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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 벤치] 소로(小路)

임창현/시인·문학평론가

소로(小路)


-박남수
언젠가 왔던 길,
두리번거리지만, 우리가
언제 왔었는지 물어 볼 사람
이제 없네. 옆에서 늘 함께 거닐던 키가 작은 사람


굽어보아도 보이지 않네.
혼자서 거니는 좁은 길,
이제
기쁘지도 즐겁지도 않네.


소로는 작은 길이 아니라 좁은 길이리라. 공원 길 늘 함께 손잡고 걷던 소로, 우리도 언젠가 둘 중 누군가 하나 사라지면 이렇게 탄식하리라.

언제나 함께 왔던 길, 아무리 두리번거려도 보이지 않을 사람, 없는 사람, 자꾸 두리번거릴 것이다. 그때, 이제는 분명히 없는 사람, 부러진 지팡이처럼 혼자서 발 내딛는 깊은 숲길, 아무리 보아도 그의 발자국 보이지 않을 것이다. 혼자 쉬는 숨도 무거우리라. 내 아내도 키가 작다. 그래서 더 안쓰러워 언제나 같이 걸어도 곁으로 내려다보던 얼굴.

푸른 하늘 속 비행기, 그날의 구름처럼 흐르고…. ‘LA 곰탕’이라 불렀던 저 비행기, 혼자 무심하게 멀리 사라진다. LA에 가면 때마다 꼭 들러 맛있게 먹었던 그 집 곰탕을 우리는 LA 곰탕이라 불렀다. 저 비행기 타면 갈 수 있는 곳, LA, 그러나 곰탕 하나 먹자고 가긴 그러니, 아니 못가니 설웁다. 비행기 소리 멀리 사라진다. 오늘은 이 하늘길이 나에게도 아주 좁은 소로가 되어 있구나. 언제쯤에나 손잡고 LA 곰탕집에 같이 갈 수 있을지.

왜 이렇게 소로가 좋을까. 그리울까. 나는 작은 사람이라서? 마음도 작게 살고 싶어 설까? 넓은 곳이 버겁다. 대로가 버겁다. 큰 집도 버겁다. 작은 길, 좁은 길, 조롱 길이 좋은 걸 어떡하랴. 나는 천상 마음 가난한 시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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