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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맥 세상] 문 대통령의 '독립적인 사고'

내가 나의 문제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것보다 이해 당사자가 아닌 제 3의 시각으로 내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해답을 찾는 데 도움이 될 수가 있다.

최근에 유의미한 글을 읽었다. 미국인으로 대만, 일본에서 공부하고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지금은 경희대 국제대학에서 가르치고 있는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교수의 글이다. '다른백년'이라는 매체에 기고한 '한국인은 왜 독립적인 사고를 못하나'라는 도발적인 제목이다. 중앙일보에 한국과 한국인에 관한 칼럼을 쓰고 있으며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잘 아는 외국인으로 알려져 있는 석학이다.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이란 베스트셀러도 냈으니 한국인을 객관적인 시각에서 해석할 수 있는 바탕이 갖춰진 지식인임 셈이다.

페스트라이쉬 교수가 한국인이 '독립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는 실례로 제시한 글들을 읽으면 깜짝 놀랄 만큼 직설적이다. 독립적인 사고를 하지 못한다함은 종속적인, 수동적인 사고를 한다는 말인데 차마 우리 입으로 말하지 않거나 숨기려 하는 부분도 적나라하게 꼬집는다. 그의 말을 짧은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한국인들은 지성과 안목이 풍부한데 왜 강대국, 특히 미국의 논리에 항상 종속적인가" 하는 것이다.

몇 문장만 인용해보자. "한국의 대통령은 세계 어느 정부보다 확실한 정당성을 갖추고 있다. 게다가 한국은 독립적인 정책 구상 및 동아시아 미래 제안을 위한 전문성과 노하우도 있다. 이런 장점을 활용하지 않고 미국과 일본에 의존해 방향을 찾으려 한다면 망망대해에서 길을 잃을 것이다." "한국의 지식집단은 대다수가 미국 유학파며 이들은 미국의 지식을 국내로 수입하는 오퍼상에 그칠 뿐, 한국인으로서 한국 문제에 대해 전혀 독립적으로 사고하지 못한다."



페스트라이쉬 교수는 한국인이 '독립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는 이유를 크게 3가지로 분석한다. 부역과 굴종을 강요당했던 오랜 식민지배의 영향, 강대국을 섬겼던 사대주의 전통, 왜곡된 사고체계를 강요하는 분단체제가 그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때문에 한국인들, 특히 지식인들은 자신도 모르게 외세추종적인 사고방식에 젖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의 글을 읽은 최성 고양시장은 "이 글에 눈을 멈춘 건 우리들의 사대주의와 분단의식, 비주체성을 지적하는 대목이 나름 뼈아프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라는 소감을 소셜미디어에 남기기도 했다.

개인이든, 국가든 '독립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면 주체성과 존재감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존재의 이유를 자신이 아닌 외부적 요건에서 찾기에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벗어날 수 없다. 우리 안에 스며든 사대주의와 수동성을 자각하고 '독립적인 사고'를 하는 주체가 되어야 개인이든, 국가든 품격과 위엄을 갖출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모레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문 대통령은 당당하고 대등한 격으로 트럼프를 상대하기 바란다. 아니,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 국민들은 물론 해외한인들의 자존심을 높이는 길이다. 동맹은 '서로의 이익이나 목적을 위하여 동일하게 행동하기로 맹세한 관계'다. 갑을관계가 아닌 것이다. 이익이 어긋날 때는 서로의 주권을 존중해주어야 하는 것이 동맹의 기본이다.

도올 김용옥 선생은 "지금까지 60여 차례 한미정상회담이 있었지만 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천자를 알현하는 식이었다. 이번 회담은 뭔가 미국과 해결해야 할 현안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는 자세로 이뤄지는 첫 회담"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어떤 가시적인 '성과'에 집착하기 보다는 대한민국 대통령이 '독립적인 사고'로 트럼프와 당당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진정한 정상회담의 모습을 기대한다.


이원영 /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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