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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에어] 헌준이가 남긴 귀한 유산

기사화했던 취재 중 잊히지 않는 일들이 있다. 스쿨버스 안에 방치됐다 숨진 이헌준 군이 그렇다.

이 군은 2015년 9월 11일, 여느 날과 같이 집 앞에서 스쿨버스를 타고 학교에 갔다. 하지만, 이 군은 이날 영영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버스 안에 학생이 남아 있는 것을 미처 확인하지 않은 운전 기사가 이 군을 홀로 둔 채 내려 버린 것이다.

귀가 시간이 넘도록 아들이 집에 오지 않자 가족들은 부랴부랴 학교로 연락을 했지만 소용 없었다. 이미 이 군은 쩔쩔 끓는 버스 안에 7시간 넘게 방치돼 있었고 결국 숨을 거뒀다. 당일 사고가 난 위티어의 낮 최고 기온은 화씨 96도. 경찰은 이 군이 질식사한 것으로 판단했다.

사고 다음날 이 군의 집으로 찾아갔다. 슬픔에 빠져 있는 가족들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몸집은 컸지만 이 군은 가족들의 표현대로 아기나 마찬가지였다. 발달 장애가 있어 주위의 도움 없이는 일상 생활이 힘들었다. 이 군이 숨막히는 뜨거운 버스 안에서 별다른 도움도 구하지 못한 채 숨진 이유다. 이 군의 부모는 해맑게 웃고 있는 아들의 영정 앞에서 한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살려달라 소리 한번 못 질렀을 착한 아들이었기에 슬픔은 더 컸다. 이 군의 누나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동생의 장애를 잘 알고 있는 학교에서 어떻게 등교 확인조차 안 했는지 어이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가족들은 슬픔 속에서도 천사 같은 아들을, 동생을 먼저 데려간 데에는 하늘의 뜻이 있을 것이라며 이 군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었다. 이 군의 가족들은 이 다짐을 이어갔다.

지난해 9월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일명 '이헌준 법'으로 불리는 스쿨버스 알람 의무법안에 서명했다. 법안은 스쿨버스 운전기사가 차량 시동을 끄면 차내에 알람이 울리도록 하고, 알람을 끄기 위해 기사가 버스의 가장 뒷좌석 스위치를 꺼야 하는 것이 골자다. 운전사가 차에서 내리기 전 내부에 남아 있는 학생이 없는지 확인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것이다. 이 군의 어머니는 기자회견에서 아들이 하늘에서 안아주는 것 같다며 기뻐했다.

기온이 오르면서 미국 곳곳에서 아동 찻속 방치 사고 기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주에는 아칸소주에서 심장질환이 있는 5세 아동이 보건센터 차량에 방치돼 숨졌다.

학교 측은 아이가 왔다는 서명만 했을 뿐 정작 아이가 센터에 잘 도착했는지는 확인하지 않았다.

피해 아동이 8시간이나 차 안에 갇혀 있었다는 기사를 읽으며 이 군의 아버지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누군가 아들에게 내리라는 손짓 한 번만 해줬어도, 운전기사가 한 번만 뒤를 돌아봤었더라면 아들은 지금 내 옆에 살아 있을 겁니다."

이 군의 이름을 딴 스쿨버스 알람 의무법안은 2018~19 학사연도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이 군의 억울한 죽음이 많은 생명을 살리게 된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을 어이없는 사고로부터 지키는 것은 어른들의 치밀한 관심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부소현/JTBC LA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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