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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거룩함' 일깨우는 것이 사제의 역할"

박비오 정하상 바오로 한인성당 주임신부 인터뷰
물질보다 더 소중한 가치 찾아서
영적 감수성 높이도록 돕고 싶어

하늘이 더없이 맑은 지난달 마지막 주일(28일)에 노스 힐스에 있는 성 정하상 바오로 한인성당의 사제관을 찾았다. 부임한 지 5개월을 맞는 박비오 주임신부(대구대교구)는 노스 캐롤라이나에서 열린(22일~25일) 대구대교구 미주지역 사제모임에 참석하고 막 돌아온 후였다.

-현재 대구대교구소속으로 미주지역에 파견되어 사목하는 사제는 모두 몇 명인가.

"미주지역에 18명이 있고 캐나다 캘커타에 1명 그리고 남미 볼리비아에 9명의 사제가 대구대교구에서 파견되어 있다. 이번에 참석한 대구대교구 사제모임은 일 년에 한 번씩 열리며 미국과 캐나다, 볼리비아에 파견되어 있는 대구대교구 소속의 사제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인다. 나로서는 물론 처음 참가한 것이었는데 무척 반가웠다."

-캐나다와 볼리비아에서의 사목은 어떠한가.



"캐나다는 한인 사목이고 볼리비아는 한인이 아닌 현지인 사목이다. 이번에 모인 사제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곳 미국에서의 사목이 가장 어렵다고들 한다. 아무래도 미국에서 살고 있는 한인 공동체의 생활여건이 녹록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부임하기 전에 어떤 사목을 했나.

"1998년에 사제서품을 받은 후 대구에 있는 효성여고, 대건고등학교, 근화여중 등에서 교목 신부로 인성교육과 종교교육을 담당했다. 알다시피 한국에서는 아이들이 입시로 인한 자살 등 여러 심적인 문제들이 많다. 이런 아이들에게 어떤 것이 더 소중한 가치(진실ㆍ생명ㆍ사랑ㆍ우정 등)인지 깨달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나의 사목이었다. '유일하게 숨을 쉴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는 말을 아이들에게 많이 들었다. 미국의 학생들과는 상당히 다른 환경일 것이다. 그리고 대신학원에서는 대학생들에게 영성생활을 강의했는데 지금 한국에서는 종교에 대해 많은 편견들이 있어서 젊은층에서는 회의적인 분위기가 많다. 진정한 가치를 찾게 해주는 것이 큰 과제이다. 그리고 2년 동안 경북 왜관 약목성당에서 본당 신부로 있다가 이곳으로 부임하게 되었다."

-이곳 한인 공동체의 인상은 어떤가.

"더 살아 보아야 알겠지만 짧은 동안 지내면서 느껴지는 것이 고국을 떠나 이곳에서 뿌리를 완전히 내리지 못한 데에서 오는 막연한 불안감이 있다는 인상이다. 이것은 이민 온 햇수라든가 경제적 기반과는 상관이 없는 것 같다. '삶의 뿌리'를 내린다는 것은 시간이나 물질보다 더 근본적인 '자신의 생존'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서 만난 신자들보다 삶 자체에서 오는 어떤 '절박감' 같은 것이 전해져 오는 것 같다. '여기서는 내가 모든 걸 책임져야 한다' '누구에게도 의지할 수가 없다' 는 생각을 개인차는 있겠지만 갖고 있는 것 같았다. 이것은 마음의 여유(이웃에 대한)와도 연관이 되고 나아가 '하느님과의 관계' '하느님 안에 뿌리를 내리는 신앙'과도 통한다고 본다."

-그래서 더욱 신앙생활에 열심이지 않을까.

"그럴 수 있다. 인간이 종교를 갖는 것은 두려움 때문이다. 두려움의 원천은 죽음인데 구세주가 이 죽음의 문제를 해결해 줌으로써 인간이 하느님과 친밀한 관계를 이룰 수 있게 되었다. 본능적으로 갖고 있는 '생존에 대한 위협'을 극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신앙적으로 뿌리가 내릴수록 이민이라는 환경에서 오는 모든 불안감, 위협감을 극복할 수 있다. 그래서 이곳에서 사제가 해야 할 일이 많음을 느낀다."

-어떤 일인가.

"강론에서 '십인십색'이란 비유를 즐겨 한다. 열이면 열 모두 다름을 인정하자는 뜻이다. 누군가 말했듯이 사랑은 서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이라 했다. 서로 다른 우리들이 예수님의 가르침을 바라보면서 향하여 가는 것이 '교회 모습'이다. 그 모습이 될 수 있도록 사랑의 중개자, 매개체가 되어주는 것이 우리 사제들의 일이지 않겠나."

-주력하고 싶은 사목은.

"서로 의견이 다를 수 있고 감정을 거칠게 표현할 수 있다. 하느님과 친밀한 관계에 있다면 큰 문제는 없다고 본다. 하느님과의 친밀한 관계를 이루려면 내가 하느님에게 어떤 존재인지를 우선 알아야 한다. 하느님 자녀로서 이미 각자가 받은 숨겨진 선물(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사목을 하다가 가고 싶다."


김인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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