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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팩스공립학교, 예산은 부족 학생은 증가

컨테이너 교실만 992개, 학교 30개 추가로 필요
공립학교 예산의 70%는 카운티 지원
학생 1명당 교육비는 1만3000달러

예산을 기준으로 하면 공립학교는 지방자치의 처음이자 끝이라고 할 수 있다.

학생 20만명에 2만3000여명의 교직원을 거느린 거대 학군 버지니아 페어팩스 카운티를 예로 들어보자. 페어팩스 카운티 공립학교는 이번 회계연도(2017년7월-2018년6월)에 약 28억불의 연간 예산을 운영한다. 이중 70.6%인 19억7680만불이 페어팩스 카운티 정부에서 나온다. 또 페어팩스 카운티 예산의 70% 이상은 주민들의 재산세(property tax)를 근간으로 한다.

페어팩스 카운티는 전체 예산의 60% 이상을 공립학교에 할당하는데, 이렇게 따지면 공립학교 예산의 대부분은 카운티 정부의 재산세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 재산세는 지역 정부의 고유 세원으로, 대체적으로 주택 시가의 1% 이상을 매년 주택 소유주에게 징수한다. 50만불짜리 주택이 있다면 연간 5천불 이상의 세금을 카운티 정부에 납부하는 것이다.

매년 봄 카운티 정부와 카운티 공립학교는 예산 문제로 격돌한다. 카운티 정부가 예산 배정의 전권을 쥐고 있는 듯 보이지만, 예산의 70% 정도는 어차피 공립학교 몫이다. 카운티 정부는 공립학교 예산 몫을 줄여 자신들의 행정예산 배분의 숨통을 틔우고자 하고, 공립학교는 보다 많은 예산을 배정받고자 목소리를 높인다. 이 과정에서 적잖은 불협화음과 후유증을 낳기도 한다.



카운티 공립학교 예산의 23.2%는 주정부에서 지원된다. 주정부는 학생 한명당 정률 지원금으로 4억590만불, 판매세 1불당 1.125센트인 1억7380만불을 해마다 지원했다.

카운티 공립학교는 주정부 할당 예산을 보다 많이 받기 위해 매년 주의회 예산 심의 시즌에는 담당자를 파견해 로비를 벌인다. 카운티와 주정부 지원금이 공립학교 예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공립학교 교육에서 연방정부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미미하다.

페어팩스 카운티 공립학교 예산 중 연방정부 펀드 지원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1.7%에 불과하다.

미국이 철저한 교육자치를 구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중앙정부가 지역정부에 영향을 미칠 여지가 전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나머지 예산 4.5%는 페어팩스 카운티에 교육을 위탁하고 있는 페어팩스 시티의 기여금, 공립학교 소유 건물의 렌트비, 타 카운티 거주자의 학비 징수, 기타 수익으로 충당한다.

예산 어디에 쓰나
버지니아 페어팩스 카운티의 경우 25억불의 예산을 학생 숫자로 나눠 약 1만3000불을 학생 1인당 예산으로 산정한다. 그러나 이 말은, 학생 1인당 교육에 이 정도의 돈이 들어간다는 얘기이지, 학생들이 이 정도의 돈을 가져가는 것은 아니다.

학교는 사실상 학생을 수용하고 학생을 가르칠 교사가 있다면 기본적인 얼개를 갖추게 되는데, 교직원에 대한 인건비가 예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페어팩스 카운티 공립학교 예산의 90% 가까이는 교직원의 인건비로 충당된다.
페어팩스 카운티는 모두 2만3447명을 고용하고 있는데, 카운티 내의 민간과 공공부문을 통틀어 가장 많은 인력을 고용하는 기관이다.

예산 배정을 보면 인건비와 행정에 필요한 경상비 지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며, 늘어나는 학생 숫자에 맞게 학교를 신축하고, 낡은 학교를 개보수하는데 필요한 재원은 거의 배정되지 않고 있다. 학교 인프라 확충을 위한 예산은 안타깝게도 공채 발행 등으로 메워지고 있다.

카운티 정부 등이 배정한 공립학교 예산으로는 인건비와 행정비용 충당으로 모두 소요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에, 불가피한 선택이라고는 하지만, 주민들은 세금 외에 공채발행에 따른 이자와 원금 부담을 추가로 지게 된다.

요즘 공립학교의 고민은?
대도시권 공립학교의 요즘 가장 큰 고민은 예산은 한정돼 있는데, 등록 학생 숫자가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페어팩스 카운티만 하더라도 2008년 이후 등록학생 숫자가 13%나 늘었으나, 카운티 예산 지원액은 11% 증가에 그쳤다. 늘어나는 학생 숫자에 맞춰 예산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학생 1인당 예산 책정은 정체를 거듭하고 있다. 페어팩스 카운티의 학생 1인당 예산 배정액은 2008년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동안의 물가 상승률 등을 감안하면 현재의 페어팩스 카운티 학생 1인당 예산 배정액은 2008년의 89% 수준에 불과하다.

이같은 사정 때문에 학생들에게 돌아가야 할 몫이 줄어들어, 그동안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가 유료로 전환되고 학교는 더 이상 학교를 짓지 못해 컨테이너 교실이 등장하고 있다.

현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청은 992개의 컨테이너 교실을 사용하고 있다. 현재 컨테이너 교실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모두 교실에 수용하기 위해서는 30개 이상의 학교를 신축해야 가능하다.

보통 학교 하나를 짓는데 소요되는 경비는 1억불이다.
그렇다면 카운티 정부의 한해 예산보다 많은 30억불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얘기다. 카운티 정부는 이 갭을 메꾸기 위해 2-3년에 한번씩 공채발행을 허용하고 주민투표를 통해 확정한다. 현재 페어팩스 카운티에는 전체 학교의 35%가 수용인원을 초과한 채 트레일러 교실이 운영되고 있다.

예산 편성시기는?
새로운 교육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7월과 8월부터 교육청은 차기 회계연도의 예산을 짜는 작업을 시작한다. 9월과 10월에는 얼추 교육청이 필요한 차기 회계연도 예산안이 나온다. 11월부터는 카운티 공립학교 교육위원회와 카운티 정부 협의체 수장인 보드 오브 슈퍼바이저가 만나 예산안을 조율하기 시작한다. 12월에는 최종 예산안(Proposed Budget)이 교육위원회 내부에서 완성된다. 1월에는 교육감이 이 예산안을 공개한다.

이에 맞서 카운티 정부 수퍼바이저 위원회는 공립학교 예산을 포함한 전체 예산안을 공립학교에 보낸다. 교육청 예산안과 카운티 정부 예산안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이 입장 차를 좁히기 위해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된다. 이 과정에서 교육청은 카운티 정부의 예산안에 맞추기 위해서는 몇몇 프로그램을 폐지하거나 축소하고 교사 일부를 해고 해야 한다고 압박한다.

카운티 정부는 카운티 주민의 전부가 공립학교 학부모는 아니라는 입장을 보이며, 비학부모 세력의 여론을 모으고, 교육청은 학부모 계층의 압박을 실어 카운티 정부를 협박하는 수준으로 옮아간다. 5월이 되면 이 과정이 마무리되고 예산안이 최종 성사된다.



김옥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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