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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한글 지원 외면하는 한인은행들

진성철 / 경제부 차장

10년 전 우리에게는 생소했던 수식어가 붙은 휴대폰이 등장해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놨다. 그것은 바로 애플사가 출시한 스마트폰인 아이폰이다.

지금은 '스마트폰'이라는 단어가 매우 흔하고 친숙한 말이 됐지만 2007년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애플 아이폰이 출시된 2007년 6월 29일 이전에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던 휴대전화는 접이식(폴더) 휴대폰이거나 소형 키보드가 장착된 블랙베리였다. 음악은 MP3플레이어로 듣고 스케줄 및 업무 관리는 휴대용 개인정보 단말기(PDA) 사진은 소형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하던 시절이었다.

아이폰은 이런 기기들을 하나로 합치고 폰 크기도 주머니 속에 들어갈 정도로 줄였다는 점에서 스마트폰이라는 말을 대중화한 일등공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출시하자마자 소비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으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 이듬해에 업체는 아이폰2G의 차기작인 아이폰 3G를 공개했다. 이 전화기부터 OS에서 한글을 포함한 수개 국어를 지원하기 시작했고 앱스토어를 통해 앱을 다운로드 받게 되면서 그 인기는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아이폰이 등장한 지 9년 만인 지난해 10억 대가 팔려나갔을 정도로 최고의 히트상품이 됐다. 최소 전세계 인구를 75억 명으로 추산하면 8명 중 한 명은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애플사가 출시 1년 만에 한국어를 포함한 다른 나라의 언어를 지원하지 않았다면 전세계 히트상품이 되는데 시간이 더 오래 걸렸거나 되지 못했을 수도 있다.

뜬금없이 아이폰 이야기를 꺼낸 것은 최근 로컬 한인은행 7곳중 절반 이상인 4곳이 각 은행 웹사이트에서 한글을 지원하지 않는 점을 발견했고 이 같은 사실에 매우 실망했기 때문이다.

취재 과정에서 들은 은행들의 말은 은행 용어가 전부 영어라서 어차피 고객이 은행을 이용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거나 비한인 고객이 늘어서 한글 서비스가 굳이 필요하지 않다거나 법률 및 비용 문제로 하기 어렵다는 등이었다.

모든 한인은행들이 출범시 '한인'은행임을 강조했다. '한인' 고객이 주요 타겟이었고 이들 대상으로 영업해 은행들이 지금의 위치에 있다는 건 은행들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타인종 고객이 많이 늘었다지만 현재도 한인 고객의 비중은 상당하다. 그럼에도 은행들의 한글 서비스는 인색하다. 한인 2세를 포함해 타인종 고객을 잡아야 은행이 살 수 있다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은행 지점망과 자동현금인출기 수도 주류은행에 턱없이 부족한 한인은행을 한인들이 애용하는 것은 한국어로 은행과 편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그렇지만 한국어가 편한 고객이 더는 없다고 판단한 것인지 아니면 한글이 편한 고객 대부분을 이미 확보해 더는 그들을 위한 서비스가 필요하지 않다는 판단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로컬 한인은행들의 한글 서비스는 부족하다.

특히 인터넷뱅킹이 보편화되고 있는데 은행 웹사이트에서 한글을 지원하지 않는 건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은행 출범 초기에 '한인'은행이라고 밝혔다면 최소한 '한국어'와 '한글' 제공은 '한인'은행이 되기 위한 기본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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