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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늦은 밤 버스 속 감동

[LA중앙일보] 발행 2017/07/13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7/07/12 20:07

윤성은·LA

밤 10시가 되어가는 시간에 시내버스를 기다린다는 것은 참으로 긴 인내를 필요로 했다. 술 한 잔을 했다는 남편에게 데리러 오라 못하고 버스를 타고 간다고 했는데 영 버스가 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일부러도 운동을 하는데 걸어가다가 버스가 오면 타자고 생각하고 LA한인타운 올림픽길을 따라 후버에서 웨스턴 쪽으로 걷다가 한 블록 중간에 버스가 오면 어떡하나 생각하니 걱정이 되어 뛰기 시작했다. 한 블록 닿으면 한숨 돌리고 버스 오나 보고 아직 올 기미가 없으면 또 뛰고를 반복했다.

슬슬 약이 오를 때쯤 버스 한 대가 오고 있었다. 올림픽과 페도라 근처에서 1달러 75센트 버스비를 계산하고 운전석 옆 맨 앞자리를 차지했다.

마음씨 좋게 통통한 예쁜 흑인 여자 운전수와 나, 그리고 금발 여성, 젊은 청년, 정장차림의 또다른 청년이 다들 조용히 앉아 있었다.

웨스턴을 지나 다음 정류장에서 내리려던 청년의 백팩이 열려져 와르르 물건이 쏟아졌다. 빨강 자두랑 노란 토마토 등이 마구 쏟아졌다. 그러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버스 안 모든 승객들이 일어나 과일을 주워 청년에게 돌려주기 시작했다. 청년을 연신 생큐를 외쳤다. 정장차림의 청년은 운전석에서 봉투를 얻어 과일을 담아주었다.

금발 숙녀는 식초물로 소독해서 먹으라고 조언해주고, 운전수는 떨어진 물건이 과일이라는 것을 전해 듣고는 깨끗한 봉투를 건네주었다. 늦은 밤 버스 속에선 참으로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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