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마당] 밤낚시의 추억
지상문·파코이마
고삼 저수지로 낚시를 갔을 때 잘 통하는 친구가 급한 일이 있다 해서 어쩔 수 없이 혼자 밤낚시를 한 적이 있다. 저수지 안으로 100미터쯤의 물 위에 엉성하게 엮어진 자리에 앉아 낚싯줄에 떡밥을 달아 멀리 던졌다. 서너 시간이 지났나, 바람이 불더니 차츰 파도가 일고 수초는 서걱거리며 소리를 지르는데 여름밤 추위는 매서워졌다.
고기를 기별이 없고 얇은 덧옷에 공포심까지 겹쳐 덜덜 떨고 있었다. 큰 이무기가 수초를 헤치고 달려들 것만 같았다. 낚시를 던지는 것도 지쳤다.
사공은 2시쯤에 뜨거운 국물을 갖고 오겠다고 했는데 시간은 더디 가고 혹 그 사공이 잠들어 버리면 어쩌랴 싶어 외로운 밤낚시를 원망하고 있었다.
졸았나 보다. 얼핏 빨간 찌가 없어졌다. 낚아채니 묵직하다. 바닥에 줄이 걸렸나 했는데 오히려 이번에는 붕어가 낚아챈다. 한 시간 씨름 끝에 월척 붕어를 낚았다. 바구니를 몇 번이나 열어보곤 했다. 더는 춥지도 않고 무서움도 사라졌다. 친구에 자랑하고 어탁할 생각에 들떴다. 마음 먹기 따라 세상을 보는 눈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은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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