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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로그인] 노래 한마디 부르는게 뭐 그리, 대수다

[LA중앙일보] 발행 2017/05/22 미주판 9면 기사입력 2017/05/21 16:51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에 파묻혀 사는 직업이라, 지난 열흘간 한국과 한인 소셜미디어를 점령한 대한민국의 새 대통령 이야기를 피해갈 수 없다. 솔직히 미국에 나와 산 십 몇 년 간 고국의 대통령에 대해 '즐겁고 행복한' 소식을 들어본 기억이 별로 없다. 늘 목청높인 격론과 찬반의 아우성에 함몰되어 우울하다가 무감해지다가 체념하는 과정의 반복이었다.

때문에 오월, 날이 좋던 어느 아침부터 쏟아지기 시작한 대통령 찬사 일색의 소셜 반응들을 접하면서도 그랬다. 신임 대통령의 허니문 기간이니까, 대통령 걱정 나라 걱정에 근심많은 국민들이라 작은 변화도 크게 다가올 수 있으니까, 소셜 미디어로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고 확산하며 세를 모으는 게 트렌드니까, 그러다보면 자연스레 매사 크고 과장되어 보일 수 있으니까, 그렇게 접고 또 접고 정신 똑바로 차리고 뒤돌아 봐도 잘하는 일, 보기 좋은 일, 놀라운 일, 기대되는 일들이 거듭 사실로 드러나는 데는 어찌할 도리 없이 흐뭇한 심정이 됐다. 열혈 지지자들의 맹목적 추종으로 포샵 처리된 행적이 아님을, 조명빨 근사한 스틸컷이 아닌 롱테이크에 고스란히 잡힌 생생한 매일의 실전임을 보고 느끼고 깨닫는 요즘이다.

엊그제는 5.18 기념식 영상들이 조각조각 캡처된 채 온 소셜을 떠돌았다. 식장에 도보 입장하는 대통령의 모습부터 기념사에 유족 포옹과 행진곡 제창까지, 어느 미디어에서 말하듯 '장면마다 품은 서사' 가 넘쳐 미담어린 온갖 영상들이 공유 확산을 거듭하는 온라인 이곳저곳을 배회하는 내내, 그 모두를 떠받치는 백뮤직은 '임을 위한 행진곡' 이었다.

5.18 공식 지정곡으로 하자, 안된다, 제창을 하자 합창만 된다, 너는 불러라 나는 안부른다 참 말 많았던 그 노래다. 데모송, 종북가요 심지어 김일성 찬양곡이라며 반공세대를 질색하게 만든 노래다. 왜 그리 지정곡으로 못 만들어 난리냐, 왜 그리 알러지 반응이냐며 서로들 '노래 한마디가 대체 뭐라고' 끝없는 씨름을 거듭했던 그 노래. 대통령 새로 뽑고 나니 더이상 왈가왈부 없이 애국가 4절까지 부르고 '다같이 손잡고' 행진곡 부르고 그간 맺힌 아쉬움 후련하게 풀어내고 심플하게 마무리됐다.

그런거다. 누구나 쉽게 흥얼대는 콧노래쯤 생각하면 노랫가락이란 얼마나 사소한가. 그런데 노래로 뭉치고 노래로 나아가고 노래로 위로받고 노래로 치유하는 무수한 경험들이 동행해온 인간 삶의 역사를 돌이키면 그저 노래 한 곡 목청껏 제대로 부른다는 단순한 일이 정치적 사회적 권력자에게는 자존심을 때로는 생존을 좌우하는 두려운 행위가 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그깟 노래- 라고 했지만 80년대에 스무살을 치른 세대에게는 사실 각별한 노래다. 조용히 기억 속의 노랫말을 읖조리는 것만으로도 마음 속에 촛불이 켜진다. 나조차 쉽사리 소리내어 부르지 못했었나 싶어 영상 속의 사람들과 함께 불러봤다. 뭉클하다.

소셜 마당에 모인 사람들도 다 함께 목청껏 부르고 나니 오랜 세월 막혔던 가슴이 뚫리고 희망이 보인다고들 울먹인다. 좋은 내나라에 대한 기대가 차올랐다고 한다. 노래 한마디 부르는 게 뭐 그리, '대수'였던거다, 사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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