노라고 말하는 이들은 많지만, 명예도 직위도 돈도 모두 마다하고 스스로 퇴비가 된 이는 드물다. 윤한봉이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윤씨는 2006년 마지막으로 미국을 방문했다. 폐기종으로 이식 수술을 기다리던 그는 한번 기침을 시작하면 멈춰지지 않아 고생을 했다. 그를 바라보는 한청련 회원들은 가슴이 먹먹했다. 그와 함께 한청련도 역사 속에 묻혔다. 하지만 여전히 한인사회의 퇴비로 남아 내일을 경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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