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나의 삶 안에서 '나'의 예수님을 만나야"

한국 외방선교회 류종구 신부 인터뷰

천주교 신자로서의 정체성 갖고
매일 새롭게 태어날 수 있어야


1975년 한국에서 고 최재선 요한 주교가 설립한 자국 선교회인 '한국 외방선교회(초장 김용재 안드레아 신부) 소속의 사제가 처음으로 이곳 LA교구로 파견되었다. 글렌데일 지역 '인카네이션 성당(Incarnation Catholic Church)'의 류종구 협조사제(assistant priestㆍ62)는 "25년 동안 선교 사제로 살아오면서 외국에서 한국인 신자를 대하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인카네이션 성당에서 류 신부를 만났다.

-현재 한국 외방선교회 소속의 선교 사제가 파견되어 있는 미국 내 교구는 어디인가.

"알래스카의 앵커리지 교구와 동부의 브루클린 교구 두 곳이다. 2009년에 앵커리지, 브루클린 외에 샌버나디노, 시카고, 캐나다 토론토 교구에서도 우리 선교회 사제를 파견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는데 사전 답사 끝에 앵커리지와 브루클린 교구에 2명씩 사제를 파견하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어떻게 이곳 LA교구로 오게 됐나.

"2013년부터 3년 동안 브루클린 교구의 예수성심성당에서 보좌신부로 미국인 사목을 했다. 브루클린 교구와 계약이 끝날 즈음에 이중언어가 가능한 한국인 사제를 찾고 있던 이곳 LA대교구와 교섭이 이루어져 지난해 11월 중순에 뉴욕에서 LA로 선교지를 옮기게 되었다. 미국 가톨릭교회는 다민족 국가라는 특수성으로 세계 각지역에서 선교 사제들이 많이 들어와 있다. 나처럼 한국신부가 요청되는 것은 영어미사를 드릴 신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코리안 아메리칸' 사목 때문이다."

-미국 이전의 선교지는 어디였나.

"1992년 명동 대성당에서 고 김수환 추기경으로부터 사제품을 받고 그 해에 파견된 첫 선교지가 파푸아 뉴기니였다. 오스트레일리아와 인도네시아 사이에 있는 큰 섬의 남동부 절반을 메인 랜드로 하는 독립국이다. 내가 있던 지역은 바닷가로는 찻길도 있고 문명화가 꽤 이루어졌다. 그러나 '공소(out station)'들은 내륙의 정글 속에 있다. 사제의 수가 격감하여 기존의 본당이 폐쇄됨에 따라 사제 한 사람이 관할해야 할 범위가 그만큼 많아지는 실정이다. 전체적으로 전기, 전화도 없이 생활하는 곳이 많다. 나 역시 그렇게 살았다."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나.

"정글 속에 공소들이 있기 때문에 내륙 쪽으로 한참 걸어서 들어가야 한다. 그렇다 보니 5년쯤 지나서 무릎 힘줄이 끊어졌다. 치료를 빨리 받아야 했는데 미루어서 인공 힘줄을 넣어 수술을 몇 차례 받아야 했고 나중엔 허리까지 문제가 생겨 수술과 재활치료를 받았다.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2009년에 파푸아 뉴기니에서 철수했다. 한국에 있을 때에는 한국본부에서 수련장, 선교센터 원장 등의 직책을 맡기도 했다."

-25년의 선교 사제 생활 중에서 지금처럼 외국에서 한인 신자들을 사목 하기는 처음이라 했는데 어떤가.

"한국의 신자들과 파푸아뉴기니의 신자들, 미국의 백인 신자들 그리고 이곳 LA의 한인 신자들은 당연히 공동체의 분위기가 다르다. 한인 공동체에 대해 말한다면 천주교 신자로서의 정체성이 부족하지 않나 하는 점이다.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중심으로 회개와 쇄신의 정신으로 매일 새롭게 살아가야 하는 것이 교회의 본질이다. 개인과 조직 안에서 그리스도 정신으로 갈아입으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이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게 좋다는 식이 만연해 있는 것 같다. 좋은 게 좋은 것이 아니라 '옳은 것'이 좋은 것임을 알고 그 방향으로 부단히 나아가는 삶이 진정한 그리스도인다운 삶이다."

-근본적으로 믿는다는 것, 신앙이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근본적인 신앙이란 어느 제 3자도 개입할 수 없는 배타성을 띠며 하느님과 나만의 내밀하고 인격적인 관계라 말할 수 있다. 따라서 누구의 지식이나 체험이 그대로 내 것이 되고 내 신앙의 토대가 될 수 없는 것이다. 밖으로 얻는 지식이나 정보에 의존하는 신앙이 아니라 그런 것들의 도움을 받되 나는 고유한 내가 돼야 하고 내 신앙생활을 해야 하는 것이다. 내 인생길에서 나만의 예수님을 만나야 한다는 의미이다."

-끝으로 진정한 선교사란.

"종교와 종파를 넘어 공유할 수 있는 가치관(보편적 가치ㆍ공동선)에서 출발하여 기꺼이 서로 협력하고 동지가 되어 줄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김인순 객원기자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