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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여름방학엔 꿈을 꾸게 하라

가끔 방문하는 웹사이트가 있다. 하지만 홈페이지가 워낙 복잡해서 방문할 때면 주르륵 위아래만 훑고 지나가던 인터넷 사이트였다. 이날 따라 두 명의 자녀가 있다는 백인 엄마가 쓴 일기 형식의 글이 눈길을 끌었다. 이 엄마의 글은 자녀의 친구 모임에 데려다 주고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 나눈 대화에서 시작했다.

다른 학부모들이 서로 아이들을 무슨 봉사활동을 시키느냐고 정보를 교환하더란다. 주고받는 이야기를 무심히 듣고만 있다가 자신에게 질문이 돌아오자 이 엄마는 "큰 아이가 겨우 7학년이다. 봉사활동은 아직 하지 않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지금부터라도 봉사활동을 시켜야 대학 진학에 유리하다"는 코칭이 쏟아졌다고 했다. 게다가 자신을 쳐다보던 다른 엄마들의 눈빛들은 "아니 무슨 엄마가 이렇게 태평하지?"였다고 한다.

그 엄마는 글에서 "생각을 하고 또 했지만 그래도 지금의 내 결정이 옳은 것 같아 밀고 나가기로 했다"며 "나는 아이들에게 이력서를 위한 자원봉사는 강요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그들이 자원봉사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도록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며 보여주겠다"고 썼다. 또 자녀들과 함께 한달동안 여행을 떠날 것이라고 했다. 학교 수업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걱정하는 엄마들에게 "공부하라고 말해야 공부하고 수업을 빼먹기 때문에 성적이 떨어진다면 이미 이 아이들은 공부에 소질이 없다는 걸 증명하니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할 것이라고 했다.

이 엄마는 "만일 아이들이 늦게라도 공부의 기쁨을 깨닫고 대학을 간다고 한다면 지지할 것이다.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경험을 쌓았다가 학교로 간다고 결정하면 박수를 칠 것이다. 아이들 스스로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큼 기쁜 일이 있을까? 자녀들이 적극적으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나는 계속 응원하고 자랑스럽다고 말해주겠다"며 글을 끝맺었다.



이 엄마의 글을 읽은 방문자들은 '신선하다' '그럴수 있을까' 등 다양한 의견을 냈다. 아마 한인 커뮤니티에서도 조금 낯선 글일 수 있다. 자녀가 좋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아침부터 밤까지 쫓아다니며 뒷바라지 해주는 학부모들, 자녀보다 더 열심히 학교 수업내용을 공부하고 각종 특별활동과 봉사활동을 알아보는 학부모들이 셀 수 없이 많기 때문이다. 모두 자녀의 미래를 위해서다. 좀 더 좋은 학교에 진학해 우수한 교육을 받고 더 나은 조건으로 사회에 진출하길 바라는 마음에 자녀보다 더 열심을 낸다. 그 결과는 알 수 없다. 부모의 생각을 따라주는 자녀도 있고 반항하거나 다른 길로 걸어가는 자녀들도 있다. 그런 차이 때문에 갈등을 겪는 부모들도 만난다.

여름방학이 다가오니 부모들의 고민이 또 시작된다. 좀 더 알차고 유익한 시간을 자녀가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고민이다. 하지만 이 모든 건 자녀 스스로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는 의지가 있어야 가능하다.

하버드를 비롯해 명문 대학의 입학사정관들이 찾는 지원자의 특성은 비슷하다. 부모의 뜻에 따라 쫓아가는 삶을 사는 학생이 아니라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성취하는 기쁨을 느끼는 학생이다. 그럴려면 자녀가 하고 싶는 일을 찾을 수 있도록 놔두고 지켜보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야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무엇을 좋아하는 지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올 여름은 자녀가 꿈을 꿀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자유를 만끽해볼 수 있게 해보자. 가을에는 자신감을 갖고 최선을 다한 결과를 들고 자신있게 웃는 한인 학생들이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장연화 / 교육연구소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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