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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과학은 만병통치약일까?

양은철 교무 / 원불교 LA교당

우리는 말 그대로 '과학의 시대'에 살고 있다. 자연현상은 물론 사회현상이나 종교의 영역까지도 과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해야 받아들이는 시대가 되었다. 과학자들과 과학교육은 현대 사회에서 확고한 지위를 누리고 있고,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과학을 참과 거짓을 구별하는 절대 기준으로 받아들인다.

과연 자연과학은 우리가 궁금해 하는 인간과 우주의 여러 현상들에 대해, 그들이 인정하지 않는 - 때로는 무시하는 - 사회과학이나 종교에 비해 신뢰할 만한 답을 제공해 왔는가, 또 앞으로 제공할 수 있을까? 필자로서는 그리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일단, 현재 과학의 수준이 그리 높지 못하다. 우주의 근원이나 생사의 이치, 무형한 마음 등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고, 자연과학의 직접적 대상인, 인간의 뇌나 바다 속에 대해서도 과학이 대답할 수 있는 것들은 그리 많지 않다.

히틀러 시대 선전선동을 담당하며 정치범들을 처형했던 괴벨스는, "나에게 한 문장만 달라. 누구든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진리를 깨닫기 위해서는 말과 글을 버려라"고 일갈했던 불교 선사의 말이 아니더라도, 과학적 사고의 기반이 되는 이성과 논리의 주축이 되는 '언어'라는 것이 그다지 신뢰할만한 것이 못 된다는 사실도 과학적 결론에 높은 점수를 주지 못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인간들이 그다지 조직적이거나 논리적이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불가에서는 욕심과 습관에 가려서 사물을 올바르게 보지 못하는 중생의 모습을, 각각 다른 색의 안경을 쓰고 벽의 색깔에 대해 논쟁을 벌이는 것에 비유한다.



우리가 신뢰해 마지않는 이성과 논리도 자신이 처한 입장과 처지(착심과 감정)를 쉽게 넘어서지는 못한다.

우리는 과학자라고 하면 지극히 객관적일 것이라 여기지만, 이들 역시 경험과 관찰에 있어 위와 같은 인간의 본연적 한계를 넘지 못하고, 새로운 가설들에 대해 독선과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 과학적 지식의 본질과 과학의 제 문제들을 철학적으로 연구하는 현대 과학철학자들의 일반적 견해이다. 인간이 이성보다 감성(착심)에 의해 판단하고 결정한다는 것은 불가의 견해일 뿐 아니라, '실험에 의해 입증된' 현대 인지과학의 '과학적' 결론이기도 하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경험과 관찰을 통해 보편적인 법칙을 규명한다는 것은 그다지 '논리적'이라 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일반화를 위해서는 이론에 의지할 수밖에 없게 되고, 결국엔 '근거 없는 믿음'이라는 비과학적 태도를, 과학적 결론을 위해 수용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하게 된다. 물론 이는 대부분 과학적 방법으로 보완되기는 하지만, '합리적 믿음'에 일정부분 의존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들이 비판하는 종교의 방법론과 근본적인 면에서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하늘에 있는 비행기를 보고 비를 내려달라고 비는 것도 잘못이지만, 과학을 만병통치약으로 여기는 과학 만능주의도 우리가 경계해야할 또 다른 형태의 미신일 수 있다.

drongiand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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