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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태 음치지만 손짓으로 음악을 보여 드려요"

수화 통역사 김은정씨
가사 직역으론 전달 못해
표정 등 동원해 감성 표현

"청각 장애인에게도 음악이 주는 아름다움과 위로가 들리기를 바랍니다."

지난 9일, 희귀유전병에 걸린 두 살배기 김종원군을 돕기 위한 '기적의 콘서트'가 LA에서 열렸다. 공연의 주인공은 재즈보컬리스트 이동우.신연아씨.

멋지게 공연을 이끌어가는 두 아티스트 멀찍이 김은정씨가 서 있다. 공연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일부러 관객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검은 재킷과 검은 바지를 입었다. 그는 공연에 초청받은 청각 장애인을 향해 노랫말과 멘트를 수화로 전달하는 수화 통역사다.

'청각 장애인이 음악 공연을?' 의아해하던 사람도 은정씨를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수화와 표정, 눈맞춤과 몸짓으로 소리 없이도 음악의 선율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그가 수화를 배우기 시작한 건 생각보다 단순한 이유에서다. "제가 모태 음치예요. 교회에서 찬양을 잘 하고 싶은데 아무리 해도 노래가 안돼서 정말 답답하더라고요.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찬양을 꼭 목소리로 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지금 제가 봉사하고 있는 남가주밀알선교단에서 수화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처음으로 무대에 오른 건 2011년. 그 이후로 은정씨는 교회나 좋은 의미로 개최되는 행사에서 수화 통역으로 봉사하고 있다.

그는 미국에서 한국인 수화 통역사로 일하면서 겪는 고충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처음에는 미국식.한국식.농식 수화를 모두 익혀야 한다는 점이 난관이었다. 수화가 익숙해질 쯤엔 의미를 더 정확하고 분명하게 전달하는 데 고심했다. 말을 직역한다고 뜻이 잘 전달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복잡한 표현을 쉽게 바꿔야 하는데, 경력이 오래 돼도 여전히 쉽지 않다.

"음악을 통역할 때는 먼저 많이 들어서 의미와 감정을 마음에 담아요. 수화 뿐만 아니라 동작.표정 등 제가 전달할 수 있는 표현 방식을 모두 연습하려고 노력하고요. 사실 제가 몸치.박치이기도 해서 음악 공연은 더 많은 연습 시간을 필요로 해요."

활동 영역이 넓어지면서 김씨가 청각 장애인에게 갖는 애틋한 마음도 조금씩 부풀었다.

현실적으로 음악 공연에 청각 장애인을 초청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은정씨는 청각 장애인이 참석할 수 있는 문화 행사가 많아지길 바란다고 했다.

"건청인(건강한 청력을 가진 사람)에게 음악은 위로, 기쁨, 슬픔 등 복합적인 감정을 불러 일으키잖아요. 청각 장애인도 연극, 뮤지컬, 오페라처럼 다양한 문화 행사에 참여해서 음악과 예술이 주는 여러 감정을 느끼고 체험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저는 그 사이에서 전달자 역할을 잘 해내고 싶고요."

공연을 마치고 무대를 내려오는 은정씨에게 몇몇 관객이 다가선다. 메인 공연만큼이나 수화 통역이 아름답게 느껴졌다는 기분좋은 찬사가 이어진다.

어두운 색의 옷을 입고 있어도, 무대 중앙에 서지 못해도 수화를 하는 은정씨는 밝게 빛난다. 청각 장애인을 향한 따뜻한 마음, 사랑이 그의 수화에 담겨있어서다.


김지윤 인턴기자 kim.jiyoon2@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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