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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작은 접촉점이 큰 관심 키운다

오 수 연 / 사회부 차장

주변에선 커피 마니아로 통한다. 언제부턴가 맛있는 커피숍을 찾아다니고 집에서도 좋은 커피빈을 사다가 에스프레소로 또는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려 먹는다. 그렇게 커피를 즐기고 사랑하게 됐다. 하지만 몇년 전만 해도 커피에 대해 문외한이었다.

커피의 존재는 그저 점심식사 후 식곤증에서 벗어나기 위한 도구 정도랄까. 시원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별 맛없이 즐겼다.

그런 커피에 관심이 가기 시작한 것은 취재를 하면서였다. 경제부였던 당시 LA한인타운에 속속 커피의 퀄리티를 강조한 커피전문점들이 들어섰고 몇 차례 커피를 취재하며 커피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또 맛을 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관심이 높아졌다.

관심은 그렇게 작은 접촉점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반갑게도 최근 한인 1.5세와 2세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5세인 크리스 예진씨는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스토리를 소재로 한 창작 연극 '킹스 랭귀지'를 오는 8일부터 4차례에 걸쳐 할리우드 무대에 올린다. 그는 "지난 미국 대선을 보면서 진정한 리더에 대해서 연극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세종대왕의 한글창제는 애민정신에서 나온 것이다. 세종은 진정한 리더"라고 말했다. 예진씨가 '링컨'이 아닌 '세종대왕'을 떠올릴 수 있었던 것은 아무래도 한국의 드라마가 한몫하지 않았을까 싶다.

43년 만에 엄마를 만난 입양아 레인 포스터볼드씨(46)는 2세 때 미네소타로 입양됐다.

백인커뮤니티에서 자라면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지만 어릴 적에는 한국에 대한 관심도, 엄마를 찾고 싶다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당시만 해도 한국은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였다. 그저 한국전쟁 정도로만 알려져 있었고 지금처럼 K팝이나 K드라마도 삼성 TV나 휴대폰, 현대, 기아차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가 한국 땅을 다시 밟은 것은 2012년 40세가 다 되어서였다. 다시 말해 그가 40세가 될 즈음 K팝이나 K드라마도 삼성 TV나 휴대폰, 현대, 기아차를 보면서 한국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됐다는 얘기다.

한인 2세 듀크 최 작가는 한국 민주화에 앞장섰던 최초의 민선 서울시장 고 김상돈씨의 전기적 에세이를 담은 비디오 전시회를 민족학교에서 열고 있다. 그 시작은 할머니가 보여준 낡은 사진첩의 사진 한 장에서 시작됐다.

어찌보면 미국에 사는 '한국인'으로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는 일은 그리 거창한 곳에서 시작되는 것은 아닌 듯 보인다. 작은 접촉점을 통해 관심이 생겨나고 관심을 키우면서 정체성을 자연스럽게 확립해 나간다. 때론 아이돌그룹 BTS를 좋아하다가 때론 타인종 친구들과 한식을 즐겨 먹다, 때론 성능 좋은 한국산 휴대폰이 좋아보여 한국에 대한 관심이 생겨날 수도 있다.

UC리버사이드 장태한 교수는 "성공한 한인 2세들의 상당수가 허공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이유는 뿌리를 모르고 확고한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뿌리를 제대로 내리지 못한 우리 2세들은 사상누각처럼 어느 순간 무너져 내릴 수 있다는 얘기다.

2세들의 정체성 확립은 중요하다. 그리고 그 정체성을 세워줄 씨앗이 될 수 있는 작은 접촉점을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은 아직은 1세들이다.

오늘은 아이들에게 공부하라는 말 대신 소파에 앉아 함께 한국 드라마 한편을 보는 것은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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