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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루스 한인 노숙자의 소원

“이젠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
8년 전 중풍으로 거동 불편, 휠체어 의지
얼마전 노인아파트서 쫒겨나 노숙자 신세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여비없어 한숨

허리케인 ‘신디’의 영향으로 하늘은 먹구름이 가득하고 비가 내리던 지난 22일 오후. 김동선(66, 사진)씨는 둘루스 한인타운 한복판의 QT주유소 앞에 앉아 고민에 빠졌다.

“오늘 밤에는 어딜 가야 비를 피할 수 있을까…”

김씨는 한인타운의 노숙자다. 8년 전 중풍 때문에 거동과 말하기가 불편해진 그가 전동 휠체어에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싣고 살게 된지는 벌써 몇개월이 지났다. 미국 여권과 운전면허증, 휴대폰과 몇 점의 옷가지가 그의 전 재산이다.

김씨는 지난해 12월까지 로렌스빌의 한 노인아파트에서 살았지만, 주방에서 달걀을 삶으려다 냄비에서 연기가 나는 바람에 쫓겨났다. 장애인아파트와 다른 노인 아파트도 수소문 해봤지만, 받아주는 곳이 없다고 한다. 모텔에서 머물기엔 수백 달러 정도의 소셜시큐리티 연금이 턱없이 부족하다.



노인아파트에서 쫓겨난 다음 알고 지내던 사람들 집을 전전하며 겨울을 났다. 하지만 최근 몇개월은 매일 밤 플레전트 힐 로드 선상 문닫은 스트립몰을 지붕 삼아 밤을 보냈다. 다행히 끼니를 굶진 않지만 이젠 주유소에서 파는 빵 냄새만 맡아도 신물이 난다.

김씨는 20년 전 애틀랜타에 와 디캡 카운티에서 셀폰가게를 운영했다. 아내는 10년 전 세상을 떠났고, 3명의 자녀가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다고 하지만 연락이 닿지 않는다.
“젊었을 때 술을 좀 즐겨했는데, 아이들이 그걸 싫어했다. 그래서 날 피하는 것 같다”고 애써 표정을 감춘다.

그는 황해도 장연 출생으로, 베트남전 참전용사이기도 하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기자를 수소문해 사연을 털어놓은 그는 “한국에 가면 국가유공자나 영세민을 위한 지원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이젠 한국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에 가는 비행기값도 마련할 수 없어 결국 이날 밤도 한인타운의 어느 몰에서 쪽잠을 청할 수 밖에 없었다.


조현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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