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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2035] '집사람' 회사에서 야근합니다
이 현 / 한국 중앙일보 사회 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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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7/06/17 미주판 14면    기사입력 2017/06/16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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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람. 남 앞에서 아내를 겸손하게 일컫는 말이다. 반대로 아내가 남편을 지칭할 때 '바깥양반'이라고 한다. 몇 년 전 말장난 좋아하는 새댁 A가 남편을 '집사람'이라 부르는 걸 보고 한참을 웃었다. 결혼해보니 남의 얘기가 아니다. 출장과 야근 및 회식이 잦은 일의 특성상 어쩔 수 없이 나보다 남편이 집에 있는 시간이 더 길다. 말뜻에 맞춰 쓰자면 집에 더 오래 있는 남편이 '집사람'이고 바깥에 나와 있는 시간이 더 많은 내가 '바깥양반'이다.

일본은 중장년 남성 가운데 '집돌이'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변화전문가' 미우라 아쓰시는 그의 저서 '매일 같은 옷을 입는 사람이 멋진 시대'에서 "일에 지쳐 집에 돌아와도 반가이 맞이해줄 아내가 없기 때문"이라 분석했다. 맞벌이하는 아내도 일에 지쳐 돌아오는 날이 다반사라 남성들이 아내의 보살핌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그래서 한국으로 치면 '백종원 레시피'를 검색해 요리하고, 인테리어에 관심을 갖고, 소파에 앉아 고급 스피커로 음악을 들으며 집에서 편안히 쉬는 걸 선호하게 됐다는 이야기다.

굼벵이 속도지만,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여성이 늘어가는 덕에 본인 이름보다 '아무개씨 남편'으로 더 유명해진 남성들을 볼 수 있게 됐다. 김영란 교수가 대법관에 임용됐을 때 남편인 강지원 변호사는 로비를 우려해 로펌 대표 변호사직을 내려놓았다.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의 남편 신혁승 교수나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남편 이일병 명예교수도 부인 때문에 기사에 오르내렸다. 지난봄 대선에 출마했던 심상정 후보의 남편 이승배씨는 '아무개 남편' 중에서도 독보적인 존재다. 그가 팔뚝에 '남편'이라고 큼직하게 써진 선거운동복을 입고 웃으며 유세를 다니는 모습은 드라마 '도깨비' 속 공유만큼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이씨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아내든 남편이든 더 일 잘하고 잠재력 있는 사람을 밀어주고 받침대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대선후보 남편이 주부라는 게 화제가 되는 시대를 넘어서야 한다고 했다.

장모님한테서 "내 딸이랑 결혼했지만 사위가 너무 안쓰럽다"는 말을 한 번이라도 들어본 남편들, 고생이 많다. 20세기형 어머니 밑에서 자라, 21세기형 아내와 사는 게 편할 리 없다. 남편의 출세를 위해 여성은 '아무개씨 부인'으로 살던 시대가 불합리했듯, 여성의 성공을 위해 남편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 또한 부당하다는 것을 알기에 외조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사회생활은 똑같이 고되고, 집에 돌아오면 소파에 누워 보살핌만 받고 싶은 마음은 아내도 마찬가지란 것만 알아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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