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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미공연 특별 기획]<2>신들린 예술혼, 천상의 아리아-조수미론

[밴쿠버 중앙일보] 기사입력 2003/03/31 14:14

그녀의 노래는 '완벽한 소리의 결정체'

카라얀 "신이 내린 목소리" 격찬하기도
30세 이전에 세계5대 오페라극장 정복
세계가 주목하는 당대 최고의 소프라노

좋은 경치를 보았을 때 저 경치를 못보고 죽었다면 어찌했을까 걱정했고
좋은 음악 들었을 때 저 음악 못듣고 세상 떠났다면 어찌했을까 생각했지요.
당신, 내게는 참 좋으신 사람. 만나지 못하고 이 세상 흘러갔다면
그 안타까움 어찌했을까요.
-나태주,「꽃피우는 나무」중에서

1. 혼(魂)의 울림

한 시대를 통해 유난히 각인되는 인물이 있다.
예술가들 중에도 남다른 관심과 주목으로 만인의 연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 그녀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한 세기에 하나 나올까 말까한 재능의 주인공이라는 찬사를 받은 그녀. 신이 주신 목소리의 주인공이라 명명되는 그녀. 그녀가 부르는 노래들은 '천상의 소리', '완벽한 소리의 결정체'라 거침없이 일컬어지며 과연 그녀의 노래가 정녕 인간의 것인가 하는 의구심마저 갖게 한다.
그녀의 노래에는 영락없이 신기(神氣)가 서려있는 듯하다.
노래 부르는 순간만큼은 인간이 아니라 소리의 여신으로 화한 듯하다.

재능이 신이 주신 것이라면 그 재능을 갈고 닦아 빛내는 것은 인간의 몫에 해당된다.
참된 예인(藝人)이라면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보다 나은 예술 경지를 개척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단순한 기예(技藝)의 경지를 벗어나 예도(藝道)에 이르기 위해, 예선(藝仙)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 혼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조수미의 예술적 삶을 들여다 보면서 그녀야말로 바로 그 모범이 되는 인물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고전적인 예술관이 사라지고 자본의 논리에 밀려, 참된 예인이 부재하는 오늘날 그녀야말로 예술인의 귀감이 될만한 그런 사람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프랑스의 미학자 가스통 바슐라르가 말했던가. 진한 미적 감동은 놀라운 정신적 체험을 경험하게 하고 영혼이 쇄신된 것 같은 새로워진 느낌 즉 '존재의 전환'을 맛보게 해준다고. 더 나아가 전과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 즉 '혼의 울림'을 선사한다고. 조수미 그녀의 노래를 듣고 있는 동안 바슐라르의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2. 세계 성악계의 불기둥

천부적인 자질과 예술적인 정열, 혼신의 노력을 세 축으로 완벽한 예술세계를 창출해 낸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
그녀는 1962년 서울에서 출생했다.
흔히 큰 인물은 한 대(代)에 이루어지기가 어렵다고들 하는데 그녀 역시 훌륭한 어머니의 예지와 노력에 많은 은혜를 입고 있다.
문학적 감수성과 노래에 각별한 취미가 있던 어머니 김말순 여사는 어려서부터 남다른 그녀의 재능을 알아 보았다.
탁월한 예술적 감수성을 지닌 조수미에게 폭넓은 독서와 피아노, 가야금, 성악, 발레 등을 두루 섭렵하게 했다.

유난히 다혈질이고 개구쟁이로서의 유년기를 보낸 그녀는 초등학교 4학년 동요대회 참가를 계기로 선화예중 유병무 선생을 만나게 된다.
아울러 선화예고 재학중 당시 국내 성악계의 프리마돈나로 불리던 서울대 이경숙 교수와 만나게 된다.
이경숙 교수와의 만남은 그녀의 음악적 생애에 또 다른 전기가 된다.

이경숙 교수는 조수미를 처음 만나는 순간 그녀의 탁월한 재능을 간파하였고 세계적인 음악가로서의 자질이 있음을 알아보게 된다.
그녀에게 '음악은 사랑과 기쁨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예술'이며 '좋은 성악가가 되려면 끊임없는 노력과 헌신이 필요'하며 '노래에서 가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 준다.
천성적으로 절대 음감(音感)을 갖고 있던 조수미는 가사에 대한 이해 또한 남달랐고 눈부신 총명함으로 외국어를 짧은 시간에 터득하는 놀라운 면을 보여 주기도 했다.

1981년 서울대 음대를 수석으로 입학한 조수미. 좁은 국내 무대에서는 그녀의 재량을 마음껏 펼칠 수 없다고 판단한 이경숙 교수는 그녀에게 오페라의 본고장인 이태리로 유학할 것을 적극 권하게 된다.
1983년 3월 마침내 그녀는 세계무대를 향한 도약을 위해 유학을 떠난다.

이태리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에서 보렐리 교수의 지도를 받게 된 그녀는 파(Fa)에서 파(Fa)까지 3옥타브의 음역을 개척하게 된다.
그러나 보렐리는 메조소프라노였으므로 그녀에게 소프라노음을 제대로 가르칠 수 없었다.
다부지고 남다른 의지를 지닌 조수미는 보렐리가 말로 설명해 주는 새로운 음(音)을 찾기 위해서 매일 4시간에서 5시간씩 피나는 연습을 한다.
매일 매일의 연습을 통해 새 음을 스스로 발견하면서 하이 소프라노의 음역을 넓혀갔다.

밝고 투명한 음색이 그녀의 천부적인 자질이라면 콜로라투라(coloratura, 소프라노 중 가장 높은 음역)의 완벽한 구사는 집요하리 만치 거듭된 훈련의 결과라 할 수 있다.
현재 고난도의 기교를 요하는 로시니, 모짜르트, 도니제티의 오페라에서 그녀가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그녀의 피나는 노력의 결실이라 할 수 있다.

쉽지 않은 유학 생활동안 남들과 마찬가지로 그녀 또한 많은 고생을 감수해야 했다.
학교수업, 렛슨, 어학원 수업 등을 위해 하루 4시간 정도의 잠을 자며 강행군 하던 그 시절, 영양실조로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다.

유학 2년만인 1985년 그녀는 나폴리 존타(Napoli Zonta) 국제 콩쿠르에서 1위로 입상하면서 국제무대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어 다양한 국제 콩쿠르를 차례로 석권하면서 경력을 쌓은 그녀는 1986년 10월 26일 정식으로 오페라 데뷔를 하게 된다.
이태리 5대 극장중의 하나인 트리스테의 베르디 극장에서 "리골레토"의 질다역으로 출연하게 된 것이다.
그녀 나이 스물 셋의 일이었다.

그러던 1986년 11월, 세계적인 거장 카라얀에게 발탁되는 행운을 얻게 된다.
오디션에서 조수미의 노래를 들은 카라얀은" 도대체 지금까지 어디에 숨어 있었던 거지? 수미 조의 목소리는 신이 내린 소리야. 그런 목소리는 한 세기에 하나 나올까 말까한 신의 선물이지."라고 격찬해 마지 않는다.
2년 뒤인 1988년에는 카라얀의 마지막 음반이 되는 '가면 무도회'에서 플라시도 도밍고 등과 함께 오스카 역으로 녹음에 참가해 세계적인 명성을 쌓기도 했다.

이후 밀라노의 라 스칼라(1988), 뉴욕의 메트로 폴리탄(1989), 런던의 코벤트 가든(1991), 빈의 국립 오페라(2001), 파리 바스티유(1993)등 소위 세계 5대 오페라 극장에서 프리마 돈나로 공연하며 눈부신 활약을 하였다.
그녀 나이 30세 이전에 세계 5대 오페라 극장 모두를 정복하는 쾌재를 올린 것이다.
이는 음악사에 있어서 다시 찾아보기 어려운 전무후무한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또 다시 그녀는 1993년 성악가의 최고 영예인 황금 기러기 상을 수상하게 되며 같은 해에 그래미상까지 수상하게 된 그녀는 명실공히 당대 최고의 소프라노로 인정 받기에 이른다.


3. 조수미 그녀가 아름다운 이유

이후 조수미는 세계 각지를 돌며 성악의 꽃으로 일컬어지는 오페라에서 질다(리골레토, 베르디), 밤의 여왕(마술피리, 모차르트), 로지나(세빌리아의 이발사, 로시니) 아디나(사랑의 묘약, 도니제티), 올림피아(호프만 이야기, 오펜바하) 등의 역으로 출연하였다.

모차르트의 저 유명한 오페라, '마술피리'에서 '밤의 여왕'역에 관한한 조수미는 세계최고로 알려져 있다.
유럽과 미국의 언론들은 이탈리아 정통 벨칸토 테크닉으로 밤의 여왕을 완벽하게 들려주는 소프라노라고 그녀를 극찬한다.
이처럼 그녀의 고음처리는 아주 맑고 자연스러운 세계 최정상급으로 알려져 있다.

정상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끊임없는 노력과 다양한 시도로 예술가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는 조수미는 세계 음악팬들로부터 '마리아 칼라스'와 '조앤 서더랜드'의 뒤를 잇는 이 시대 최고의 벨칸토 소프라노로 인정받고 있다.

남다른 정열과 자신감. 완벽함을 추구하는 장인정신. 끝없이 자신을 확장시켜 나가는 열린 정신. 내면의 소중함과 예의 자유에 대한 진정한 인식. '인생은 짧고 예술을 길다'라는 명제에 대한 참된 이해. 진정 사랑 가득 찬 마음으로 노래하려는 따뜻한 가슴. 고통의 이해에서 아름다운 소리가 나온다는 인식. 모든 경험에서 무언가를 배우려는 인간적인 자세. 동양적인 겸손함. 이 모든 덕목을 장점으로 갖고 있는 조수미.
이제야 조금은 알 듯도 하다.
왜 조수미 그녀가 세계적인 프리마돈나로 세인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는지를. 왜 그토록 거대한 불기둥으로 솟아 올라 한 시대의 음악계를 밝힐 수 있는지를. 왜 그녀가 그토록 아름다운 모습으로 우리에게 눈부시게 다가오는지 또한.
글=연은순 문화전문기자 (문학박사) girinyeon@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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