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온 에어] 차인표의 할리우드 도전

10여 년 전쯤으로 기억한다. LA 다운타운 한 호텔에서 한국영화 '크로싱'의 아카데미 본선 진출을 위해 열렸던 펀드레이징 행사에서 주연배우로 출연했던 배우 차인표씨를 만났다.

차씨는 영화에서 가족을 살리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아버지역을 맡아 열연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북한에 홀로 남겨진 아들이 아버지를 찾아 국경을 넘다 결국은 목숨을 잃는 비극으로 끝나는데, 당시 인터뷰에서 차인표씨는 주연을 맡아 달라는 김태균 감독의 제의를 처음에는 정중히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감독의 잇단 설득으로 출연을 결정하고 영화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던 중 실제로 국경에서 목숨을 잃은 탈북 어린이들의 사진을 보고 영화 촬영에 혼신의 힘을 쏟게 됐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실상을 알지 못했을 때 북한을 돕지 않았다면 죄가 아니었을지 몰라도 북한의 실상을 알게 된 지금 북한을 돕지 않는다면 그건 죄가 될 것이라는 말도 했었다.



마지막 질문으로 할리우드에 도전해 볼 생각은 없느냐 물었다.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던 때라 미국생활도 익숙하고 영어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던 배우인 만큼 당연히 야심 찬 말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었는데 돌아온 답은 '아니요'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가족들 먹여 살려야죠". 의외의 답변에 고개를 갸우뚱하자 친절한 설명이 이어진다. "저 말고도 할리우드에서 성공할 만한 젊은 배우들 한국에 많아요. 도전은 그들의 몫이고 머지않아 할리우드에서 더 많은 우리 배우들이 인정받을 수 있을 거라 믿어요. 전 자식이 셋이나 있는 가장인데 열심히 돈 벌어야죠. 제 욕심만 앞세워 실패할 수도 있는 일을 할 수는 없어요".

지난주 차씨가 지천명의 나이에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기사에 따르면 차 씨는 미국에 회사를 차리고 영화 제작에 뛰어 들었다. 영화 제목은 '헤븐퀘스트'.

차 씨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데뷔 이후 수많은 작가와 프로듀서들의 작품에 출연하며 일자리도 얻고 돈도 벌었다"면서 "어느덧 세월이 흘러 제가 선배가 됐다. 그래서 은퇴 전까지 이 업계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한 끝에 제작사를 차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영화를 통해 알게 된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다"며 영화 촬영이 끝나고 한국으로 복귀하면 영어 연기에 관심이 있는 후배들을 모아 스터디그룹을 만들 구상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어릴 적 부터 우린 거창한 꿈을 강요받는다. 커서 뭐가 될 거냐는 질문에 뭔가 그럴싸한 답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내뱉었던 꿈이 무엇이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성인이 돼서도 거창한 꿈에 대한 요구는 이어진다. 자기계발서의 홍수 속에 무언가 지금 내 모습의 최소한 열 배 이상의 나를 꿈꾸지 않으면 도태될 것만 같아 불안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본분'이다.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와 의무.

'할리우드는 무슨 할리우드냐, 우리 가족들 먹여 살리는 것이 먼저다'라며 자신의 본분 먼저 지켰던 차씨. 그가 할리우드에서 후배와 영화인들의 발판을 마련해 보고자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는 소식이 더 없이 반갑다. '본분'을 지키면 꿈도 이루어 진다.


부소현/JTBC LA특파원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