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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2개의 전선에서 싸우는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개의 전선에서 싸우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전선은 탄핵 정국이 시작된 국내 정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선언하면서 외교에서도 전선을 형성됐다. 트럼프가 전력을 기울여 승리해야 할 전선이 2개가 된 것이다.

2개의 전선에서 이기는 것은 어렵다. 전쟁이 잘 보여준다. 히틀러는 영국과 싸우는 서부전선에 이어 소련을 침공해 동부전선을 만들면서 몰락했다. 일본은 아시아 전선에 이어 미국과 태평양에서 싸우면서 패배를 재촉했다. 압도적 군사력을 가진 미군의 목표도 2개의 전쟁에서 동시에 승리하는 것이었다.

전쟁의 사례를 정치에 그대로 대입할 수는 없겠지만 동시에 2개의 싸움을 벌이는 것은 힘과 집중력을 분산시킨다는 면에서 분야와 상관없이 승리 가능성을 줄인다.

불과 한 달 전인 5월까지만 해도 외교는 국내 정치의 난관을 돌파할 뒷심으로 보였다. 북핵 문제 해법에서 대화를 강조한 것도 그렇지만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에서 3500억 달러의 투자를 끌어내면서 외교 성과는 리더십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6월이 되자마자 전격적으로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하면서 외교에서도 상황이 반전된다. 탄핵 정국은 그것대로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가 협약한 지구적 차원의 문제인 파리기후협약을 건드렸다. 자칫하면 한 발은 탄핵에, 다른 한 발은 외교에 묶일 수도 있다.

탄핵 국면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유착했다는 의혹에서 시작해 이를 수사하는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해임한 사법 방해 혐의로 접어들었다. 의회 청문회와 수사 중단 요구를 둘러싼 진실 공방에 이어 12일엔 로버트 뮬러 특검까지 해임할 가능성이 흘러나오고 있다. 코미 해임에 이어 또 다른 긁어 부스럼을 만든다면 트럼프의 가장 큰 적은 트럼프인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여기에 워싱턴DC와 메릴랜드 주 검찰총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반부패 조항 위반으로 기소하겠다고 나섰다. 외국 정부가 후원하는 행사가 열리는 호텔 경영권 등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협약 탈퇴는 외국은 물론 국내 반발도 거세다. 12개 주가 미국기후연맹을 결성해 독자적인 협약 준수에 나섰다. 제리 브라운 가주지사는 11일 이미 중국 시진핑 주석을 만나 협약 이행 협력을 논의했다.

협약 탈퇴라는 큰 결단에 이유가 명쾌하지 않은 것은 더 큰 문제다. '미국에 불이익을 가져다준다'는 부분도 구체적인 설명이 없지만 중국의 음모설도 설득력이 부족하다. 환경파괴가 지구의 기후를 바꾸었다는 이론은 전 세계적으로 과학을 넘어 정치와 일상에서 광범위하게 인정돼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어렵다.

수십 년 전 탄소 배출 규제가 논의됐을 때 가장 반대한 것은 중국이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이 지금까지 탄소를 배출했음에도 이제 산업화를 시작하는 중국 등 후발 국가에 똑같은 책임을 묻는 것은 산업화 방해 음모 아니냐는 것이었다. 그런 중국은 이제 오히려 탄소 배출 감소에 적극적이다. 국가 차원에서 전기차 개발과 관련 인프라 건설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있다. 미래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면서 환경문제도 해결하자는 것이다.

1950년대 LA는 세계 최악의 대기오염 도시였다. 지금의 베이징이었다.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가주는 가장 강력하고 모범적인 탄소배출 규제 정책을 만들었다. 현재 중국이 가장 많은 공무원을 파견해 규제 정책을 배우는 곳이 LA다. 트럼프는 당장 국내에서도 전면적인 협약 탈퇴를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

다른 곳은 몰라도 가주 정부는 앞으로도 설득이 안 될 것이다.

2개의 전선은 그나마 힘이 셀 때 한다. 그렇지 않다면 수습하고 정리하는 것이 좋다.


안유회 논설위원 ahn.yoohoi@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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