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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미국의 인권외교와 일본군 성노예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앞둔 지난달 23일. 일본 애틀랜타 총영사가 "위안부는 매춘부"라고 주장했다. 일본 외교관이 일본군 성노예를 두고 '매춘부'라고 단언한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왜 그랬을까. 작게는 '평화의 소녀상'이 조지아주에 건립되는 것을 막지 못하자 흙탕물을 뿌리려 했을 것이다. 크게는 2차대전 이후 일본 외교의 뼈대인 '피해자 코스프레'를 지키려는 안간힘으로 보인다.

시노즈카 다카시 애틀랜타 총영사가 지역지 '리포터 뉴스페이퍼'에 쏟아낸 말을 보면 그 절박함이 보인다. "성노예로 삼았다는 증거는 없다." "(소녀상은) 단순한 예술 조형물이 아니다…증오의 상징이자 일본에 대한 분노의 상징물이다." 소녀상 건립 저지에 실패하자 일본에 대한 분노가 만들어 낸 거짓이라며 공격했다.

시노즈카의 망언은 전후 미국의 세계질서에 적극 협력하며 '피해자 코스프레'로 과거를 숨겨온 외교 전략이 무너질 수 있다는 다급함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1965년 한일협정과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로 과거를 묻으려 했다. 일본은 2015년 가해자의 과거를 덮는 국가 간 합의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민간의 힘은 '인권'을 깃발로 일본의 성노예 범죄를 국제적 연대로 전환하고 있다. 소녀상은 그 상징이다. 여기에 한국 정부의 태도가 바뀌면서 일본으로서는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전범국인 독일과 일본은 전후 소련 봉쇄라는 미국의 세계 전략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면서 번영을 구가했다. 다른 점은 독일은 가해자임을 인정했고 일본은 원자폭탄 피해를 부각하며 피해자로 행세했다는 것이다. 이런 코스프레는 미국의 묵인이나 방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또 유럽과 달리 아시아의 피해 당사국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 면도 있다.

하지만 일본의 피해자 코스프레에는 걸림돌이 하나 있다. 성노예 범죄는 미국의 인권외교와 부딪친다. 이를 피하려면 성노예 역사가 미국에서 불거져 공론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한번 공론화되면 미국 정부도 이 문제에서 일본 편을 들기 어렵다. 미국에 설치되는 소녀상은 그래서 일본의 전후 외교전략이라는 댐을 무너트릴 수 있는 작은 균열이 될 수 있다.

인권은 안보와 경제적 이익, 동맹과 함께 미국 외교의 주요한 목표며 가치다. 물론 안보나 경제 혹은 동맹이 더 우선되면 인권이 뒷전으로 밀려나기도 한다. 지미 카터 대통령 때처럼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또는 경제나 안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인권 문제를 카드로 사용한다는 비판도 받는다. 최근 국무부의 2017년 국가별 인신매매 보고서가 중국을 북한과 함께 최악의 국가로 분류한 것을 놓고 중국 압박 수단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 그 예다.

부침이 있기는 하지만 인권은 여전히 미국 외교의 중요한 목표다. 이는 일정 부분 미국 사회의 가치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반인권 국가는 미국 사회에서 환영받을 수 없다. 게다가 반인권의 역사를 거짓말로 가린 것이 알려지면 더욱 끔찍하다. 미국의 질서에서 재기했고 번영을 누린 일본으로서는 미국에 설치되는 소녀상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1977년부터 시작한 국가별 인권 보고서, 2001년부터 나온 국가별 인신매매 보고서를 발표하는 주체가 외교를 담당하는 국무부라는 사실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조지아주 소녀상 설치에서 일본의 피해자 코스프레도 이젠 어떤 전환점에 들어섰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일본 총영사의 노력도 소녀상을 막지 못했다. 미국 언론에 대고 성노예 주장은 거짓이라고 여론몰이에 나섰지만 오히려 역풍이 불었다. 총영사는 "(일본군 위안부는) 매춘부라는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피해자 코스프레에 나섰지만 언론사는 녹취록을 공개해 버렸다. 그리고 소녀상은 지난 30일 예정대로 건립됐다.


안유회 논설위원 ahn.yoohoi@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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