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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의 아픈 역사 간직한 유적지…사바나(Savannha) 국립 사적 지구

신현식 기자의 대륙 탐방

대서양 해안을 따라 미국의 도시들이 만들어졌다. 영국과 무역을 하던 마을들이 경제적으로 성장하면서 도시로 발전했다. 항구도시가 발전하면서 새로 유입된 유럽 이민자들이 내륙으로 퍼져나가고 새로운 도시가 형성 된 게 미국의 역사다.

사바나는 1733년 영국인에 의해 세워졌다. 조지아주에서 제일 큰 도시인 애틀랜타 보다 오래된 도시이다. 영국 식민지 시대에 목화와 담배를 수출해 번창한 곳이고 지금도 수시로 대형 컨테이너 선박이 드나드는 미국 동남부 최대 무역항이다.

남부의 항구들 중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과 사바나는 아프리카에서 노예를 실은 배가 들어오고 노예시장이 섰던 곳이기도 하다. 여기서 팔린 노예들이 쇠사슬에 묶여 기차나 걸어서 타지역으로 팔려나갔다. 지금 시청이 바라보이는 항구에 서 있는 노예 가족 동상이 그 시대를 가늠하게 한다.

국립 사적 지구로 지정된 사바나는 식민지 시대 분위기가 남아 있다. 2300여 채의 빅토리아 양식의 건축물들이 고풍스러운 영국의 도시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도시의 특징은 미국 최초로 도시계획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항구를 중심으로 한 상업지역과 주거지역이 바둑판 모양으로 잘 정비돼 있고 중간 중간에 조성된 24개의 공원이 아름답다.



남북 전쟁 때 북군에 점령 당한 이 도시에 위기가 찾아왔었다. 애틀랜타를 점령하면서 몇 개의 교회와 병원만 남기고 초토화시키며 사바나로 진격해 가던 북군 사령관 셔면 장군은 이 도시에 매료되어 파괴하지 않고 링컨 대통령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줬다는 일화가 있다.

지난 겨울 3년 만의 한파와 폭설이 몰아닥친 애틀랜타를 염화칼슘을 잔뜩 뒤집어써 허옇게 된 채로 벗어나서 사바나에 도착했다.

시내에서 10마일 정도 떨어진 스키드웨이 아일랜드 캠프그라운드에서 캠핑을 시작했다. 다음날 1860년대 만들어진 사바나 중앙역 자리에 있는 방문객 센터를 찾아 무료로 제공되는 시내 지도와 몇 가지 정보를 얻어 넓지 않은 올드타운을 도보로 돌아다녔다.

톰 행크스가 열연한 영화 '포리스트 검프' 촬영장소 치페와 광장을 찾았다. 영화의 첫 장면인 주인공이 벤치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면서 자기가 살아온 인생 여정을 옆 사람에게 이야기하던 바로 그 곳이었다. 화려하지 않지만 우아했다.

사바나 지역 요리사 폴라 딘은 남부 사투리가 섞인 재담과 남부 가정식을 소개하는 푸드 채널의 스타였다. 그녀는 몇 년 전 흑인 종업원에게 모욕적인 비하 발언과 흑백 종업원 간의 임금차별 지급, 흑인 여종업원에게 노예시대 하녀 옷을 입히는 등의 행동이 알려져 비난을 받고 TV화면에서 사라졌다.

폴라 딘이 운영하는 레이디 앤 선즈라는 음식점 앞을 불편한 마음으로 지나쳤다. 아직도 식당은 그녀를 지지하는 백인 손님들로 문전성시였다.

서던 호스피털리티(Southern Hospitality)라는 말이 있다. 순박한 남부 사람들이 외지인들에게 친절하게 환대해 준다는 말이다. 아마 백인들끼리 그렇다는 말일 거다.

남부는 노예제가 폐지되고도 오랫동안 인종분리 정책과 함께 흑인들에게 린치와 혐오범죄 등이 있었던 어두운 과거가 있다. 모든 남부 사람들이 그렇지 않겠지만 일부 백인들의 인종차별 정서를 의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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