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마당] 시대 변화와 노인
박영혜·리버사이드
4월 초였다. 남편이 타주의 젊은 목사님의 전화를 받았다. 목사님이 갑자기 교회를 떠나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나중에 들으니 미국의 교회법을 잘 몰랐던 목사님의 실수였다.
그 교회 성도의 남편이 가끔 여자 성도들의 몸을 터치했다.
이야기는 노회까지 알려졌다. 목사님은 보고 의무를 알지 못해 보고를 안 했던 것이 문제가 되어 일이 커졌다.
장로교 교단에서는 3년에 한 번씩 목회자들에게 성범죄 예방 교육을 한다. 반갑다고 여자 성도의 손을 먼저 잡는 것도 조심 사항이라고 들었다. 십 오륙 년 전 오렌지 카운티 우리 집 맞은편에 한국전 참전용사인 필리핀계 할아버지가 사셨다. 그 내외는 우리 시부모 같은 나이에 명절엔 자신들의 전통 음식도 가져다 주고 늘 친절했다.
그후 우리는 이사를 했다. 가끔 옛집에 갈 일이 있었는데 새 테넌트가 자기 아들이 그러는데 그 할아버지가 성범죄자라고 했다. 믿을 수 없다 했더니 아들이 경찰이라며 웹사이트를 가르쳐 주었다. 몇 달 전 그곳의 이웃 말에 의하면 그 할아버지는 어떤 성적 폭행을 한 것이 아니라 10대 여자아이에게 성희롱적인 말을 한 것이라 했다.
구십이 넘은 할아버지는 시대의 변화도, 새로운 법도 몰라 옛날처럼 여학생에게 성희롱적인 말을 해 평생 성범죄자로 산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사는 동안 시대의 변화를 무시하고 살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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