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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일상에서 지혜를 발견하는 길

김정국 골롬바노 신부 / 성 크리스토퍼 성당

최근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매일 일상 안에서 반복되며 바쁘게 돌아가는 일들과 생업을 멈추고 자신이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진지하게 되물어 볼 기회가 있었느냐는 말이다. 우리는 아무런 의식 없이 혹은 왜 하는지 모르는 채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어떤 일에 열중하기도 한다.

얼마 전에 '헨리에 관하여'라는 헤리슨 포드의 영화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거대한 로펌의 성공한 변호사의 이야기였다. 능력을 인정받는 뉴욕시의 변호사 헨리 터너는, 어느 날 잠자리에서 담배가 떨어져서 가게에 담배를 사러 갔다가 강도의 총격으로 머리에 큰 부상을 입는다. 다행히 죽음은 빗겨 가서 살아났지만 사고 결과로 산소부족에 의한 뇌 신경세포 손상이 와서 수술 후 의식이 돌아온 후에는 기억과 활동에 장애를 받게 된다. 그렇게 유능했던 그가 레일을 이탈한 기차처럼 멈춰 서 버린 것이다.

그런 그를 지극 정성으로 돌보는 아내나 사랑하는 외동딸은 낯선 그의 모습에 절망한다. 처음에 병원으로 만나러 온 아내와 딸을 그는 기억하지도 못했다. 그는 온전히 그들이 감당해야 할 짐이 되어 돌아온 것처럼 보였다. 옛 동료들의 배려로 그가 법률 사무실로 돌아왔지만 그는 다시 과거의 유능하고 일에 몰두하던 그가 아니었다. 신체의 마비가 왔던 사람이 의지를 다한 재활 운동으로 놀랍게 다시 말하게 되고 걷게 되듯이 친구가 된 치료사의 격려와 치료로 그도 믿기지 않는 회복을 보인다. 그런데 신체 기능은 비록 약화되어 불편하게 되었지만 일을 핑계로 딸과 아내를 등한히 했던 그가 어린애 같은 모습으로 어린 딸에게 다가가고 아내에게도 관심을 쏟는 자상하고 사랑스러운 남편으로 변한다. 그리고 사무실에서 그가 승소한 과거의 재판 기록을 검토하면서 자신이 이긴 것이 잘못되었음을 알고 바로 잡고자 한다. 사고를 계기로 그가 일상에서 소중한 것들과 진실을 되찾는 회복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흔히 어떤 현실적(?)인 핑계로 우리와 일상으로 엮여져 있는 이들과의 삶에서 점점 피상적이 된다. 그리고 한편으로 주어진 어떤 것에는 지나치게 몰두하고 다른 어떤 것에 대해서는 당연하게 여겨 가꾸고 보살피는 것을 등한히 하며 산다. 그런 가운데 일상의 자신을 떠나 엉뚱한 데에서 행복과 성공의 도피처를 찾는다. 그 결과 점점 소중한 것을 잃고 스스로 불행을 향해 가게 된다. 이 점에서 보면 영화의 주인공 같이 가장 똑똑하다고 자부하는 이들마저도 삶에서 일상의 소중함과 그 지혜를 배우는 일은 쉽지 않은 것 같다.

우리는 잃고 나서야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는 어리석음을 쉽게 범한다. 심지어 신앙이 우리에게 외적으로 영웅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신앙은 평범한 일상 안에서 지혜를 발견하는 길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옳다. 허구를 벗겨낸 자신 안에, 평범한 일상에, 그 일상을 꾸미는 가족, 친구들 가운데 보화가 숨겨져 있음이 틀림없다.

bano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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