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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맥 세상] 내몸 독립선언과 건강주권


평소 잔병치레가 거의 없어 건강엔 자신이 있었다. 웬만한 것 다 먹지만 탈이 난 경우는 기억에 없다. 그렇게 오만방자(?)한 몸이 지난 주말 된통 당했다. 일행과 함께 해변가 식당에서 회를 먹고난 뒤 집단 식중독이 발생한 것이다. 위로, 아래로 쏟아내면서 하루 꼬박 진을 쏙 뺐다. 건강 앞에서 겸손하라는 메시지가 아니었나 싶다.

자연의학적 관점에선 비정상을 정상으로 만들려는 항상성(Homeostasis)의 과정으로 몸의 증상을 본다. 그 때문에 약은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약은 증상만 일시적으로 없애주고, 몸이 항상성을 가동하는 '치유과정(healing process)'에 개입해 회복을 더욱 느리게 한다. 그런 믿음이 있기에 복통이 왔어도 '치료'할 생각은 없었다. 위로 아래로 쏟아내는 몸의 '작용'을 치유 과정으로 확신했기에 고통스럽긴 했지만 하루 지나서 빠르게 회복되는 몸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기 몸에 자신감을 갖지 못하면 약이나 병원에 의존하는 태도를 갖게 된다. 복통이 왔을 때 병원을 찾거나 설사나 구토를 멎게 하는 약을 먹어서 '치료'한다고 생각한다면 자기 몸의 치유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다.

몸이 자기 면역력으로 '배출'해 정상을 찾으려는 증상은 몸이 살고자 하는 증표다. 그런데 이 증상을 '없애겠다'며 약을 먹으면 회복시간만 더 걸린다.



이처럼 몸의 면역력이나 항상성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나 지식이 있다면 약과 병원에 기대는 의학적 맹신에서 깨어나 현명한 의료 소비자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몸이 나타내는 각종 반응에 겁을 먹지 않고 자신있게 이겨낼 수 있다.

'의사가 된 후에야 알게된 위험한 의학, 현명한 치료'란 책을 낸 의사 김진목씨는 약에 의존하는 현대의학의 한계를 절감하고 자연치유의 길을 걷고 있다. 김씨는 "현대의학적 치료로 인해 오히려 병을 키우거나 얻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에 절망하게 됐다. 현대의학이라는 우물 속에 갇혀 있던 내 시야의 한계를 인식한 이후부터 새로운 희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약과 병원에 의지하지 말고 생활습관을 고쳐야 근본적인 건강을 찾는다고 강조한다. 그는 병원에 기대지 않는 탈의학화, 생활치료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현대의학은 의료 소비자가 자기 질병에 대해 방관하고, 건강에 대한 주체성을 상실하도록 유도해왔다. 더 이상 병원이나 의사가 내 몸의 주인 행세를 하지 않도록 수동적인 환자가 아닌, 적극적이고 똑똑한 의료 소비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결국 항상성과 면역력을 갖춘 몸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의사와 병원에 몸을 무조건 맡기는 건강식민주의를 벗어나 진정으로 자기 몸의 주인이 되는 내몸 독립선언을 하라는 말이다.

몸에 이상이 생기면 그 원인이 된 생활습관을 고치는 것이 가장 확실한 근본 치료법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약과 병원에 의존해 해결하려고 한다. 그게 손쉽고 간단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노력은 하지 않고 약으로 증상만 없애는 '땜질'식 치료가 이어진다.

그런 건강식민주의는 작은 병을 큰 병으로 만드는 주원인이다. 생활습관을 개선해 치료하는 '생활치료'의 중요성을 깨닫는 것은 내몸 독립선언의 출발점이다.

세계적인 면역학자 아보 도오루는 "생활을 개선하지 않고 단지 수술만으로 암이 나았다는 소식을 접하면 조금 걱정스러울 때도 있다. 발병 원인이 그대로 있기에 1~2년 뒤 재발할지도 모른다. 원인을 제거하지 않는 암 치료는 의미가 없다"고 단언한다.

극심한 복통을 거치면서 내몸독립선언의 중요함을 다시 한번 절감할 수 있었다.


이원영 /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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