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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하가 30만 달러 줄테니 입국하라했다"

[LA중앙일보] 발행 2017/06/23 미주판 6면 기사입력 2017/06/22 20:04

'김경준의 주홍글씨' BBK를 말한다 #7 가짜 편지

기획입국 제안은 박근혜측
유영하, 연방구치소로 면회
민사소송비 30만달러 약속

조작된 편지에 두려움 느껴
"거짓도 사실로 믿는 나라"
가짜로 드러나도 처벌 없어
면죄부준 검사들 조사해야


최근 김경준이 소셜네트워크 트위터를 통해 '기획입국설'과 '가짜편지' 등 BBK 사건과 관련된 내막들을 잇따라 폭로하고 있다.

그는 21일 "내게 기획입국을 실제 제안한 자는 박근혜의 유영하 변호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MB(이명박 전 대통령)가 BBK 소유권을 자백한 'BBK 동영상'을 무마시키기 위해 MB측이 조작한 것이 '가짜 편지'이고, 그러므로 대선이 조작되었다. 검찰은 조작을 확인하고도 아무도 처벌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당일 더불어민주당은 이 글에 대해 즉시 논평을 내고 "BBK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전면적인 재조사가 필요하다"며 수사를 촉구하고 나서 파장이 예상된다.

본지는 기획입국설과 가짜 편지와 관련해 그가 트위터에 글을 올리기 전 두 차례 인터뷰했다. 주제를 가짜 편지로 정한 건 김경준 본인이다. 내용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가짜 편지 사건을 정리한다면.

"대한민국 5000만 국민 전체가 우롱당한 사건이다. 편지 하나로 대선 결과가 조작돼 MB를 당선시킨 사건이다. 그런데도 국민들은 화가 나지 않는 모양이다. 감옥에 갇혀있던 나만 실체를 파헤쳤고, 다들 관심조차 없었다."

-가짜 편지의 존재를 언제 알았나.

"당시 구속된 상태에서 들었다. 홍준표가 기자회견을 한 다음날 변호사가 접견 와서 말해줬다."

-어떤 생각이 들었나.

"화가 났다기보다는 두려웠다. 한국에서는 조작만 잘하면 뭐든지 사실이 되는구나 싶었다. 가짜 편지 공개 후 날 찾아온 검사들의 표정이 잊히지 않는다. 만면에 웃음을 지으면서 '니들 다 잡았다' 그런 표정이었다. 내가 죽는 건 괜찮은데 누나의 송환과 아내까지 거론하니 도저히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싶었다. 모든 것을 포기한 순간이었다."

-가짜 편지 작성자로 알려졌던 신경화와는 어떻게 알게 됐나.

"내가 LA연방구치소에서 수감된 지 2년 뒤(2006년)에 들어왔다. 내가 그 사람과 친했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신경화는 당시 미주 중앙일보를 구독하고 있었는데 구치소에 들어온 지 몇 개월 지나 신문에 난 내 기사를 들고 오더니 '이게 너냐'고 말을 걸기 시작했다. 그는 미국에 9년을 살았다면서도 영어를 전혀 못했다. 내게 여러 가지를 묻고 도와달라고 해서 오히려 귀찮은 존재였다."

-기획입국을 실제 제안한 사람이 2007년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측 유영하 변호사라고 했다.

"2007년 3~4월쯤 LA연방구치소로 심원섭 변호사와 함께 찾아왔다. 유영하가 한 말의 요지는 'BBK와 MB와 관련된 증거를 내게 넘기고 빨리 입국해서 MB에 대해 한나라당 대선후보 검증 대담 때 증언해달라'는 것이었다."

(이와 관련해 유영하는 한 방송에서 김경준을 면회한 사실과 한국에 오라고 말한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김경준 본인이 억울하다고 하니 와서 밝히라고 했을 뿐이다. 자기가 억울해서 나와서 밝힌다고 그러면 밝히라고 하지 그럼 밝히지 말라고 하나?"라고 말했다.)

-입국 조건을 제시했나.

"3가지였다. 당시 MB 측과 다스가 날 상대로 미국에서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황이었다. 변호사 비용이 없어서 내가 한국에 가게 되면 꼼짝없이 소송에서 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유영하에게 변호사 수임료로 30만 달러를 도와주면 가겠다고 했다. 또 다른 조건은 박근혜 당선시 나의 사면이었다. 나머지 하나는 유영하가 한국에서의 내 형사사건을 무료로 수임해주는 것이었다."

-왜 받아들이지 않았나.

"유영하가 한국에 가더니 30만 달러를 주기 어렵다고 했다. 나중에 혹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그 돈이 없으면 난 한국에 갈 수 없었고, 그래서 없던 일이 됐다."

-편지는 가짜로 드러났는데 처벌받은 사람은 없다.

"검찰은 내가 고소한 6명 누구에게도 죄를 묻지 않았다. 오히려 고소인인 나만 수사했다. 검찰은 당시 내 접견기록물을 다 가지고 갔다. 누군가 내게 접근해 가짜 편지를 수사하도록 사주했다고 추측했다. 어떻게 수사를 의뢰한 사람만 조사하나. 가짜편지를 무마한 검사들을 수사해야 한다. 특히 날 수사한 김기동 검사와 그 라인인 박철우 등이 포함된 당시 특수 1부 조직을 집중 조사해야 한다."

-검찰이 왜 아무도 기소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나.

"시끄러워질게 뻔했다. 신명에게 가짜편지를 쓰라고 지시한 양승덕을 기소했다고 치자. 양승덕이 윗선을 불기 시작하면 관련자들이 줄줄이 드러나게 된다. 조용히 덮고 싶었을 것이다."

-가짜편지의 최종 배후가 누구라고 생각하나.

"MB의 손위 동서인 신기옥과 MB의 집사 김백준이다. 신기옥은 가짜 편지 사건에 처음부터 개입했다. 그 증거는 양승덕이 편지를 건넨 MB 상임특보인 김병진의 법정 진술에도 나와있다."

(김경준이 본지에 공개한 진술서에서 김병진은 "BBK 동영상이 공개돼 대선 여론이 이명박 후보에게 매우 안 좋았고, 신기옥이 다급하게 신명의 방송 인터뷰를 부탁해왔다"고 증언했다.)

BBK 사건수첩

가짜편지

2007년 12월 17대 대선을 앞두고 김경준씨가 이명박(MB) 한나라당 대선 후보에게 타격을 주기 위해 여권과 교감해 국내에 입국했다는 '기획입국설'의 근거가 된 자료다.

편지 폭로자는 당시 홍준표 클린정치위원장이다. 대선을 엿새 앞둔 12월13일 그는 "지난 3월부터 10월까지 기획입국이 진행됐다"며 "입증할 편지와 각서가 있다"고 주장했다. 편지 작성자는 김씨와 1년 가까이 LA 연방구치소에서 수감생활을 함께 한 신경화씨다.

편지에는 '자네(김경준)가 큰집하고 어떤 약속을 했건 우리만 이용당하는 것이니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한나라당은 '큰집'을 청와대(노무현 대통령 재임시절)로 해석하며 김씨가 집권 여당에게서 모종의 대가를 약속받고 입국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MB는 'BBK 동영상'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BBK의 실소유주라고 집중 공격을 받던 때였다. 수세에 몰렸던 MB 측과 한나라당은 가짜편지를 공개하면서 반격에 나서 MB의 당선 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3년 뒤인 2011년 편지는 날조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신경화씨의 동생 신명씨의 폭로에 의해서다. 그는 "편지는 MB 가족과 측근의 부탁으로 내가 날조해서 쓴 것"이라고 했다. 강도상해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형에게 도움을 주려고 편지를 꾸며 썼다는 것이다.

이에 김경준은 가짜 편지 작성자인 신명 형제와 편지를 폭로한 홍준표 위원장 등 6명을 명예훼손과 사문서 위조 등의 이유로 고소했고,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

검찰은 조사 결과 "신명씨가 양부처럼 따르던 양승덕 전 경희대 관광대학원 행정실장(현 행정부처장)의 지시를 받아 대필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양씨는 가짜편지를 MB 대선캠프 상임특보였던 김병진에게 줬고, 은진수 BBK법률지원팀장을 경유해 홍준표 클린정치위원장에게까지 전달됐다.

그러나 검찰은 "(가짜편지의) 배후는 없다"고 결론냈다. 양씨가 대선에서 공을 세워 교육단체 감사 등 직책을 얻을 생각으로 혼자 모든 것을 꾸며냈다는 것이다. 편지는 가짜로 드러났지만 검찰은 신씨 형제 등 김씨가 고소한 6명 전원에 대해 무혐의 처분하거나 각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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