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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시절 실패는 배우는 과정의 일부"

사이언스아카데미 매그닛스쿨
배우출신 카를로스 라우추 교장
공립치곤 드물게 입학시험 시작
"진짜 스템은 생활속 응용이 필수"

"한 사람의 일생이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 얼마나 버라이어티하게 될지 아무도 모르죠. 자녀들의 삶은 우리 세대보다 훨씬 흥미롭고 재미있고 다양할 겁니다."

최근 셔먼옥스에 소재한 '사이언스 아카데미'-스템 매그닛스쿨의 카를로스 라우추(Carlos Lauchu) 교장을 만났다. LA통합교육구에 소속된 매그닛 스쿨 중 지난해부터 유일하게 입학시험을 시작했기에 화제가 된 바로 그 학교다. 당연히 한인 학부모들이 가장 만나보고 싶어하는 교장이기도 하다. 원래 매그닛 스쿨은 특히, 영재(Highly Gifted) 매그닛 스쿨은 지원자가 많아서 포인트제로 몇년을 기다려서 입학하는 게 맞는데 라우추 교장의 학교는 덧붙여 입학시험까지 보게 한다. 교육구에서 이 학교에 대한 기대가 큰 탓에 자율성이 폭넓게 주어진 것같다.

실제 라우추 교장을 만나니 배우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미남에 키도 훤칠했다. 인터뷰를 주선한 원더랜드 초등 아웃리치 담당 제니퍼 주씨는 라우추 교장이 원래 배우출신 교장이라고 알려줬다. 배우출신 사업가나 배우출신 정치인은 세상에 많은데 배우출신 교육자는 드물다. 미국은 교육자의 위상이 기대 이상이다.

라우추 교장은 "한인 학생들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좋다. 공부 잘하고 책임감 있고 윤리적이며 행동도 곧고 바르다"면서 "하지만 한인 학부모들은 기대가 너무 커서인지 실패하지 않으려는 집착이 강하다. 완벽한 사람은 절대 없다. 그런 점에서 한인 학부모들은 좀 더 느긋하게 자녀를 지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많은 학부모들이 대입에 유리하고자 성과를 내기 위해서 자녀를 독려하는 것이 눈에 보입니다. 하지만 실수와 실패가 없는 삶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차라리 실패나 실수를 지금, 고교시절에 해버리는 것이 낫다고 조언합니다. 나중에 대학이나 사회에 나가서 실패하는 것은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실패를 그저 배우는 과정 중 하나로 보는 것이 낫다는 얘기입니다."

이렇게 라우추 교장이 실패를 차라리 미리 겪는게 낫다고 조언할 수 있는 이유는 그의 이색 경력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파나마에서 태어난 그가 8세에 미시간에 정착한 후 미시간 주립대학에서 수학과 과학에 재능을 가진 프리메드 학생일 때까지는 그저 평범한 큰 키의 남학생일뿐이었다. 대학에서 무술반 반장으로 유도, 태권도, 주짓수에 심취했다. 하지만 어느날 부상을 입었고 이를 치료하기 위한 재활을 위해서 발레를 공부하게 됐다. 그리고 대학을 졸업 후 의대 진학을 포기하는 대신 브로드웨에 댄서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연기, 모델, 노래 못하는 것이 없었습니다. 브로드웨이에 딱맞는 연예인이 된 것이지요."

이후 그는 TV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가 되기 위해서 할리우드로 왔다. 그는 베이와치(1989년), 킹오브뉴욕(1990), 스타게이트(1994), 스파이 하드(1996)에 줄줄이 출연해 이름을 알린다.

그러나 인생이 항상 굴곡이 없이 평탄할 수 있는가.

그는 함께 아들을 낳아 기르던, 역시 배우였던 아내와 이혼하고 다른 삶을 살기 시작한다. 뉴욕 브로드웨이로 가면서 바꿨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이다. 우선 교사부터 됐고 드디어 LA에서 가장 어려운 매그닛 스쿨 중 하나인 곳에서 교장이 됐다. 완벽한 독립 학교가 된 지는 이제 불과 2년, 그래서 그는 꿈을 꾸기 시작한다. 그의 학교는 7~8학년부터 AP(대학 선수과목)과목을 가르치기 시작해서도 화제다. 그의 목표는 노벨상 수상자 배출 이상이다. 그래서 그가 입학시험으로 진짜 매그닛 스쿨에 맞는 학생을 찾으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스템 스쿨하니까. 오해들을 많이 합니다. 예전에도 수학, 과학, 엔지니어링 모두 고교에서 가르쳤습니다. 그런 과목을 가르친다고 스템 스쿨이 아닙니다. 어떻게 보면 교육자들이 학부모나 사회, 정부를 속이는 것같습니다."

그가 말하는 스템은 과목들이 서로 컬래보레이션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크로스 오버가 되고 조각을 모아 빅 픽처를 만드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상생활과 연결돼 실제 생활에서 응용될 수 있는 연구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응용이 없는 스템은 그저 포장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스템에는 소통이 있어야 하고 비전과 미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제가 배우를 마치고 시나리오도 쓰고 영화감독, 제작 경험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의욕있는 학생을 뽑아서 의욕있는 교사를 독려하여 좋은 성과를 내려는 것이 영화를 만드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입니다. 좋은 배우는 학생이고 교사는 감독이고 저는 제작자입니다."

라우추 교장은 자신에게 한인학생과 학부모들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있다며 꿈이 있는 한인 학생들을 많이 만나고 싶다고 밝혔다.


장병희 기자 chang.byunghe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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