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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셔 플레이스] 대통령의 '기쁨조' 정치

탄핵이 어디 동네 이름도 아니고. 요즘 미국서도 정치권의 키워드가 되고 있는 형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내통 혐의로 특별검사의 조사를 받게 돼서다. 하기야 트럼프와 같은 당 소속인 조지 부시도 2기 집권 중간쯤 탄핵설에 시달렸다. 연방검사 8명을 특별한 하자가 없는데도 잘랐기 때문. 법무부 장관의 구차한 변명이 논란에 불을 지폈다.

정권에 고분고분하지 않아 해임했다는 이유를 댄 것. 불똥이 대통령에까지 튀었다. 민주당 측은 절차상의 잘못은 물론 권력을 남용했다며 '부시 탄핵'을 외쳤다.

처음엔 '정치적 레토릭'이겠지 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갈수록 탄핵에 동력이 붙었다. 이러다가 혹시. 급기야 부시가 입을 열었다. "(검사들은) 원래 '대통령의 기쁨조(serve at the pleasure of the president)'인데 내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 그래서 해임했는데 내가 법 규정을 어겼다는 게 말이 되는가." 부시의 카운터 펀치 한 방에 탄핵설은 쏘옥 들어갔다. 대통령의 말씀이 구구절절 옳아서였을까. 그런데 검찰이 대통령의 기쁨조?. 사실 대통령의 뜻에 따라 업무를 수행한다고 해야 바른 표현이지만 우리말로 굳이 해석하자면 '기쁨조'가 딱이다. 용어의 출처는 정확지 않다. 아마 유럽의 절대왕정 시절 왕이 신하를 파리목숨 대하듯 한 데서 나오지 않았나 짐작할 뿐이다.

21세기에도 '기쁨조' 논리가 유효하다니 신기한 생각마저 든다. 그렇다면 미국은 '제왕적' 대통령제 아닌가. 연방검사는 임기 4년으로 모두 93명이다. 정권이 바뀌면 사임하는 게 관례다. 새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여서 '정무직'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기쁨조'라는 말이 생겨난 배경이다.



부시는 일부 검사들이 임면권자의 뜻을 거스르자 가차 없이 칼을 댄 것이다. 연방판사는 한 번 상원 인준을 받으면 그 직이 종신 보장되지만 연방검사는 대통령에 '기쁨'을 안겨주지 못할 경우 언제든 물러나야 하는 자리다. 끗발로 따지면 카운티 검사장만도 못하다. 왜? 연방검사는 임명직 공무원이지만 카운티 검사장은 선출직이어서 그렇다.

대체 대통령의 '기쁨조'는 몇 명이나 될까. 어림잡아 6000명이 좀 넘는다.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고위직은 이른바 '플럼 북(Plum Book)'에 나와 있다. 연방의회가 발간하는 책자로 표지가 자두 색깔이어서 그렇게 부른다. 연방검사 전원이 '플럼 북' 포지션이다.

이번에 드러난 놀라운 사실은 연방수사국(FBI) 국장도 '플럼 북'에 올라 있다는 점이다. 임기가 10년이라지만 정무직이어서 대통령이 사표를 받을 수 있다. 괘씸죄에 걸렸는지 그 수장이 잘렸다. 트럼프가 '러시아 내통설' 수사를 중단하고 충성서약을 하라며 국장을 윽박지르자 이를 거부, 결국 FBI를 떠났다.

여론이 악화되자 법무부 부장관이 직권으로 특별검사를 임명해 충격을 줬다. 부장관 또한 대통령의 '기쁨조'에 불과한 터. 그런데도 대통령에 쏠린 의혹을 철저히 밝혀내겠다며 특검을 수용한 것이다.

가능성은 아주 작아 보이지만 벌써부터 '대통령 마이크 펜스'도 나쁘지 않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펜스 부통령이 트럼프를 승계해 새 백악관 주인이 된다는 뜻이겠다. 미국이라고 왜 헌정 위기가 없었겠는가. 고비마다 빛을 발휘한 건 공직자 윤리다. "우리는 대통령의 기쁨조가 아니라 국민의 기쁨조다."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대통령의 운명은 그 나라 국민이 기쁜가, 기쁘지 못한가에 달려있지 않나 싶다. 국민을 즐겁게 만드는 대통령만이 참 지도자라고 해야 할지. 이번 사태의 교훈이다.


박용필 /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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