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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셔 플레이스] 캘리포니아의 '빨갱이' 소동

"제 생각이 짧았네요. 파문을 일으켜 송구할 따름입니다." 한 달 여 전 랍 본타 주 하원의원(민주, 오클랜드)이 고개를 푹 숙였다. 그가 사과한 대상은 베트남 커뮤니티와 참전용사들.

본타는 예일대와 예일 법대 출신의 수퍼 엘리트다. 정치적 이념은 그러나 급진 좌파에 가깝다. 그가 발의한 AB-22 법안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골자는 공산주의자라고 해서 공무원을 파면해서는 안 된다는 것. "21세기에 무슨 빨갱이가 위협이 된다고…." 과연 인권변호사다운 발상이었다.

법안은 41대 30으로 하원을 가볍게 통과했다. 그런데 상원 표결을 앞두고 반대 여론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우선 베트남 커뮤니티가 거칠게 항의하고 나섰다.

한국계인 최석호 의원도 거들었다. "나도 (한국서 군 복무 때) DMZ에 있었다. 법안이 확정되면 (한국전과 베트남전) 참전용사들의 명예 실추는 물론 베트남계 미국인들의 자존심에도 큰 상처를 내는 일이다."



결국 본타는 사과 성명을 내고는 법안을 자진해서 거둬들였다. 그가 베트남계의 표에 굴복했는지, 아니면 설득에 넘어갔는지 알 길은 없지만.

이 사태를 지켜보며 혼란스러움마저 느낀다. 베트남은 우리와 비슷한 시기 남과 북으로 갈라져 전쟁을 치렀다. 미군 철수로 월남은 패망했으나 그래도 소원대로 통일은 됐지 않은가. 비록 적화 통일일지라도. 더구나 지금은 미국의 우방이나 다름없는 나라다. '친미 지수'란 게 있다면 아마 '공산' 베트남이 '민주' 한국보다 더 높게 나올지 싶다.

상황이 이럴 진대도 미국에 살고 있는 베트남 사람들은 공산주의라면 입에 거품을 문다. 미국서 가장 진보적이라는 캘리포니아에 공산당이 발붙이지 못하는 작금의 상황.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제2화: 마이애미의 쿠바인들 '러시아 내통 의혹'으로 탄핵 논란에 휩싸인 트럼프 대통령이 모처럼 크게 고무됐다.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쿠바 커뮤니티를 방문해서다. "쿠바 공산 정권이 정치적 수감자들을 석방하고, 반정부 인사들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며, 표현의 자유를 존중할 때까지 제재를 유지하겠다." 트럼프의 이 말에 환호가 터져 나왔다.

심지어 지난 공화당 경선 때 트럼프와 각을 세웠던 테드 크루즈와 마코 루비오도 "우리 대통령 최고"라며 엄지를 치켜 올렸다. 둘은 쿠바계 상원의원이다. 트럼프는 쿠바 군부로 흘러가는 돈을 차단하겠다며 카스트로 독재정권을 겨냥했다. 전임 오바마 정부가 이뤄낸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가 이번 제재 강화로 빛이 바랬다.

플로리다의 쿠바인들도 상당수는 '보트 피플'이다. 자유를 찾아 카리브 해의 거친 파도를 목숨 걸고 건넜다. 베트남인들과 닮은꼴이다. 모국은 사랑하지만 공산당만큼은 안 된다는 게 그들의 DNA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제3화: 웜비어의 '집으로의 여행' 오토 웜비어가 끝내 숨을 거뒀다. 북한이 그에게 씌운 죄목은 정치선전물을 훼손한 혐의. 고작 이런 따위로 사람을 죽게 만들다니. 온 미국이 그의 사망 소식으로 들끓고 있다. 막말 트위터로 지탄을 받고 있는 트럼프가 이번엔 가슴 찐한 성명서를 냈다. "부모로서 자식을 먼저 보내는 일보다 더한 아픔은 없을 것입니다."

냉전 종식과 함께 역사책의 한 귀퉁이에 접혀있던 '레드 스케어(Red Scare)'가 요즘 스멀스멀 되살아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옛 소련의 볼셰비키 혁명과 1950년대 초 매카시즘의 광풍을 거치면서 미국인들의 삶을 짓눌렀던 이른바 '적색 공포'다. 진정 '착한' 공산주의는 없는 걸까.


박용필 /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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