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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맛과 멋] 행복한 예술

이 영 주 / 수필가

예술이란 무엇인가. 이성적 절대주의니 감성적 상대주의니 추상주의니 예술에 대한 학술적 연구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하지만 내게 있어 예술은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행복한 예술'이다.

유럽 박물관에 가면 무진장 전시돼 있는 소장품들의 예술적 품격에 놀라게 된다. 깊이에서 철학부터 수학, 과학까지 망라할 수 있는 수많은 명작들이 우리를 압도한다. 그런 작품과 조우하면 가슴이 뛰고, "참 행복하다~!"는 감탄을 하고 또 하게 된다. 진정한 예술은 이렇게 예술이 주는 공감과 상상의 세계로 우리를 비상하게 한다.

내 놀이터인 첼시 갤러리를 돌면서 뭐가 뭔지 모를 작품들을 만나게 되면 과연 이것이 예술인가? 하는 회의가 들 때도 많다. 그렇다고 듀샹(Henri Robert Marcel Duchamp, 1887년~1968년)이 변기를 갖다 놓고 '샘(Fountain)'이라고 한 전시를 처음 봤을 때의 충격만큼은 아니다.

뒤돌아보면 오래 전 프랑스에 처음 가서 퐁피두 미술관에서 미로와 샤갈 그림을 봤을 때의 기억이 제일 신선하다. 샤갈의 그림은 마치 한국의 천경자 그림과 흡사해서 놀랐고, 마냥 고무줄처럼 늘어진 시계며 사물들을 그린 미로의 미로 같은 그림엔 속이 다 울렁거렸다. 더욱 놀란 건 바르셀로나의 피카소 박물관에 갔을 때였다. 학교 미술 책에서 단편적으로 만났던 피카소 그림은 기괴하기만 했다. 시대별로 전시된 피카소 미술관을 보고 나니 그제서야 비로소 그의 위대함이 이해되었다. 파리에서 본 조각전이나 뉴욕의 초상화전에 이르러서는 그의 정력적인 작품 활동과 끝없는 창의성에 존경심이 절로 우러났다. 프리다 칼로의 발견도 내게는 신세계였다. 그녀의 그림들이 너무 좋아서 화집과 영화 비디오를 샀고, 관련 서적을 독파했고, 멕시코 그녀 집에도 두 번이나 다녀왔다. 그녀가 자던 침대가 얼마나 작던지.



좋은 연주나 공연을 봤을 때도 마찬가지다. 악기와 한 몸이 되어 연주하는 강동석의 바이얼린 연주는 마치 천상의 노래 같았다. 청년 시절의 백건우가 하얀 터틀넥 셔츠에 턱시도를 입고 눈을 천정에 고정하고 바흐의 곡만 연주했을 때, 그 어렵던 바흐가 내 안에 불쑥 들어왔다. 뉴욕 카네기홀에서 연주하던 기돈 크래머는 긴 팔과 긴 손가락이 바이얼린 위에서 유영하는 모습이 풍부한 얼굴 표정과 함께 파가니니의 환생처럼, 아니 음악의 신처럼 후광에 눈이 부셨다.

아르헨티나의 탱고는 또 어떠한가. 피아졸라의 탱고 음악은 듣고 또 들어도 감성이 스르르 녹는다. 음악에 맞춰 춤추는 댄서들의 그 섹시한 자태. 스페인의 훌라맹고는 그 역동성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춤추는 남자 댄서의 엉덩이가 터질 듯 너무 예뻐서 하마터면 손으로 만질 뻔했다.

얼마 전 뉴저지 몽클레어 미술관의 '마티스와 미국 미술' 특별전에 다녀왔다. 1930년, 미국에 온 마티스는 이브 생 로랭이나 폴 스미스 등 패션에도 영향을 줬지만, 미국 화단엔 더할 수 없이 큰 족적을 남겼다. 그의 영향을 받은 미국 화가들의 작품이 무척 흥미로웠다.

그 중에서 내 눈에 꽂힌 작가는 마티스를 테마로 작품을 해온 자넷 테일러 피켓(Janet Taylor Pickett, 1948~ )의 콜라쥬 작품들이었다. 76개의 드레스 작품들은 마티스의 색감과 패턴에 아프리카 예술이 접목돼 세련되면서도 동화적으로 예쁘고 찬란했다. 젤 좋아하는 고갱의 그림을 보는 착각까지 들었다. 딱 내 스타일이다.

집에 돌아와 그녀에 대한 자료들을 찾아 읽으며 며칠 동안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그렇다. 예술의 정답은 뭐니 뭐니 해도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일이다. 새 행복을 만나기 위해 나는 오늘도 미술관을 기웃거리고, 책을 읽고, 공연 포스터를 점검하고, 거리를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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