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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의 과부하…목사들 표절 유혹에 쉽게 넘어가

한인 교계 목회자 설교 표절 논란
유명 목사들 잇따라 표절 사과
제목ㆍ내용까지 그대로 베껴

교계에 만연된 설교 표절 현실
"표절서 자유로운 목사 없을 것"
과도한 사역으로 설교 준비 부족
목회자 역할 및 의미 변질도 원인


요즘 한인교계가 목회자의 '설교 표절' 논란으로 시끄럽다. 유명 한인 목사들의 설교 표절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과연 설교 표절은 논란이 된 특정 목회자들에게만 국한된 문제일까. 기독교윤리실천운동본부 조사(설교준비, 설교문 작성 실태 및 의식조사ㆍ368명 대상)에 따르면 타인의 설교를 그대로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대답한 목회자는 무려 43%였다. 10명 중 4명이 설교를 표절한 경험이 있는 셈이다.2회에 걸쳐 목회자들의 설교 표절 문제와 원인 등을 알아봤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 최근 동부 지역을 대표하는 대형교회인 Q교회 이모 목사가 설교 표절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교회 측 관계자에 따르면 이 목사는 지난 2014년부터 총 14건의 설교를 표절했다.

이 관계자는 "밝혀진 것만 14건으로 이외에 추가적 확인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이 목사는 타인의 설교를 인용 수준이 아닌, 예화부터 순서까지 거의 그대로 베꼈다. 심지어 한국 유명 목회자들의 설교를 내용뿐 아니라 설교 제목까지 그대로 표절한 사실도 적발됐다.

이 목사는 9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내가 실수한 게 맞고 사임 의사를 이미 당회에 전달했다"며 "지난 4월 고난주간 새벽기도 등 일주일에 설교를 10편 이상 준비해야 하다 보니 부담이 됐다"고 실토했다. 이 목사는 지난 14일 결국 사임의사를 밝혔다.

#. 지난해 LA지역 대형교회에 시무하던 김모 목사는 어느 날 토요 새벽예배 도중 갑자기 교인들 앞에서 공개 사과를 했다. 다른 목회자가 쓴 칼럼을 거의 그대로 설교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당시 설교 표절 자료는 이 교회 안수집사회를 통해 외부에 공개됐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김 목사의 설교 표절은 일부가 아닌 상당부분에 걸쳐 이루어졌다. 원저자의 글을 거의 그대로 읽었다 해도 무방할 정도다.

당시 김모 목사 역시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그 당시 설교를 준비할 시간도 부족했고, 몸 컨디션이 너무 안 좋은 상태여서 그랬다"고 해명했다.

설교 표절 이슈가 유명 목회자들의 공개 사과 등을 통해 수면으로 떠오르고 있다.

교계에서 설교 표절 문제는 어느 정도 심각할까. 이는 교계에서 만연해 있는 이슈라는 게 교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즉, 뿌리 깊은 병폐인 셈이다.

LA지역 K목사는 "솔직히 다른 목회자의 설교에서 어느 정도 아이디어를 얻거나 '내 것'으로 재해석해서 설교를 한 적은 있다"며 "'재탕 설교'도 종종 한다. 교인들은 잘 모르겠지만 오래 전에 내가 했던 설교를 다시 사용하거나 짜깁기를 하는데 아마 많은 목사들이 이런 부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털어놨다.

요즘은 유명 목회자들의 설교문을 온라인 상에서 매매하는 사례도 있다.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설교문, 설교 자료, 타인의 신학 논문까지 모두 얻을 수 있다. 설교 표절로 인한 논란은 많다. 미국 유명 목사의 설교를 한국어로 번역해 설교를 했다가 문제가 된 적도 있다.

지난 2011년 메릴랜드주 벧엘교회 진모 목사가 팀 캘러 목사(리디머교회)의 설교를 일부 표절한 사실이 드러나 교인들에게 공개 사과를 했었다. 진 목사 역시 논란이 커지자 결국 사임했다.

한인 2세 레이 전(36ㆍ라이트하우스교회)씨는 "1세들은 잘 모르겠지만 미주 한인 목사들의 설교를 듣다 보면 유명 미국 목회자 설교에서 들었던 예화나 내용을 똑같이 들을 때가 있다"며 "마치 본인의 실제 경험처럼 설교하는 데 그건 교인뿐 아니라 자신의 신앙적 양심까지 속이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미국 교계도 설교 표절 문제가 심각하다. 미주리주 센트럴장로교회 반웰 헤이워드 목사, 노스캐롤라이나주 대형교회인 갈보리교회 글렌 와그너 목사도 설교 표절로 사퇴한 바 있다.

목회자들은 왜 표절 유혹에 쉽게 넘어갈까. 이면에는 교계의 구조적 문제와 개인의 신앙적 의식 부재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교계에서는 ▶과도한 설교 횟수와 바쁜 사역 ▶목회자의 역할 변질 ▶설교 준비에 대한 의식 부족 ▶신학 교육의 패착 ▶교인들로부터 받는 중압감 ▶목회 성공에 대한 집착 ▶목회 윤리적 상실 등을 주요 이유로 꼽는다.

한인 2세 데이브 노 목사(어바인)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요즘은 목회자에게 성경을 통해 복음을 선포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목양을 하는 역할보다는 숫자적 성장, 교회 행정 및 관리 등 목회 외적인 부분의 역할이 더 요구되는 게 현실"이라며 "그런 환경에서 목회자들은 보이지 않는 압박과 실제 설교 준비에 치중하기 힘든 과도한 사역에 시달리면서 결국 표절 유혹에 노출된다"고 지적했다.

LA지역 한 은퇴 목사는 "사실 목사들에게는 주일예배 외에도 금요예배, 수요예배, 장례예배, 결혼예배, 교인 심방 등 설교 과부하가 걸려있는 상태"라며 "교회가 목사들에게 설교 준비를 충분히 할 수 있도록 시간을 허락해야 한다. 또, 신학교에서부터 설교에 대한 인식과 마음가짐을 바르게 가질 수 있도록 철저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교인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갈린다.

교인 로라 김(43·풀러턴)씨는 "표절은 분명 남의 것을 훔치는 행위다. 차라리 언변이 부족하고 내용이 투박해도 진실한 설교가 더 낫다"며 "게다가 표절뿐 아니라 목회자들의 엉터리 설교도 문제다. 인터넷에 떠도는 스팸 글을 아무런 사실 확인도 없이 인용하는데 그 피해는 잘못된 정보를 고스란히 수용하는 교인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반면, 표절의 경계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무조건 나쁘다고 말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주영자(64·LA)씨는 "목사도 연약한 인간이며, 좋은 내용을 교인들에게 전하려다가 나올 수 있는 실수라고 생각한다"며 "타인의 설교를 일부 인용했어도 내용 자체가 크게 잘못되지 않았다면 간단한 징계나 주의로 고칠 수 있는 문제라 본다. 요즘은 오히려 설교 표절이 목사를 공격하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만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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