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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서민을 위한 은행이 필요하다

[LA중앙일보] 발행 2017/06/07 미주판 21면 기사입력 2017/06/06 21:52

진성철/경제부 차장

#의류소매업을 하는 한인 A씨는 생각지도 못한 대금입금 지연으로 현금흐름이 꽉 막혔다. 1만 달러라는 돈이 없어서 신용을 잃을 위기에 처한 그는 급전을 구하러 한인은행을 두드렸지만 비즈니스 기간이 짧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40%의 고금리였지만 온라인 소액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려 급한 불은 껐다.

비단 사업주만 급전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갑작스러운 자동차 수리비와 의료비 등 일상생활에서도 예상치 못 한 지출로 수백 달러에서 수천 달러가 필요한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5명 중 3명은 비상금으로 단 한 푼도 없다고 답했으며 저축하고 있다고 말한 응답자의 60% 이상은 저축액이 1000달러 미만이었다. 이를 통해 한인을 포함한 서민들이 응급 상황 시 소액 융자를 받을 데가 없고 이에 대한 수요도 높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최근 한인상장은행 2곳이 1만~35만 달러까지 비즈니스 소액 융자 상품을 내놨다. 출시 2개월 만에 400건의 신청이 들어왔다고 한다. 소액 융자에 대한 수요가 몰린 건 그동안 소액 융자에 대한 갈증이 얼마나 심했는가를 보여주는 반증이라 하겠다. 문제는 1만 달러보다 더 적은 돈이 필요한 소비자 융자는 제도권 은행에서 찾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 틈을 파고든 게 온라인 대부업체로 40% 이상의 고리지만 제도권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을 만큼의 높지 않은 크레딧점수와 담보로 내놓을 게 마땅치 않은 급전이 필요한 소비자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일부에서는 고리지만 대부업체가 있어서 고맙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인은행들은 그동안 다른 융자상품과 인력과 비용은 같이 들어가지만 융자액 자체가 적어서 은행 실적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소액 융자를 회피해 왔다. 이로 인해 일부 사업주들은 비즈니스에 필요한 급전을 융통하려면 사채를 쓰거나 자동차 담보 대출을 이용해야 했다.

최근 수년간 한인은행들은 빠르게 성장했다. 전국 18개의 한인은행들의 자산 규모는 2016년 4분기 기준으로 277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2013년의 201억 달러에 비하면 76억 달러나 신장한 것이다.

한인은행의 성장의 뒤에는 한인사회가 있었다는 건 모두 인정하는 사실이다. 은행들은 리커스토어, 세탁소, 식당과 의류업소 등 소규모 한인업체에 운영자금으로 소액을 대출해주고 이자 등을 통해서 순익을 늘려, 한인은행들이 지금의 위치에 오를 수 있는 기반을 닦았다.

커뮤니티 은행을 표방한 한인은행들이 정작 서민에게 가장 필요한 소액 융자는 외면하고 외형적 성장과 수익창출에 큰 기여를 하는 부동산과 중소기업융자(SBA)만 집중해 왔다.

자산규모가 100억 달러가 넘는 리저널은행이 탄생했고 한인은행 9곳 중 자산이 10억 달러에 넘거나 근접한 은행이 7곳이나 있다. 지금이야 말로 한인은행들이 소비자 금융에 눈을 돌릴 때인 듯싶다. 그렇다고 은행보고 고리 대부업을 하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비즈니스 소액 융자뿐만 아니라 서민에게 필요한 중간 금리 정도를 받는 초소액 융자 상품 개발도 시급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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