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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설교 표절은 범죄다

장열/사회부·종교담당

지난 2015년 소설가 신경숙이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을 표절했다는 논란이 한국 사회 전체를 흔들었다.

당시 문제를 제기한 소설가 이응준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표절의 악순환을 체계화시킨 것이 바로 문단"이라며 일침을 가했다.

그는 '우상의 어둠, 문학의 타락'이라는 글에서 되레 잘못을 비호한 한국 문단을 '침묵의 공범'이라 질타했다. '뻔뻔한 시치미' '작당하는 은폐'라는 표현까지 빌려 "도덕이 완전히 무너져버린 한국의 순수문학 안에서 표절은 아주 다양한 방법으로 치밀하게 진행돼 몽롱하게 마무리된다"고 성토했다.

표절 논란에 대한 교계의 현실이 이와 유사하다.



최근 한 유명 목회자가 타인의 설교를 수차례 표절해온 사실이 드러나 사임했다. 하지만, 교계에서는 설교 표절이 암암리에 행해질 정도로 어제오늘만의 문제는 아니다. <본지 5월23일·a-26면·5월30일·a-20면>

설교 표절에 대한 당사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둔감하다.

"바빠서 그랬다" "출처 밝히는 걸 잊어버렸다" "(표절 시비를 걸어) 교회를 무너뜨리려는 수작" 등으로 변명했다. 과연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는 걸까. 일부 교인들은 이기적인 반응도 보였다.

"표절 설교라도 좋은 말씀을 널리 나누는 거니 괜찮다" "결국 성경의 가르침인데 뭐가 문제인가"라며 교계 안팎의 논란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타분야에서 표절은 매우 심각하게 다뤄진다. 윤리를 넘어 법적 문제로까지 번진다. 표절 때문에 사회 주요 자리에서 낙마한 인물들도 무수히 많다.

단순히 물건을 훔치는 것만 절도인가. 지적재산권 등의 법적 기준에서는 보이지 않는 개념, 아이디어 등을 훔치는 행위 역시 절도다. 표절 행위가 '지식 도둑'으로 불리는 이유다.

설교 표절은 양심의 마비와 교계의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다.

신학교가 생존에 시달리다 보니 학생 확보를 위해 수준을 낮췄고 이는 양질의 목회자 배출을 어렵게 했다. 이는 교계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졌다. 목사들이 제대로 실력을 갖추지 못하다 보니 결과를 위해서라면 그릇된 과정(표절)도 합리화시켰다.

설교 준비를 위한 치열한 고뇌와 묵상, 거기서 수반되는 지성과 영성을 통한 힘겨운 씨름 역시 목사에겐 숙명이다. 바빠서 혹은 부족한 실력을 감추려고 선택한 행위가 노력이 아니라 표절이라면 결국 자격이 문제다.

자신(목사)에 대한 교인들의 평가와 시선이 비양심적인 표절을 저지르는 것보다 더 신경쓰였는가. 목사에게 주어진 숙명이 부담이라면 목회 자체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 차라리 좀 더 편한 직업을 구하는 게 낫다.

교인들도 설교 잘하는 목사만 쫓아선 안 된다. 설교는 목사를 평가하는 요소 중 하나일 뿐이지 절대적 기준은 될 수 없다. 그러한 인식이 목사에겐 무언의 압박으로 작용하고 그들을 표절의 유혹으로 내몰게 한다. 목사의 신앙은 설교단 위에서가 아니라 내외 면의 조화를 통해 일상에서부터 묻어나와야 한다.

타인의 것을 인용할 경우 출처를 밝히는 건 절대 부끄러운 게 아니다. 상식이며 인용자에게는 의무다.

표절은 범죄다. 교계의 경우 표절의 악순환을 체계화시키는 것은 바로 범죄에 대한 둔감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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