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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카페]류명수 시인 “시조는 내 삶에 대한 고백성사”

진민재 기자 chin.minjai@koreadaily.com
진민재 기자 chin.minjai@koreadaily.com

[워싱턴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7/05/31 06:35

빛을 향한 기다림
시조시인 류명수

“이 시조는 어떠세요?” “이 대목에 소리가 나을까요 울림이 나을까요?”
같은 시조를 읽고 또 읽고, 인터뷰가 끝나고도 몇 번이고 전화와 메일을 주고받으며 끝없이 고민하는 시인에게 ‘꺼지지 않을 열정’을 직감할 수 있었다.

류명수 시인은 시인이기 이전에 화가다. 이화여대 미대 조소과를 졸업해 1982년 미국으로 건너와서도 미대에서 도예로 석사학위를 취득한 이력을 보면 틀림없는 화가다. 이런 그녀에게 시인의 타이틀이 붙게 된 계기는 또 뭘까?

류 시인은 “시집가는 딸에게 평생에 남을 선물을 주고 싶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며 “그렇게 쓴 글 중 하나를 우연히 공모전에 보냈는데 당선하게 돼 얼떨결에 시인으로 데뷔하게 됐다”고 전했다. 일상에서 어느 날 덩그러니 놓인 차탁을 보며 ‘나무를 매만져 내 손에서 탄생하는 차탁 하나 만들면 좋겠다’는 열정을 담은 작품 ‘차탁’이 2013년 워싱턴 신인문학상에 당선되면서 문학의 세계로 들어선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처녀작을 포함, 모두 73편의 시조를 엮고 표지에 들어갈 제목을 서예로 직접 쓰고 꽃과 구름을 돌에 새긴 각으로 디자인해 완벽히 엄마의 시·서·화로 꾸민 시조집 『꽃구름에 머물다』를 딸 결혼식 날 선물했다.

세 가지 일치를 이뤘으니 ‘삼절 화가’로 한 번쯤 칭하고 싶다 하니, 류 시인은 “제 호가 본디풀이에요. 마치 야생초가 기다리던 햇빛을 받고 영롱하게 빛날 때 더 이상 하찮은 풀이 아닌 풀의 본디 이름으로 불리는 것처럼, 저도 그렇게 불릴 수 있는 날을 기다리며 쓰고 또 그리며 제 삶의 과정에서 노력할 뿐 아직 아무것도 아닙니다”라며 겸손함을 앞세운다.

그런데 왜 하필 시조일까? 흔치 않은 장르에 또 한 번 궁금증이 모락모락 피어난다. 이에 대해 류 시인은 이상하게 어릴 때부터 가요보다 민요를, 서양화보다 동양화를 좋아했던 ‘전통 애호가’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런 전통을 바탕으로 ‘그림을 글’로 또는 ‘글을 그림으로’ 표현하다 보니, 추사 김정희의 작품 ‘세한도’가 일본에서 마침내 한국으로 돌아온 데 대한 안도의 마음을 담은 ‘세한도, 추사의 그림을 보다’와 같은 그림과 관련된 시조 작품이 군데군데 드러난다.

최근에는 아직도 일본 박물관에 소장된 조선의 화가 안견의 작품 ‘몽유도원도’를 생각하며 가슴 아픈 마음을 담은 작품 ‘꿈으로 만나다-몽유도원도’를 쓰기도 했다.

류 시인은 “제게 글은 그림을 되새겨 보고 정리해 시조라는 틀로 재해석하는 과정이자, 또 시조를 통해 제가 살아온 삶을 고백성사처럼 되돌아보며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게 하는 씨앗과 같은 존재”라고 털어놓는다.

인터뷰를 마치며 고운 서울말에, 마치 시골 풍경 가득한 시어 조합의 원천에 끝내 마음을 떼지 못하니 시인은 단언한다. “미술과 문학, 즉 예술을 한다는 건 하나의 감각을 더 키우고 감성을 더 날카롭게 하는 것”이라며 “예술인으로 살아가니 절로 감성이 내 인생을 감싸 안는다”고 전한다. 어느새 싱그러운 잔디가 시화로 펼쳐지며, 시인의 삶이 한 수 시조로 뭉글뭉글 피어오른다.

꿈으로 만나다
-몽유도원도

빛나는 강물따라 쪽배 하나 흘러가고
도원동 산빛 좇아 새들이 날아가니
현해탄 검푸른 파도 접은 세월 드러낸다

숲속에 복사꽃 외로운 붉은 노을
꽃망울 떨리는 사연 서린 폭포 가리운 채
고향땅 그리운 향기 너를 안고 오려나

꿈속에 들리는 물소리 새소리
오백 년 서러운 한 돌아올 길 잊었는가
잠자는 조선의 숨결 그대 가슴 깨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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