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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K를 버리자" 둘만의 계약서를 썼다

[LA중앙일보] 발행 2017/06/30 미주판 6면 기사입력 2017/06/30 01:20

'김경준의 주홍글씨'BBK를 말한다 #8 이면 계약서

2007년 11월23일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클린정치 위원장이 이면 계약서의 도장이 위조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래는 이면 계약서 사본. [중앙 포토]

2007년 11월23일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클린정치 위원장이 이면 계약서의 도장이 위조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래는 이면 계약서 사본. [중앙 포토]

MB "BBK와 ebk 내가 세워"
인터뷰 때문에 금감원 조사
두 회사 자회사로 드러나
금융법위반 허가 취소 위기

BBK 내가 떠안고 빠지기로
밤새 계약서써서 MB와 합의
'위조 자백'은 검찰 협박때문


MB가 단 2개월만 아무 말 하지 않고 참았더라면 'BBK 사건' 자체는 아마도 터지지 않았을 것이다.

2000년 10월13일에 금융감독원(금감원)에 신청했던 e뱅크증권중개(ebk)의 예비허가가 나왔다. 말했다시피 ebk는 증권거래회사로 MB와 내가 구상한 '인터넷종합금융회사'에 반드시 필요한 자회사였다.

지주회사이자 소프트웨어 회사인 LKe뱅크 아래 BBK(투자자문업), 은행(하나은행과 투자 협약)이 갖춰졌고, 증권거래업 허가까지 받으면 비로소 전체 사업 그림을 완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당시 투자자문과 증권업을 병행하는 것은 불법이었다. 그래서 ebk와 BBK는 같은 자회사였지만, 서류 상엔 주주 구조를 모호하게 했다. 물론 ebk 허가를 신청할 때도 금감원에 BBK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예비허가를 받았으니 예정대로라면 2~3개월 뒤인 2000년 연말쯤 ebk의 정식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예비허가가 나오자마자 MB는 여러 언론들과 인터뷰를 하기 시작했다. 앞서 두달전인 8월 광복절 특사에서 MB는 15대 총선 당시 선거법위반에 대한 유죄판결을 사면받았던 터였다. 정치적 족쇄가 풀렸고, 우리 사업도 순탄했으니 대중 앞에서 그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었던 듯 하다.

그러나 문제는 그가 말한 내용들이다. '종합금융회사'를 설립했다고 밝힌 것이다. ebk 뿐만 아니라 BBK와 LKe도 자기가 설립했다고 공식 석상에서 스스럼없이 말하고 다녔다.

(김경준의 이 증언은 당시 언론 보도로도 확인된다. 일명 'BBK 동영상'도 그중 하나다. MB는 ebk 예비허가가 나온지 나흘만인 2000년 10월17일 광운대 최고경영자 과정 특강에서 "올해 1월에 BBK를 내가 설립했고, 증권회사(ebk)를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증권회사를 만들기 위해서 금감원에 신청서를 냈고, 6개월 만에 허가가 나왔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MB는 금감원이 '구멍가게만도 못하다'는 말까지 했다.

금감원이 가만히 있을 리 만무했다. 조사를 시작했다. 금감원 직원들이 우리 사무실로 1주일간 매일 출근해 자금 흐름 등을 하나하나 뜯어봤다. 겉으로는 정식 인가를 위한 절차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주주 관계와 자금 흐름을 확인하려는 감사 성격이었다. 투자자들에게도 이 소식이 퍼지기 시작했고 하나은행과 삼성생명도 알게 됐다.

난 MB에게 항의했다. MB는 "걱정하지 말라"며 "금감원장을 직접 만나 해결하겠다"고 날 안심시켰다. 그래도 못 미더워한 내게 MB의 집사이자 부회장이었던 김백준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이명박 회장님을 못 믿느냐"며 오히려 화를 냈다.

하지만 분위기는 점점 심상치 않게 돌아갔다. 누가봐도 LKe, ebk, BBK는 같은 회사였다. 사무실도 같이 쓰고 있었고, 세 회사 사이에 자금이 수시로 왔다갔다 했다. 심지어 사무용품까지 같은 계좌로 구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ebk 허가가 취소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던 어느 날이었다. 2001년 4월쯤으로 기억한다. MB의 집사 김백준이 "회장님이 부르니 가자"고 했다. MB와 김백준, 나, 그리고 변호사, 네 사람이 마주앉았다. 그날 8시간 넘는 긴 회의에서 얻은 결론은 '무조건 ebk를 살리고 보자'는 것이었다. 김백준은 'ebk와 BBK가 관련 없는 것으로 정리하면 금감원에서 ebk 허가를 주는 것'으로 조율이 됐다고 했다.

BBK를 버려야 했다. 책임은 내가 지기로 했다. BBK는 나 혼자 소유한 회사며, ebk와 LKe의 주주에서도 내 이름은 빼기로 합의했다. 당시 내 생각은 단순했다. 내가 MB를 지켜주면 MB가 나도 보호해줄 거라고 막연히 믿었다. MB의 ebk를 살려야 나도 살 수 있었다.

MB는 날 걱정했다. "내가 김 사장 부모님들까지 만나 안심시켰는데 이렇게 해도 되겠어?"

회의를 끝내고 생각이 많았다. 밤새 사무실에서 고민했다. 그리고 내 자신을 보호할 뭔가를 마련해놓아야 했다. BBK가 MB의 회사라는 지분 관계를 분명히 한 계약서를 작성했다. MB와 나 둘만 아는 이른바 '이면 계약서'다.

계약서는 당시 업계에서 주식 매매시 흔히 쓰는 계약서 형식을 사용했다. 아침 7시쯤 출근한 MB의 방을 찾아가 계약서를 내밀었다. MB는 순순히 도장을 찍자고 했다. 회사 금고에 보관했던 MB의 인감도장을 가져와 MB 앞에서 찍고, 내 도장도 찍었다.

계약 날짜는 1년 전인 2000년 2월쯤으로 정했다. LKe와 BBK만 있던 시점이다. 현재 날짜로 쓰면 ebk와 옵셔널벤처스 주식 매입 등 당시 진행중인 사업 전반에 걸쳐 금감원에 사유를 설명하기가 더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2007년 당시 한나라당측은 이면계약서의 도장이 가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MB의 서명이 없는 것도 위조의 증거라고 했다. 밝혀두지만, MB의 도장은 2개였다. 회사에 보관한 것과 본인 개인 소유 도장이다.

또, 계약시 MB가 서명한 것은 하나은행의 5억 투자 계약서밖에 없다. 하나은행이 굳이 도장과 서명을 함께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외 다른 계약시 통상 MB는 회사에 보관된 도장만 찍고 서명은 하지 않았다. LKe 인감관리대장에 찍힌 도장들이 이면계약서 도장과 같다는 것이 그 증거다.

나 역시 이면계약서 존재에 대해 까맣게 잊고 있었다. 내가 LA연방구치소에 수감되어 있을 때 변호사가 와서 여러 가지 서류들을 찾았다면서 내민 것 중 하나가 이면계약서였다. 난 이면계약서가 한국에서의 내 재판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 그래서 연방구치소에서 한국에 인도되던 2007년 11월16일 국제우편으로 한국의 박수정 변호사에게 보냈다.

당시 검찰은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면계약서 원본 종이 재질과 글꼴, 도장 사용 경위를 종합한 결과 계약 날짜(2000년)보다 1~2년 뒤 작성됐다"면서 위조라고 했다. 그러나 검찰의 발표는 거꾸로 이면계약서가 사실임을 뜻한다. 2001년에 작성했으니 말이다. 사실 검찰의 발표는 내가 이면계약서 위조를 시인했다는 자백에 근거한다. 당시 난 허위 자백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MB는 대통령에 당선된 상황이었다. 칼은 그가 쥐고 있었다. 또, 검찰은 미국에 있는 누나와 아내를 상대로 범죄인도 청구하겠다고 협박하던 상황이었다. 내 거짓 자백의 거래 조건은 더이상 누나와 아내를 괴롭히지 않는 것이었다.

(김경준은 2008년 6월26일`허위사실유포 및 한글 이면계약서 위조' 사건에 대한 첫 공판에서 위조를 인정하며 "이명박 대통령께 끼친 피해에 대해 한없이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울먹인 바 있다.)

ebk는 결국 허가를 받지 못했다. 2001년 4월8일 사업을 자진 철회했다. MB와 나와의 관계는 종말로 치닫고 있었다. 남은 건 '옵셔널벤처스'의 처리 문제였다.

BBK 사건수첩

이면계약서

2007년 11월20일 김경준씨의 아내 이보라씨가 LA윌셔플라자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MB)이 보유한 BBK주식 61만 주(100%)를 김경준씨에게 49억9999만5000원에 매도한다는 내용이다. 한글로 된 계약서는 '주식매매 계약서'로, 계약 일자는 2000년 2월21일로 돼 있다.

매도인은 '이명박', 매수인은 '㈜LKe뱅크 대표이사 김경준'으로 되어 있다. 이 전 대통령은 개인이고, 김경준씨는 LKe뱅크의 대표이사 자격으로 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으로 LKe뱅크는 BBK의 지주회사가 되는 셈이다. 또 BBK의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이라는 증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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