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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속 환상의 유혹에 빠지다

스쿠버 다이빙 동호회
아나카파 섬 동행 르포

작살로 팔뚝 크기 고기 포획
선상에서 즉석 회맛도 일품
"물속 헤쳐 다니면 황홀경"
안전 기본 수칙만 지키면
사고날 가능성 거의 없어
한달 교육으로 즉시 입수


지난 17일 아침 7시. 캘리포니아 벤투라 항구에 정박한 다이빙 보트 익스플로러 호. 에어탱크와 잠수복 장비가 담긴 커다란 가방을 끌면서 다이버들이 속속 도착했다. 이날은 스쿠버넷(회장 이상화) 소속 다이버들이 채널아일랜드 군도 4개 섬 중에서 가장 남쪽에 있는 아나카파 아일랜드 근해로 스쿠버 다이빙 하러 가는 날이다.

스쿠버 다이빙 입문을 위해 구경 차 동행한 기자는 들떠있는 그들의 표정이 약간은 신기하기도 했다. 막연하게 스쿠버 다이빙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던 터라 어떤 비장감 같은 표정들이 아닐까 싶었는데 전혀 잘못 읽었다. 게다가 모인 동호인 중에는 20 30대로 보이는 여성들도 여럿 있었다. 거의 남자들이 아닐까 하는 내 편견도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동안 수영장에서 기본 교육을 받고 바다 실전 다이빙은 처음이라는 임유리(38.자영업)씨는 "하나도 안 무서워요. 오늘을 얼마나 기다렸는데요. 너무너무 설레요"라고 말한다. 무서워서(?) 할까말까 망설이는 내가 좀 머쓱해졌다.

22명의 동호인들이 모두 승선하자 아침 8시쯤 배는 벤투라항을 서서히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들은 아주 편안했고 배가 빨리 목적지에 닿기를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이상화 회장은 "지금 배 타고 가고 있는 시간에 우리들의 마음은 빨리 물 속에 들어가고 싶어 안달이 나 있는 상태라고나 할까요"라며 웃는다.



1시간쯤 지났을까 동호인들은 제각각 잠수복을 착용하기 시작했다. 입는 것이 쉽지 않아 서로 도와주기도 했다. 어떤 이는 입은 잠수복 속으로 찬물을 쏟아 붓기도 했다. 미리 수온에 적응하기 위해서란다.

1시간 20여 분을 달린 배는 드디어 아나카파 섬이 눈 앞에 보이는 근해에 닻을 내렸다. 선장은 수심이 80피트(약 25미터) 정도라고 알려준다. 시퍼런 물 속이 아득해 보인다. 어느 정도 경험이 있는 다이버들은 이 정도 깊이는 충분히 바닥까지 내려간다고 했다. 맛있는 횟감을 잡아오겠다며 큰소리 치던 이상화 회장은 "이 섬은 내륙에서 가장 가까워 낚싯배들이 많이 오는 바람에 고기가 별로 없는 섬인데 오늘은 어떨지 모르겠다"며 고기를 잡을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는 표정이다.

준비가 된 순서대로 선장의 지시를 받으며 한 명씩 물속으로 점프해 들어간다. 동호인들의 절반 정도는 2m 정도 되는 물고기 사냥용 작살(전문용어로 스피어 건)을 들고 입수했으며 그중에 6명은 수중 카메라를 들고 뛰어들었다. 물속으로 점프한 다이버들은 다이버 마스터에게 수신호로 이상무 신호를 보낸다. 배 주변으로 동동 떠있던 다이버들은 하나 둘씩 호흡기(레귤레이터)를 입에 물고 기포를 날리며 물속으로 사라졌다.

"장비가 복잡해 보여서 처음 보는 사람들은 엄두를 내지 못하겠다고 하는데 원리를 배우고 나면 복잡할 거 하나도 없어요. 간단하게 말해서 물 속에서 호흡은 에어탱크에 연결된 레귤레이터로 자연스럽게 하면 되는 것이고 에어탱크와 함께 착용한 부레 역할을 하는 부력조절장치(BCD:Buoyancy Control Device)에 공기를 넣었다 뺐다 하면서 오르내리는 것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조절기를 통해 공기를 빼면 가라앉고 주입하면 위로 뜨게 되는 원리지요. 적당한 깊이에서 부력을 맞추면(중성부력) 그 깊이에서 자유롭게 유영을 하면 됩니다." 스쿠버 강사 과정을 가르치는 베테랑 다이버 박세화(코스디렉터)의 설명이다.

20여 분쯤 지났을까. 혹돔 배스 등 팔뚝만한 고기를 잡아 허리춤 꿰어 매단 다이버들이 선박 후미 갑판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40~50분 정도 지나자 약속이나 한 듯 모두 배에 올랐다. 에어탱크 용량 때문에 일정 시간이 지나면 물속에서 나와야 한다.(배에는 에어 충전장치가 설치되어 다음 다이빙을 위해 재충전한다.)

어떤 이는 물고기 서너마리를 매달고 올라온다. 제법 큰 놈을 쏘았을 때는 포획하는 데 시간이 꽤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초보자들은 고기와 밀(고)당(김)을 하다가 몇 백달러짜리 스피어 건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스쿠버 입문부터 고기를 잡겠다는 이들에게는 좀더 경험을 쌓은 다음에 하라고 말린다고 한다.

스쿠버 다이빙이 위험하지 않냐고 물었다. "모든 스포츠가 다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으면 위험을 초래할 수 있지요. 스쿠버 다이빙도 마찬가지입니다. 간단한 몇가지 수칙만 철저히 지키면 매우 안전합니다. 자동차 운전하는 것보다 안전합니다. 상어 공격 같은 걸 걱정하는 이들도 있는데 LA한인 다이빙 45년 역사에 상어에 물렸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배는 다시 다른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선장은 모든 인원이 다 배에 올라왔는지 출석 부르듯 일일이 이름을 확인한다. 섬 주변에서 돌며 두 곳에서 더 다이빙을 즐겼다. 오후 3시가 좀 넘었을까. 배는 벤투라 항으로 회귀하기 시작했다. 동호인들은 배 안에 마련된 샤워에서 몸을 헹구고 평상복으로 갈아입었다. 이날 스피어 건을 갖고 물고기 사냥을 즐긴 이들은 얼추 한 사람당 10여 마리씩 잡은 것 같다. 준비해간 10여 개의 아이스박스에 제법 풍성하게 담겼다.

항구로 돌아가는 뱃길에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 남아 있다. 잡은 생선을 바로 맛보는 선상 회파티다. 손놀림이 좋은 동호인이 척척 하더니 대여섯 마리를 순식간에 회로 내놓는다. 미리 준비해간 상추 초고추장 마늘이 펼쳐지고 빠질 수 없는 소주도 나왔다. 바로 잡은 생선을 선상에서 회로 즐기는 맛은 일품이다. 좁은 수족관에서 매가리가 빠질 대로 빠진 횟집의 활어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싱싱함이 모두의 입맛을 즐겁게 한다.

10년 전에 스쿠버 다이빙을 시작했지만 사정으로 중단했다가 5년 전부터 한달에 한 번 정도 스쿠버를 즐긴다는 클라리스 문(34.융자업 종사)씨에게 스쿠버 다이빙의 매력을 물었다.

"말로 설명하기가 참 어렵네요. 뭐랄까…아무리 즐겨도 질리지 않는 물 속을 헤칠 생각을 하면 며칠 전부터 밤잠을 설칠 정도로 설레는 한번 해보세요. 해보면 아 이 맛이구나 할 거예요."

▶스쿠버 다이빙 라이선스는

스쿠버 다이빙을 즐기려면 먼저 정해진 소정의 교육을 받고 라이선스를 취득해야 한다. 3~4주 정도 걸린다. 매주 2회 정도 이론 교육과 수영장 교육을 하게 되며 바다 실습을 한두차례 나간 뒤 스쿠버 다이빙(오픈 워터)라이선스가 발급된다. 모든 교육은 일과 후와 토요일을 이용해 이뤄지므로 직장인도 쉽게 참여할 수 있다. 개개인의 교육 습득 정도에 따라 바다 실습을 추가로 할 수 있으며 수료증을 취득할 때까지 추가 교육비는 없다.

▶스쿠버넷:(213)545-4013


글·사진=이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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