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김령의 퓨전에세이] 한여름 밤의 꿈

2007년 5월 17일. 금강산 역을 출발한 북한의 열차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제진 역으로 들어오고 있을 때 문산을 출발한 남한의 열차는 도라산역을 지나 군사분계선을 넘어 개성 역에 도착하고 있었다. 양양과 안변을 잇는 동해북부선과 서울 신의주를 잇는 경의선의 운행이 끊긴 지 56년이 지난 시점에 믿기 어려운 이런 일들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었다.

2000년 남북한은 물론 동북아와 유럽을 잇는 철도가 동북아의 물류 대동맥을 이루는 실크로드가 될 것이라며, 러시아, 한국, 중국, 북한이 의기투합하자 장삿속에 밝은 일본까지 끼어들어 한몫 하려 했다.

부산에서 대구, 대전을 거쳐 서울로, 서울에서 문산, 평양을 지나 신의주로, 신의주에서 중국 하얼빈으로, 만주리를 지나 울란우데, 여기서 시베리아를 횡단, 러시아의 노보시비리스크와 에카테린부르크, 그리고 모스크바를 지나 동유럽의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우크라이나까지, 더 나아가 베를린까지의 꿈을 꾸었다. 김일성 저작집 제44권엔 신의주 개성 간 철도를 복선화해서 중국 물동량을 나르면 연간 4억 달러, 러시아와 중국 동북지역 물동량을 동해안 철도로 나르면 10억 달러의 수입이 생겨, 북한은 가만히 앉아서 한해에 14억 달러를 벌 수 있다고 써놓았다.

철의 실크로드 구상은 우리만 한 것이 아니었다. 1998년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에서 유럽연합과 그루지야, 카자흐스탄 등 12개국 정상들이 모여 유라시아 관통 루트 건설에 합의했다. 이들은 러시아를 거치지 않고 아시아로 갈 수 있는 실크로드를 염원했다. EU는 8800만 유로를 투입했고 2000만 유로를 추가했다. 우즈베크와 타슈켄트, 키르기스스탄의 오슈를 연결하는 길목에 두 개의 터널을 한국의 삼성 건설이 담당하기로 했었다. 이 길은 고구려의 고선지 장군의 원정길이기도 해서 의미가 깊었다.



한편 남과 북을 잇는 역사적인 경의선 철도 복원도 2000년 9월 삼부요인, 주한 외교사절, 국제대표, 실향민대표 등 1천여 명의 참석,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열렸다. 남측 547억원 투입, 문산에서 임진각 철교를 건너 군사분계선까지 12km 구간을, 북한은 장단 역에서 개성역까지 12km 구간을 복원했다. 동시에 24만평 부지의 지뢰 제거작업도 병행했다.

경의선의 복원사업은 단순한 철도연결사업이 아니다. 한반도 주변 국가는 물론 유라시아까지 미칠 영향이 엄청날 것이라는 게 모든 전문가의 한결같은 전망이었다. 철의 실크로드 시대가 열리면 액체화물을 담은 유조선수송이 가능해지고 교역품목의 다양화, 일본과 선진국이 독점하다시피 하는 이 지역 자원개발, 인프라 건설사업 등 우리도 엄청난 경제력을 가질 수 있다고 보았다. 실제로 90년대 초반부터 세계 각국이 이 지역 자원개발에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석유, 천연가스, 동광, 철광, 우라늄, 석탄광 등이 세계의 최고수준이라고 했다. 계획대로 다 이루어졌다면 지금쯤 얼마나 좋을까. 이 철의 실크로드가 열리면 서울과 유럽 간의 운임은 반으로 줄어드는 효과가 오며, 일본까지 합세하면 한국이 동북아 물류의 중심지가 된다고 했다.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일, 러시아의 푸틴은 경의선 복구와 시베리아 철도건설, 북한의 핵무기 불능화를 이루어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하려 했었다. 내 나라 산도 돈 주고 간다는 발상 속에 돈 쏟아부은 금강산 관광투자를 비롯 개성공단 재산을 일방적으로 동결 몰수당했다. 문 대통령 요즘도 가끔 한 번씩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얘길 하는데 잘 생각해야지, 또 당할까 심히 걱정스럽다. 또다시 한여름 밤의 꿈이 되는 건 아닐까?

김령/시인·화가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