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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야기] 로봇 스님, 로봇 목사

이 명 현 / 과학저술가·천문학자

'많은 사람들이 둘러앉아 설법을 경청했고 간간이 스님과 로봇들도 보였다. 아마 일반 신자들이 데려온 비서 로봇들인 듯했다. 그는 미소 지었다. 설법을 듣는 로봇이라니. 그러나 법좌 쪽을 바라본 그는 정말로 깜짝 놀라고야 말았다. RU-4였다. 분명히 RU-4였다. 범용 인간형 로봇 시리즈 제4형 모델 중 하나가 수많은 신자와 스님들에게 설법을 하고 있었다'.

박성환 작가가 쓴 '레디메이드 보살'의 한 장면이다. 절에서 일하던 로봇인 '인명'은 어느 날 깨달음을 얻게 된다. 득도의 경지에 이른 것이다. '로봇도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가'라는 화두 앞에 사람들은 혼란에 빠진다. 인명을 부처로 인정하려는 사람들과 이 로봇의 득도 사실을 은폐하려는 권력층의 충돌 끝에 인명은 득도한 부처 로봇이지만 결국 폐기되는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박성환은 '레디메이드 보살'에서 인간과 로봇 모두를 불성을 갖고 있는 존재로 그리고 있다. 득도한 인공지능 로봇이 가능할까.

우리는 최근 몇 년 동안 알파고처럼 특정한 작업을 거의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보면서 감탄과 함께 두려움을 느끼곤 했다. 알파고와 대국을 했던 바둑기사의 말처럼 알파고는 이미 바둑의 '선계'에 올라선 듯하다. 말하자면 바둑에 득도했다는 것이다.



더 넓고 다양한 분야에서 인공지능 '왓슨'이 활약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몇몇 병원에서도 왓슨을 도입해 질병을 진단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진단의 정확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왓슨이 어느 순간 전국시대의 전설적 명의인 편작의 반열에 오를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도 이제는 전혀 무리가 아닌 세상이 됐다. 그렇다면 박성환의 소설 속 인명 같은 존재도 등장할 수 있을까.

중국 베이징에 있는 용천사에 인공지능 로봇 스님이 등장해 인기를 얻고 있다. 노란 승복을 입고 태블릿을 손에 들고 있는 60㎝ 정도의 작은 인공지능 로봇 '셴얼(賢二)'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셴얼은 불경을 외울 수 있고 사람들의 질문에 답할 수 있다고 한다. '사랑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사랑은 스스로가 완전히 만족되지 못할 때 생겨나는 강박관념입니다. 다른 이와 당신의 문제가 충돌하는 것입니다'고 답한다고 한다.

셴얼이 득도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레디메이드 보살' 속 인명을 기대하는 것은 공상이 아니라 근미래의 현실이 돼 가고 있다. 독일에서는 5개 국어로 목회를 하는 '블레스유투(BlessU-2)'가 등장했다. 이제 종교도 인공지능 로봇들의 블루오션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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